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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터 버그의 '핸콕'
    영화|애니|TV 2008. 7. 4.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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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술이 발전하고 새로운 것들이 쏟아지듯, 영화도 진화하며 다양하게 변주된다. 요즘 각광 받고있는 슈퍼 히어로물 역시 지난 몇십년간의 큰 격동기를 지나(전통적인 토대를 쌓아올린 리차드 도너의 [슈퍼맨] 이후, 팀 버튼의 [배트맨]과 브라이언 싱어의 [엑스맨]을 거쳐,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에 이르기까지) 단순한 황금알을 낳는 효자 상품에서 보다 넓고 깊은 스펙트럼을 지닌 - 신화적이고 철학적인 모티브의 '독립적인' 서브 장르로서 확고히 입지를 굳혔다. [핸콕]은 단순한 여름 대작 블럭버스터가 아닌, 그런 의미에서 엄연한 슈퍼 히어로물이다.
     
    사실 슈퍼히어로물의 외피를 뒤집어 썼지만, [핸콕]이 노리는 지점은 믹히 봐왔던 슈퍼 히어로의 자아 성찰이나 개인적인 트라우마 극복기, 혹은 전형적인 권선징악과는 거리가 멀다. 고대 신화의 영웅담으로 풀어낸 서사극도 아니고, 프로이드적 자아분열과 복장 도착 증후군을 다룬 것도 아닌, 그저 아주 작은 소품의 러브 갱생기(更生記)일뿐이다. 지구 평화와 악당 말살이 주 목적이 아닌 모두가 싫어하는 반영웅(anti-hero)을 통해 사랑과 관계에 대한 믿음과 아픔을 이야기 하는 말랑말랑한 코미디인 것이다. 그럼에도 영웅담의 본문을 잊지 않는 '핸콕'의 영리함은 수십년간 이어져 내려온 슈퍼 히어로물 장르 자체의 발전에서 오는 노련함에 기인한 것이 아닐까.
     
    이제는 [아이언 맨]의 기본기, [원티드]라는 돌연변이, [핸콕]의 까칠한 변주와 [다크 나이트]의 진중함 등 여러 느낌들을 소화해내는 할리우드산 슈퍼히어로 대공습에 하루 빨리라도 우리 히어로들을 만나보고 싶다. 가입금 납입 문제로 빌빌거리는 우리 히어로즈가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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