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애니|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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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 와이즈먼의 '다이하드 4.0'영화|애니|TV 2007. 7. 20. 16:11
액션 영화를 재정의했던 프랜차이즈가 돌아왔다. 3편으로부터 무려 12년만에. 40대의 별거남은 50대의 이혼남으로 컴백하며 액션의 스케일을 넓혔다. 시리즈의 근간 존 맥티어난 감독이 물러난 건 아쉽지만, 대를 이어 받은 렌 와이즈먼은 영리하게 시리즈의 본질을 파악했다. 가정을 지켜려는 남자의 사투와 시리즈 자체에 대한 재복제. 3편의 버디 무비 요소와 넓은 무대를 가져와 부분부분 1, 2편의 폐쇄공포적인 강박증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오마주인지 패러디인지 구분 안되는 시리즈 내 반복된 시츄에이션적인 상황은 이 오래된 시리즈에 대한 향수와 유머를 동시에 불러온다. 새로움보다는 과거 전통에 기대겠다는 렌 와이즈먼의 팬 심(FAN 心)도 작용했을 터. 그러나 최근 [트루 라이즈]와 [미션 임파서블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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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시마 츠토무의 '크게 휘두르며'영화|애니|TV 2007. 7. 14. 18:36
스포츠 심리학을 전공한 이력의 여성 동인 작가가 그린 야구 만화라는 사실이 특이하긴 하지만, 원작은 상당히 학원 스포츠물에 충실한 작품이다. 천재적인 재능을 갖춘 아이가 빛을 보지 못하다 팀을 이뤄 성공한다는 아주 고전적인 플릇을 따라가고 있지만, 이 만화에서 중요한 건 이런 스토리가 아니다. 바로 청춘의 땀과 노력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신뢰와 우정이 자리잡고 있는 '소년들의 소중한 시간들'을 디테일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게 장점이다. 히구치 아사가 그린 원작도 아주 재밌지만,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애니매이션 역시 강추할 만 하다. 2007년 4월 신작으로 시작한 이 작품은 연출부터 작화, 캐릭터, 색지정, 음악과 성우 모두 조화롭게 이루어져 극상의 퀄리티를 보여준다. 다소 산만했던 원작의 느낌을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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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욱의 '거침없이 하이킥'영화|애니|TV 2007. 7. 14. 04:40
2007년 상반기 장안에 화제였던 [거침없이 하이킥]이 끝났다. 뒤로 갈수록 멜로 라인을 정리하지 못해 다소 덜컹거리긴 했지만, 초반부 시작은 제목 그대로 거침이 없었다. 어디서나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다양한 계층의 가족 군상을 바탕으로, 독특하고 통통 튀는 개성과 일상적인 에피소드, 온갖 종류의 패러디와 패러다임 뒤틀기 등을 섞어 무궁무진하면서도 변화무쌍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김병욱 PD의 솜씨는 대가라는 말이 전혀 무색하지 않았다. 그의 시트콤은 가부장적인 대가족 중심제의 인물 구성원을 고집하면서도 그 권위와 질서에 대한 전복성과 가치 재해석을 무서워하지 않는 파격적인 설정을 병행해 (때론 위악적이면서 불편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가슴 따뜻한 가족주의를 잊지 않는) 영리한 웃음을 선사하는 동시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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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 치아키의 '쓰르라미 울 적에'영화|애니|TV 2007. 7. 10. 23:45
요새 밤마다 나름대로 열심히 보고 있는 애니. 작년에 방영된 작품이지만 뒤늦게 불붙었다. 나름대로 미소녀 캐릭터 그림체에, 게임 원작이란 소리에, 흔하디 흔한 [셔플]이나 [도키도키 메모리얼]같은 미연시 애니인가 싶었는데, 이런 제길, 완전 호러 서스펜스 납량특선 고어물이었다. 묘사도 설정도 꽤나 센 편. 볼 때마다 닭살이 제대로 든다. 어수선한 전개에 톤이 다소 튀는 게 종종 아쉽긴 하지만, 그럼에도 왠만한 미드 못지 않게 떡밥성이 강해 계속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일본 토속적인 설정과 괴담류의 스토리가 조화돼 만들어내는 무시무시한 분위기도 일품. 이번 달부터 2기 해답편이 방영되고 있어, 나의 쓰르라미 울 적엔 계속 될 듯 싶다. 덧) 쓰르라미가 귀뚜라미 종류인줄 알았다. 무식이 통통 튀는구나. 흐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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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회 미장센 영화제.영화|애니|TV 2007. 7. 2. 02:49
벌써 6회가 되었던가. 잘 나간다 미장센 영화제. CGV라는 멀티플렉스와 빵빵한 후원사, 사람들의 폭발적인 관심 덕인지, 인디 단편 영화제 느낌보단 부산이나 부천 같은 규모있는(?) 영화제 같다. 비가 찔끔찔끔 내려 집에서 뒤구르려고 했지만, 권감독의 권유 겸 초청(?)으로 한 섹션만 보러 갔다. 해외 초청작을 모아놓은 '수퍼 히어로 ; 우리들' 태국, 멕시코, 스페인과 프랑스, 일본 등에서 만들어진 다양한 수퍼 히어로 단편들이 상영됐다. 역시나 사람은 많고, 생각은 다 다르고, 표현 방식 또한 색다르기 그지없는 듯... 그리고 영웅은 백만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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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베이의 '트랜스포머'영화|애니|TV 2007. 6. 28. 23:48
뭐라 말해야 할까. 압도적인 비주얼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직접 보여주는 영화다. 포스터의 카피대로 함부로 상상하지 않는 편이 더 낫다. 상업영화에서 보여줄 수 있는 최극강의 화면빨을 자랑한다. 시나리오와 영화적 완성도를 떠나 이 비주얼 하나만으로도 이 영화의 가치는 대단하다!! 어린 시절 사내아이라면 누구나 상상했을 법한 삼대 로망이 모두 담겨있다. 기가 막힌 메카닉과 쭉빵 미녀 여친, 그리고 이를 뒷받쳐주는 극적인 어드벤쳐. 와우. 무엇이 더 필요하랴. 비주얼의 힘이 이렇게 클 줄이야. 한국에서 상업 영화를 하겠다고 외치는 사람들. 자극 좀 받을 필요가 있다. (사실 자극보다 자괴감이 더 많이 들지도...) 마이클 베이, 너 짱 먹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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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라의 '검은 집'영화|애니|TV 2007. 6. 25. 21:41
기시 유스케의 소설을 읽은 지 꽤 됐지만 그렇게 무섭단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사실 여지껏 공포 소설을 읽으며 그런 생각을 가져 본 적이 없다.) 공포란 사람들마다 성장 과정의 경험에 비추어 일어나는 것과 본능적으로 생존에 대한 위협이 왔을 때 깨닫는 두 가지 경우에 의해 복합적으로 생기는 방어 체계인데, 도무지 픽션에 내 방어 기재 주파수를 맞출 수 없었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원작은 꽤나 찜찜한 기분을 안겨줬었는데, 바로 인간의 탈을 쓴 괴물이 어떤 위력을 갖는지 구체적으로 묘사해냈기 때문이다. 단순히 싸이코패스라는 용어로 정의내리고 분류한 살인마가 공격한다는 것이 아닌, 감정이 없는 인간의 행동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경각심이랄까. (이는 논픽션인 존 더글라스와 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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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양의 '해바라기'영화|애니|TV 2007. 6. 4. 03:54
인생은 되풀이된다. 아버지는 자식을 낳고, 그 자식은 아버지가 된다. 절대 저렇게 살지 않겠다 맹세한 아들은 그가 걸어 온 길을 그대로 걷는다. 꼿꼿했던 뒷모습의 강한 어깨를 보며 절교를 맹세했던 아들이 시간이 지나 마주하게 되는 건 구부정한 뒷모습에 약한 어깨를 가진 아버지다. [해바라기]는 너무나 뻔한 영화다.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뻔한 그 이야기를 진솔하니 담담하게 보여준다는 건 어렵다. 많은 대사와 특별한 상황 없이 보편적인 부자의 정을 큼지막한 붓으로 쑥쑥 그려내는 듯 펼쳐내는 장양의 솜씨는 보통 내공이 아님을 증명한다. 세파에 찌든 아버지의 무게는 중국이나 한국이나 어디나 똑같은가 보다. 그들의 나이가 되어야만 이해할 수 있는 인생의 이타성과 상대성 또한 언제나 잔인하다. 좀 더 일찍 알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