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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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회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에 가다.영화|애니|TV 2008. 7. 19. 22:22
엄청난 폭우를 헤치며 부천을 향했다. 몇년만에 가보는 영화젠지. 열성적으로 예매하고, 하루에 5편씩 보고, 사우나에서 쪽잠 자고 이런 게 싫어 멀리했던 터라, 여전히 축제 마당같은 북적거리는 풍경들이 낯설고 설익다. 셔틀버스를 놓쳐 송내역에서 소풍까지 걷고, 비에 젖어 땀에 젖어 축축한 몸에, 또 발권하느라 헤매며 간신히 극장 안에 들어가니 몸과 마음이 500그램씩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본의 아니게 선택된 프로그램은 부천 초이스 단편 1. 6편의 각양각색의 단편들이 두 시간 동안 수를 놓는데, 즐거웠다. 각각의 코멘트. 33초. 여러 인물들이 엮이며 33초간의 생과 사에 얽힌 각자의 사연들이 펼쳐진다. [매그놀리아]나 [크래쉬] 등으로 익숙해진, 그래서 뻔하디 뻔한 느낌의 단편. 젤 기대했었는데. 본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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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석의 '강철중 : 공공의 적 1-1'영화|애니|TV 2008. 7. 15. 19:30
공공의 적 3탄에 대한 기대는 강우석이 장진과 만났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에 대한 우려 역시 강우석이 장진과 만났다는 것이다. 이 양날의 칼과 같은 시너지 효과가 이번 년도 최단 기간 400만 관객 돌파라는 흥행을 나았으니 일단 외관상 성공으로 보여지나 둘의 만남은 이걸로 쫑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시리즈를 위해서나 서로의 필모를 위해서, 발전적 관계를 도모하기 위해선 이 잘못된 만남을 바로잡아야 한다. (정말?) 공공의 적은 센 캐릭터가 나와 더 센 캐릭터와 상대하는 격돌의 영화다. 룰도 법도 없이 욕과 우격다짐에 가까운 폭력성(소위 깡따구)으로 악을 처리해 카타르시스를 안겨주는 자경단 영화에 가깝다. 독기 하나만 남아 될때로 되라지 배짱으로 밀어붙이는 강철중의 야수성에 맞서 악당은 젠틀하고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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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버그의 '핸콕'영화|애니|TV 2008. 7. 4. 23:46
기술이 발전하고 새로운 것들이 쏟아지듯, 영화도 진화하며 다양하게 변주된다. 요즘 각광 받고있는 슈퍼 히어로물 역시 지난 몇십년간의 큰 격동기를 지나(전통적인 토대를 쌓아올린 리차드 도너의 [슈퍼맨] 이후, 팀 버튼의 [배트맨]과 브라이언 싱어의 [엑스맨]을 거쳐,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에 이르기까지) 단순한 황금알을 낳는 효자 상품에서 보다 넓고 깊은 스펙트럼을 지닌 - 신화적이고 철학적인 모티브의 '독립적인' 서브 장르로서 확고히 입지를 굳혔다. [핸콕]은 단순한 여름 대작 블럭버스터가 아닌, 그런 의미에서 엄연한 슈퍼 히어로물이다. 사실 슈퍼히어로물의 외피를 뒤집어 썼지만, [핸콕]이 노리는 지점은 믹히 봐왔던 슈퍼 히어로의 자아 성찰이나 개인적인 트라우마 극복기, 혹은 전형적인 권선징악과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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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무르 베크맘베토브의 '원티드'영화|애니|TV 2008. 7. 1. 23:56
'워치' 시리즈로 인상적인 비주얼에 자신 있음을 만천하에 공표한 이름도 어려운 이 러시아 감독은 헐리우드에서도 자신의 색채와 낙인을 전혀 거둘 생각이 없나 보다. 원작 만화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온갖 중력과 물리 법칙들을 무시한 현란한 카메라 워크에, 감성을 거두절미하게 떼어버린 박진감 넘치는 연출력, 그리고 양념으로 안젤리나 졸리나 모건 프리먼, 테렌스 스템프 같은 배우 파워를 얹은 이 단순무식한 - 또다른 슈퍼히어로 무비는 그의 그런 한계와 장점을 동시에 드러낸다. 극단적인 비주얼로 관객들에게 황홀한 패티즘을 안겨주지만 텔링에 대한 마취까지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 히어로의 탄생을 다루고 있음에도 캐릭터의 깊이는 계란 지단처럼 얄팍하고, 암살단의 유구하고 장대한 설정은 자위하다 들킨 아이의 변명만큼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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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오스본 & 존 스티븐슨의 '쿵푸 팬더'영화|애니|TV 2008. 6. 25. 18:31
평화롭기만 하던 강호. 그러나 먹구름이 서서히 몰려오고 그들의 최고수 대사부는 눈을 감는다. 풍전등화에 놓인 강호의 운명. 그들에게 남은 최고수 5인방은 악당에 비하면 한 수 아래. 어찌할 것인가? 막막하기만 한 이때 한줄기 서광이 비추니 그것은 바로 대사부가 점지해준 인물. 그러나 그는 평범하니 별볼일 없는 녀석일 뿐이다. 이럴수가! 좌절하는 그 순간 깨우침을 얻으니 그는 이미 고수였다! 어디서 많이 본듯 한데 중얼거린다면 당신은 무협지 좀 본 사람. 김용과 와룡생 소설 몇권만 들여다 보면 이 같은 스토린 쎄고 쎘다. [쿵푸 팬더]의 재미는 바로 거기에 있다. 그 익숙함을 새롭게 치환해내는 묘미. 바로 주성치의 [쿵푸 허슬]과도 맞닿아있는 지점이기도 한데, 얼마나 많은 원전들을 들고와 자기껏으로 보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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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나이트 샤말란의 '해프닝'영화|애니|TV 2008. 6. 15. 23:48
샤말란 영화의 빅재미는 소박한 이야기를 견고하게 쌓아나간 드라마와 훌륭히 직조된 캐릭터 조화에서 뿜어져 나온다. 죽이는 설정과 정신을 한방에 쏙 빼놓는 설정이 다는 아니라는 소리다. 게다가 할리우드에선 그 흔한 삐까리 뻔쩍 하는 CG 도배없이도 인상적인 시퀀스 연출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긴장과 이완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관객을 몰아가는 솜씨는 30년 알프스 공인 양치기 저리가라 할 정도. 그런 그가 최근 슬럼프에 빠진 듯 하다. 여전히 좋은 소재에, 간간히 멋진 연출 테크닉을 구사하지만, [해프닝]엔 앞서 말한 샤말란의 장점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드라마와 캐릭터들의 깊이가 사라지자, 입체적이고 구체적이었던 샤말란의 매직은 스펀지 2.0에서 알게 된 마술 비법 마냥 초라하고 단촐하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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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스필버그의 '인디아나 존스 -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영화|애니|TV 2008. 5. 24. 19:40
19년만의 귀환에 어떠한 토도 달 수 없었다. 이건 [미이라]나 [툼레이더], [내쇼널 트레져]가 아니라 오리지널 '인디아나 존스'니까. 환갑을 넘긴 해리슨 포드가 여전히 채찍을 휘두르고, 언제나 신나는 존 윌리암스의 팡파레가 울려퍼지며, 스필버그식 유머와 긴장이 가득한 액션 시퀀스가 펼쳐진다. 그들만의 진짜 쇼타임이 시작되는 것이다. 팬픽에 가까운 코엡의 각본은 로렌스 캐스단이나 제프리 보엠이 매만졌던 전편들에 비해 다소 안타까운 수준이지만, 인디의 묘미는 언제나 싸구려와 메이저를 오가는 안티 히어로즘과 기독교적 세계관을 관통하는 불균질한 밸런스에 있기에 내용은 상관없다. 성궤가 되었건, 성배가 되었건, 악마의 사원에 가던, 수정 해골을 찾던 인디가 떠나는 모험은 언제나 흥미진진하리라는 걸 알기에 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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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쇼스키 형제의 '스피드레이서'영화|애니|TV 2008. 5. 13. 00:29
워쇼스키 형제(남매?)의 욕심은 단순했다. 실제 배우들을 데리고 애니메이션을 찍어보는 것! 만화 원작의 영화를 만드는 것이 아닌, 영화배우가 나오는 만화영화를 만들겠다는 야심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놀랄만큼 성공적이다. [스피드 레이서]는 그 어떠한 만화 원작의 영화보다도 더 만화적이고, 에네지틱하며, 키치적이다. 문제는 그 장점만큼이나 단점도 너무 쉽게 드러난다는 점이다. 중력의 영향을 받는 3D 입체적인 배우가 평면적이고 과장적인 2D 셀화 속 이야기로 들어가버리자 케이크를 안주로 먹는 소주 마냥 이질적이고 느그러운 맛을 안긴다. 이는 생소함과 불편함으로 이어지며 캐릭터에 대한 정서적 몰입감을 방해한다. 화려한 비주얼과 스피디한 박진감이 전반에 걸쳐 펼쳐지며 눈을 마비시키지만, 아직까지 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