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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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시스 로렌스의 '나는 전설이다'영화|애니|TV 2007. 12. 16. 02:51
나이 든 사람들에겐 사극 배우로 익숙한 찰톤 헤스톤을 난 디스토피아 SF의 비극적 영웅으로 기억한다. 어린시절 TV에서 봤던 [혹성탈출]과 [소일렌트 그린] 그리고 [오메가 맨]의 고뇌에 찬 눈빛과 암울한 그의 좌절을 잊을 수가 없었기에. 그래서 윌 스미스 주연으로 [오메가 맨]이 리메이크 된다 했을 때 영화의 분위기를 상상할 수 없었다. 나의 로버트 네빌은 그렇지 않아. 당장이라도 랩을 읊조릴 것 같은 블랙 슈트 출신의 흑인이 아닌 미국 총기협회 회장인 벤허란 말이다!! 솔직히 [오메가 맨] 자체도 리차드 매드슨의 뛰어난 원작에 비한다면 이상하게 각색된 작품이지만, [나는 전설이다]는 아예 원작의 의도와 180도, 안드로메다 성운까지 거리만큼이나 떨어져 있다. 네빌이 전설이 되는 의미 자체가 아예 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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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저메키스의 '베어울프'영화|애니|TV 2007. 11. 24. 23:08
로버트 저메키스의 장점은 테크놀로지와 이야기의 결합을 균등하게 이룰 수 있다는 데 있다. 이미 놀랄만한 비주얼과 기가 막힌 이야기가 판치는 할리우드에서 어느 하나만 잘해도 살아남기 힘든데, 저메키스는 탁월한 포지셔닝과 능력으로 선배들과 달리 자신만의 색깔을 창출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제임스 카메론과 조지 루카스와는 전혀 다른 사실적 테크놀로지의 미학을 선보이는 그는 (다분히 아메리칸 스타일이긴 하지만) 대중 지향적인 시점과 판타지의 경계 사이에서 놀랄만한 작품들을 만들어냈다. [베어울프]는 그 정점에 올라선 작품으로 여전히 자신의 장기를 유감없이 펼쳐보인다. 이야기는 특별할 게 없다. 너무나 잘 알려진 서사시이기에. 그러나 닐 게이먼과 로저 에이버리가 쓴 각본은 익숙한 베어울프 이야기에서 살짝 관점을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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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정의 '궁녀'영화|애니|TV 2007. 10. 21. 06:02
장르의 혼용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나뉘는데, 첫째 만드는 사람이 장르 자체에 익숙하지 않거나, 둘째 장르에 맞지 않은 이야기나 설정을 결합해 장르의 색채가 파괴되기 때문이다. 장르는 일종의 규칙이고, 컨벤션이다. 리듬과 템포, 형식이 있기에 그걸 맞춰주거나 무너뜨리고, 엇박으로 갈 때 재미가 느껴진다. (그런 의미에서 노련한 감각이나 센스 없이는 장르 영화 연출하기란 쉽지 않다) 아울러 이종교배에서 오는 재미 역시 그 둘의 이질적인 표피가 남아있기에 가능한 거다. 아쉽게도 [궁녀]는 후자의 실수를 범한다. 추리물 이야기에 공포물 이야기을 섞어 장르의 규칙이 깨진 셈이다. 물론 [혈의 누]나 [극락도 살인사건], 혹은 딕슨 카의 많은 추리소설이 그렇듯 성공한 좋은 예도 있다. 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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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우의 '성공시대'영화|애니|TV 2007. 10. 17. 05:19
대단하다. 그 말밖엔 안나온다. 20년전 영화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시대를 앞서간 발상과 실험적인 연출력을 보여준다. 장선우의 실질적인 데뷔작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영화는 그의 천재성을 만천하에 똑똑히 입증해 보인다. 화질이 구리고, 표현방식 또한 지금보면 촌스럽지만, 이 영화가 가진 생명력까지 빛을 잃는 건 아니다. 성공을 쫓는 인간의 야망과 처세, 그리고 전쟁과도 같은 기업 생리를 풍자적으로 묘사해낸 솜씨는 지금도 유효하다. 시대를 담아낸 영화이자 시대를 예측한 고전인 셈이다. 이 영화를 시작으로 그는 5년간 걸작들을 쏟아냈다. 젊은 안성기의 날이 선 모습은 마치 양조위를 보는 듯 하고, 이혜영 역시 지금의 대찬 느낌보단 풋풋한 매력이 있다. 그 외 정성모, 여균동, 나한일, 김나운, 정부미, 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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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만의 '인사이더'영화|애니|TV 2007. 9. 21. 19:05
몇번씩 보게 되는 영화들이 있다. 연례 행사처럼. 볼 때마다 새롭고, 감탄하며, 음미하곤 한다. 내게 [인사이더]는 그런 영화다. 99년 개봉한 이례 꾸준히 그래왔다. 미니멀하면서도 힘 있고, 묵직한 맛이 배가 되는 뚝배기 같은 영화. 보고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주먹에 힘이 꾹 쥐어지곤 한다. 물론 마이클 만 감독의 영화들이 대체적으로 그러하지만, [인사이더]는 인상적인 액션이나 비주얼적인 시퀀스 자체가 없음에도 더 자주 보게 만드는 힘을 가졌다. 시종일관 인물의 얼굴을 극단적으로 담는 핸드헬드 카메라는 진실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는 두 캐릭터의 고뇌를 그려낸다. 얼굴은 감정의 창이다. 그러나 알 파치노와 러셀 크로우는 풍부한 표정을 보여주지 않는다. 단지 피곤에 젖은 눈과 답답함에 꾹 다문 입술의 무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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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그린그래스의 '본 얼티메이텀'영화|애니|TV 2007. 9. 21. 03:45
본 시리즈가 마침내 최종장에 도달했다. 로버트 러들럼 원작의 궤적에 따르면. 하지만 영화는 엄연히 소설과 다르다. 본의 기억 찾기는 끝이 났지만 흥행에 비춰본다면 이제부터가 시작이 될지 모른다. 사람들은 그 빌어먹을 인기를 가만 놔두지 않으니까. [본 얼티메이텀]은 영리한 영화다. 1편과 2편이 쌓아왔던 길을 고스란히 밟으며 욕심 부리지 않고 끝을 향해 묵직하게 나아간다. 추적이라는 기본 테마에 방점을 찍고, 현실감 넘치는 긴장을 선사하는데 인색하지 않다. 본은 자신의 과거의 기억을 쫓고, CIA는 그런 본을 쫓고. 구조와 이야기는 모두 그런 추적 구조를 효과적으로 쌓아올리기 위해 존재할 뿐, 그 외 상황들은 모두 맥거핀이다. 단순하지만 다이나믹하고, 직선적이며 또 효과적임을 부인할 수 없다. 이는 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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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엘 하프스트롬의 '1408'영화|애니|TV 2007. 8. 5. 03:38
스티븐 킹의 단편을 원작으로 삼은 이 영화는 대단한 야심 하나 느끼지지 않지만, 매끈하게 잘 뽑아진 소품이다. 설정의 훅(Hook)은 어디선가 많이 들은 듯 친숙하지만 강력하고, 공포의 완급조절을 효과적으로 해나가는 미카엘의 연출력 또한 탁월하다. 가히 1인극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분주히 광기와 현실 사이를 오가는 존 쿠샥의 열연이 눈에 띄며, 짧은 분량이지만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샤뮤엘 L. 잭슨 역시 최고다. 모든 조합들이 훌륭하게 어우러졌다고나 할까. 고어적 효과가 적은 편이라 그간 트렌드처럼 쏟아지던 고어틱한 호러물들에 비해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귀신들린 집의 장르적 컨벤션을 적절히 활용하고 있고, 킹 월드의 단초들을(샤이닝, 공포의 애완동물묘지, 나이트 플라이어 등)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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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베이의 '트랜스포머'영화|애니|TV 2007. 6. 28. 23:48
뭐라 말해야 할까. 압도적인 비주얼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직접 보여주는 영화다. 포스터의 카피대로 함부로 상상하지 않는 편이 더 낫다. 상업영화에서 보여줄 수 있는 최극강의 화면빨을 자랑한다. 시나리오와 영화적 완성도를 떠나 이 비주얼 하나만으로도 이 영화의 가치는 대단하다!! 어린 시절 사내아이라면 누구나 상상했을 법한 삼대 로망이 모두 담겨있다. 기가 막힌 메카닉과 쭉빵 미녀 여친, 그리고 이를 뒷받쳐주는 극적인 어드벤쳐. 와우. 무엇이 더 필요하랴. 비주얼의 힘이 이렇게 클 줄이야. 한국에서 상업 영화를 하겠다고 외치는 사람들. 자극 좀 받을 필요가 있다. (사실 자극보다 자괴감이 더 많이 들지도...) 마이클 베이, 너 짱 먹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