영화|애니|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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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 리브스의 '클로버필드'영화|애니|TV 2008. 1. 24. 23:17
이 영화는 놀이기구다. 전후좌우 사정 필요없이 스릴과 긴장만을 위해 존재하니까. 값싼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노리는 만든 이의 의도까지 똑같다. 이야기의 힘이 아닌, 경험하고 탈 것의, 체험의 힘이 강하다. 논리와 이성은 필요없고, 플릇과 캐릭터는 최소화되었다. 대신 FPS(First Person Shooting) 게임 못지 않게 멀미나는 캠코더 시점을 도입해 현장감을 살리고, 단계별 스테이지 구성을 영리하게 배치해 공포의 강도를 높혀갈 뿐이다. 전쟁의 생중계, UCC의 대중화로 무엇보다 간접 경험의 기회가 넓어져만 가는 시기. 미드 [앨리어스]와 [로스트]로 떡밥의 귀재, 아니 낚시의 황재로 자리잡은 에이브람스가(혹은 할리우드가) 포착해낸 재미는 생존이다. 테러와 재난이 펑펑 터지는 요즘 현실에서 목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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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벨 페라라의 '복수의 립스틱'영화|애니|TV 2008. 1. 13. 23:41
많은 사람들이 복수담에 흥미를 느끼고, 좋아할 수 밖에 없는 건 가장 오래된 함무라비 법전부터 내려오던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라는 원초적인 단죄의 의식이 숨겨져 있기 때문인지 모른다. 심판자의 입장에 서서 용서와 보복이라는 양극단의 결과를 선택하고 선고할 수 있는 복수의 테마는 그런 의미에서 강력한 카타르시스를 지닌 감정의 집약체이자, 절대자를 동경하는 미천한 인간에게 있어 매혹적인 힘의 집약체로 비춰지기도 한다. 현재의 법은 보복주의에서 배상주의로 다소 완화(?)되었다지만, 죄를 지면 처벌받는다는 기본 정신만큼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 하지만 아벨 페라라는 이 고전적이고 드라마틱한 소재에 전혀 관심이 없다. 초기작 [드릴러 킬러]에서도 드러나듯 [복수의 립스틱]에서 그가 집착하는 건 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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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들리 스콧의 '아메리칸 갱스터'영화|애니|TV 2008. 1. 1. 23:53
[아메리칸 갱스터]는 70년대판 '히트'다. 거울 반대편에 마주 선 남성들의 비지니스 얘기를 본질로, 70년대식 [대부]나 [프렌치 커넥션]같은 양념 맛을 뿌린 충실한 할리우드 장르영화다. 동시에 다큐멘터리 같은 생생함과 역동적인 디테일도 품고 있다. 선과 악의 경계는 모호하고, 삶의 방식과 본질에 대해 되묻는다. 누가 옳고 나쁜지가 아닌 누가 승자고 패자인지. 느리고 묵직한 전개에 대비되는 인물들을 촘촘히 박아 넣어 미국 현대사의 이면에 감춰진 거대한 범죄 사건을 충실히 재현해낸다. '아메리칸 갱스터'라는 상징적이고 대표적인 제목이 아깝지 않게. 화끈하고 감각적인 맛은 없지만, 노련한 대가들의 숙달된 내공과 역량을 즐기는 재미가 있다. 그런 면에선 데이빗 핀처의 [조디악]이 떠오르기도 한다. 고전 장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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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터틀타웁의 '내셔널 트레져 - 비밀의 책'영화|애니|TV 2007. 12. 26. 18:52
팩션의 인기를 등에 업고 포스트 '인디아나 존스'를 꿈꾸며 만들어진 [내셔널 트레져]의 단점은 너무 매끈하다는 데 있다. 잘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에 음모 이론을 끌어들여 상상력으로 포장하는 것까진 좋았지만, 문제는 수수께끼의 난이도가 쉽다는 것. 프랑스와 영국, 미국 전반을 걸쳐 움직이는 스케일 큰 동선에 비해 퍼즐은 말 몇마디로 손쉽게 풀려버리니 맥이 빠진다. 물량을 쏟아부은 추적씬과 전편을 활용한 잔재미, 트레버 라빈의 긴장감 넘치는 음악도 어드벤쳐물 특유의 스릴을 구제하지 못한다. 차라리 머리를 비우고 스릴과 액션으로 점철된 [미이라] 시리즈가 더 신나 보이는 건 나만의 착각일까. 게다가 에드 해리스라는 거물을 데려다 놓고 전편의 숀 빈보다 못한 악당의 모습을 보여준 건 치명적인 약점이다. 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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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시스 로렌스의 '나는 전설이다'영화|애니|TV 2007. 12. 16. 02:51
나이 든 사람들에겐 사극 배우로 익숙한 찰톤 헤스톤을 난 디스토피아 SF의 비극적 영웅으로 기억한다. 어린시절 TV에서 봤던 [혹성탈출]과 [소일렌트 그린] 그리고 [오메가 맨]의 고뇌에 찬 눈빛과 암울한 그의 좌절을 잊을 수가 없었기에. 그래서 윌 스미스 주연으로 [오메가 맨]이 리메이크 된다 했을 때 영화의 분위기를 상상할 수 없었다. 나의 로버트 네빌은 그렇지 않아. 당장이라도 랩을 읊조릴 것 같은 블랙 슈트 출신의 흑인이 아닌 미국 총기협회 회장인 벤허란 말이다!! 솔직히 [오메가 맨] 자체도 리차드 매드슨의 뛰어난 원작에 비한다면 이상하게 각색된 작품이지만, [나는 전설이다]는 아예 원작의 의도와 180도, 안드로메다 성운까지 거리만큼이나 떨어져 있다. 네빌이 전설이 되는 의미 자체가 아예 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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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저메키스의 '베어울프'영화|애니|TV 2007. 11. 24. 23:08
로버트 저메키스의 장점은 테크놀로지와 이야기의 결합을 균등하게 이룰 수 있다는 데 있다. 이미 놀랄만한 비주얼과 기가 막힌 이야기가 판치는 할리우드에서 어느 하나만 잘해도 살아남기 힘든데, 저메키스는 탁월한 포지셔닝과 능력으로 선배들과 달리 자신만의 색깔을 창출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제임스 카메론과 조지 루카스와는 전혀 다른 사실적 테크놀로지의 미학을 선보이는 그는 (다분히 아메리칸 스타일이긴 하지만) 대중 지향적인 시점과 판타지의 경계 사이에서 놀랄만한 작품들을 만들어냈다. [베어울프]는 그 정점에 올라선 작품으로 여전히 자신의 장기를 유감없이 펼쳐보인다. 이야기는 특별할 게 없다. 너무나 잘 알려진 서사시이기에. 그러나 닐 게이먼과 로저 에이버리가 쓴 각본은 익숙한 베어울프 이야기에서 살짝 관점을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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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훈의 '이산'영화|애니|TV 2007. 11. 21. 04:47
이병훈 PD의 드라마는 이제 공식이 다 나왔다. [허준]으로 창안한 이 방식은 역사 속의 한 인물을 따라가며 그들의 굴곡진 인생역전을 현대적인 어법으로 풀어내는 것이다. 물론 주인공의 대척점에 선 악당 패거리와 다양한 코믹스런 감초들이 등장하고, RPG 게임처럼 문제/해결 전개 방식을 사용한다는 것도 잊어선 안된다. 그 공식에 배우를 대입하면 [상도]와 [대장금], [서동요] 그리고 요즘 방영하는 [이산]이 답으로 나온다. 나쁘다는 게 아니다. 물론 작품들이 비슷할 순 있지만, 원체 상업적이고 좋은 공식이라 어떤 답이 나와도 재미있게 볼 수 있단 얘기다. 패턴화되고 단순한 플롯이지만, 그만큼 사람들이 좋아한단 반증인 셈. [이산]은 거기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영정조 시대를 가져와 소재적 다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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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정의 '궁녀'영화|애니|TV 2007. 10. 21. 06:02
장르의 혼용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나뉘는데, 첫째 만드는 사람이 장르 자체에 익숙하지 않거나, 둘째 장르에 맞지 않은 이야기나 설정을 결합해 장르의 색채가 파괴되기 때문이다. 장르는 일종의 규칙이고, 컨벤션이다. 리듬과 템포, 형식이 있기에 그걸 맞춰주거나 무너뜨리고, 엇박으로 갈 때 재미가 느껴진다. (그런 의미에서 노련한 감각이나 센스 없이는 장르 영화 연출하기란 쉽지 않다) 아울러 이종교배에서 오는 재미 역시 그 둘의 이질적인 표피가 남아있기에 가능한 거다. 아쉽게도 [궁녀]는 후자의 실수를 범한다. 추리물 이야기에 공포물 이야기을 섞어 장르의 규칙이 깨진 셈이다. 물론 [혈의 누]나 [극락도 살인사건], 혹은 딕슨 카의 많은 추리소설이 그렇듯 성공한 좋은 예도 있다. 그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