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애니|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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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판석의 '하얀 거탑'영화|애니|TV 2007. 3. 12. 17:35
아니 이렇게 선굵고 파워풀한 작품을 찍었던 연출자가 [국경의 남쪽] 감독과 동일인물이라니 믿기지가 않는다. 워낙 기본 원작의 텍스트가 탄탄했고, 연기자들의 앙상블이 뛰어나긴 했지만, 그럼에도 영상의 모든 책임은 PD와 감독 손에 달린 일. 안판석 PD의 뚝심있고 섬세한 연출력이 없었다면 이런 드라마를 만든다는 건 불가능했을 것이다. 특히나 TV에선 부담스러울 정도로 쑥 들어가는 클로즈업의 과도한 사용은 가뜩이나 힘있는 정치+법정 드라마(?)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특별히 잘 잡은 앵글이나 예쁜 이미지는 없지만, 정직하고 정공법적인 편집과 심리 효과를 극대화시킨 인물 클로즈샷, 한국 상황에 맞춘 해석력과 기존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얘기를 끝까지 해냈다는데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정말 보는 동안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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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철의 '좋지 아니한가'영화|애니|TV 2007. 3. 2. 04:14
[말아톤]의 정윤철 감독의 신작 [좋지 아니한가]를 지난 2월 22일 목요일 밤 9시 시사회로 관람했다. 콩가루 집안의 좌충우돌 블랙 코메디를 표방한 이 영화는 시원한 웃음을 선사하는 건 아니지만, 계속 피식거리게 만드는 묘한 재미가 있다. 딱히 상업적이라 말할 수 없어 감히 일반 관객들에게 추천하긴 힘들 거 같고, [로얄 테넨바움]이나 [녹차의 맛]같은 영화를 좋아한다면 제법 볼 만할 듯. 하지만 다시 한번 내게 상업성과 작품성 사이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어 준 작품이기도 하다. 맨 앞에서 보느라 눈 돌아가고, 허리 휘는 줄 알았다. 맨 뒤에서 서서 보는 게 더 나을텐데. 그놈의 소심함이 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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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테크에 다녀오다 3.영화|애니|TV 2007. 2. 8. 04:26
어제, 아니지 또 하루가 갔으니 그제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마지막 회를 다녀왔다. 상영작은 장 피에르 멜빌의 [그림자 군단 (완전판)]. 애초에 눈이 부어서 가지말까 고민하다 완전판을 필름으로 이번에 안보면 언제 보나 싶어 무리를 해서라도 다녀왔다. 역시나. 멜빌의 영화다웠다. 영화의 성격을 완전히 오해하고 갔다고나 할까. 난 레지스탕스 얘긴 줄 모르고, 그저 범죄 갱스터를 생각하고 갔더니, 느와르 색채의 리얼리즘 다큐멘터리 전쟁 영화더만. 아무튼 리노 벤투라 아저씨는 최고였다. 영화도 최고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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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테크에 다녀오다.영화|애니|TV 2007. 1. 23. 23:35
서울 시네마테크에 가서 '친구들 영화제' 중 김기영 회고전의 [하녀]를 보고 왔다. 그간 여러 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시간이 맞지 않아 포기하던 차에 이번만큼은 반드시 보겠노라 여기던 참이었다. 역시나 기대 이상이랄까. [하녀]는 그로테스크함과 신파, 멜로와 스릴러의 변용이 이뤄내는 오묘한 맛이었다. 지금 이만큼 자신의 색깔과 상업성을 절묘하게 짜집어내는 한국의 감독이 얼마나 될까 싶을 정도로. [이어도]와 [고려장], [육식동물]을 놓친 게 아쉽다. 천천히 만날 기회가 있으려니 그렇게 여기는 수밖에. 누구 말대로 정말 DVD가 나와야 할 감독인듯... 그게 크라이테리언이라면 더할 나위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