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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벨 페라라의 '복수의 립스틱'
    영화|애니|TV 2008. 1. 13.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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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사람들이 복수담에 흥미를 느끼고, 좋아할 수 밖에 없는 건 가장 오래된 함무라비 법전부터 내려오던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라는 원초적인 단죄의 의식이 숨겨져 있기 때문인지 모른다. 심판자의 입장에 서서 용서와 보복이라는 양극단의 결과를 선택하고 선고할 수 있는 복수의 테마는 그런 의미에서 강력한 카타르시스를 지닌 감정의 집약체이자, 절대자를 동경하는 미천한 인간에게 있어 매혹적인 힘의 집약체로 비춰지기도 한다. 현재의 법은 보복주의에서 배상주의로 다소 완화(?)되었다지만, 죄를 지면 처벌받는다는 기본 정신만큼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
     
    하지만 아벨 페라라는 이 고전적이고 드라마틱한 소재에 전혀 관심이 없다. 초기작 [드릴러 킬러]에서도 드러나듯 [복수의 립스틱]에서 그가 집착하는 건 복수의 플롯이 아닌 복수라는 그 행위가 가져다주는 물리적인 힘(폭력)의 중독과 약한 주인공의 내재적인 변화다. 그건 성적 쾌감이자 그 동안 수동적으로 살아오며 감춰졌던 가학적인 욕구의 표출이며, 약자와 강자의 역전성에서 생겨나는 봉건적 계급의 타파와도 맞닿아 있다. 여기에 무정부주의적인 냉소와 충동적인 감정의 발로를 뒤섞어 자신을 해방시켜나가는 여성의 이야기로 치환시켜낸다.
     
    투박하고 거친 만듦새가 때때로 우습기도 하지만, B급 특유의 폭발적인 에너지와 도발적인 이미지만으로도 아벨 페라라의 가치를 인정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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