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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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무의 '쇼핑몰 사장학'책|만화|음악 2010. 10. 17. 06:07
산다는 게 참 쉽지 않다. 출퇴근 지옥에, 상사 눈치보랴, 실적 생각하랴, 여기저기 깨지고, 치이고, 줄서느라 인생의 꽃같은 시간 허비하고 있으면 왜 이러고 사나 한탄이 절로 새어나온다. 마음 같아선 면전에 대고 서류 한 바가지씩 뿌리며 갖은 욕설을 양념 삼아 해대는 상사에게 사표 한 장 흔들며 쿨하고 과감하게 나 관둔다! 소리쳐주고 고개 빳빳하게 나오고 싶은데, 그렇게 원하던 프리랜서가 되는 순간 당장 닥치는 막막한 생활고가 할리우드 왠만한 공포영화 뺨칠 정도로 무섭기 그지없는 세상이다. 그렇다고 덮어놓고 장사를 시작할 수 없는 일. 냉랭한 시베리아 기단의 칼바람처럼 매서운 물가 상승 앞에서 남의 호주머니 속 세종대왕님을 내 통장으로 모셔오기란 메시가 드리볼 하는 공 뺏어오는 것 만큼이나 힘들 게 뻔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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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外의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두 번째 방문'책|만화|음악 2010. 9. 30. 23:48
내 집을 장만해 이사온 아파트에 알 수 없는 소음이 들려온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 캠코더로 찍히는 여인의 정체는? 길 위에서 만난 여자에게 납치되는 남자. 꿈꾸는 기계 속에 들어간 데이트 커플. 몸 전체에서 일어난 알 수 없는 통증으로 변해가는 남자. 크리스마스에 시작되는 산타의 피의 보복. 전신마비 환자에게 닥친 줄어드는 아파트. 불법 이민간 부부의 힘겨운 타지 투쟁기. 그리고 산장 속의 살육 돌림빵. 9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한국 유일의 공포 단편선 시리즈 시즌2. 명백을 이어나가는 건 좋지만 시각적이고 말초적인 공포에 편중된 들쑥날쑥한 기량이 아쉽다. 사지절단 피칠갑의 고어와 단적인 설정만이 무서움이 될 수는 없는 법, 오컬트와 이상심리, 악마주의와 고딕, 민담설화 등에 걸친 다양한 스타일의 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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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중의 '비어 헌터 이기종의 유럽맥주 견문록'책|만화|음악 2010. 9. 21. 05:31
다리 부상 이후 알콜을 전혀 입에 대보지 못한 관계로, 술에 관계된 책이라도 읽으면 그런 갈망이 좀 가시겠지 싶어 집어들었는데 오판이었다. 세상에 이런 둘도 없는 미련한 짓이라니. 한밤중에 음식 짤방 보고 잠 못이루는 밤을 맞이하는 기분에다 때 마침 열어놓은 창문 틈으로 전기통닭 냄새가 스며드는 꼴이었다. 눈으로 그리고 활자로 읽는 맥주의 부드럽고 알싸한 목넘김이란 참 메마른 체험이도다. 귀에선 벌써 쏴아아 하니 탄산이 올라오는 환청이, 손에는 공기와 맞닿아 촉촉히 이슬이 맺히는 기분좋은 착각이 생생했다. 목울대가 절로 젖혀지며 마른 침이 넘어가는 나는야 디오니소스의 승냥이. 오 제발 한 모금이라도 실제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게 만드는 책이다. 이렇게도 실감나게 써놓으면 읽는 사람들은 어찌하라고. 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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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런 코벤의 '결백'책|만화|음악 2010. 9. 9. 23:45
전과를 저지른 남자가 새출발을 마음 먹고 여자랑 결혼한다. 근데 이 여자 수상하다. 누가 할런 코벤 소설이 아니랄까봐 벌써 도입부부터 사람을 잡아끄는 설정이 눈에 띈다. 뒤통수 치는 반전? 당연히 있다. 심플한 설정과 달리 비비 꼬아놓은 구조는? 물론. 그게 없으면 이 두께의 코벤 소설이 나올 수 없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궁금증의 기차놀이는 여전하고, 떡밥 던지는 솜씨는 제프리 디버 못지 않다. 근데 슬슬 그의 패턴이 익숙하다. 공식도 빤히 드러나는 것 같고. 해피엔딩은 즐겁게 책을 덮을 수 있게 하지만 휘발성이다. 그 즉시 전작이었던 [영원히 사라지다]와 내용이 헷갈리기 시작한다. 근데도 붙잡으면 끊임없이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결말 뻔히 알고 보는 통속적인 할리우드 비짜 스릴러 영화들처럼. 예전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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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의 '뉴욕을 털어라'책|만화|음악 2010. 9. 8. 23:55
이 양반의 단선적이지만 파워풀한 플롯과 벼룩의 낯짝까지도 팔아치울 것 같은 냉랭함이 엿보인 [인간사냥]이란 작품을 정말이지 좋아했다. 학창시절 내게 레이먼드 챈들러가 교과서라면, 리차드 스타크(웨스트레이크의 필명이다!)는 참고서였다고나 할까. 얼음장을 맨발로 걷다 걸린 동상처럼 화끈하면서도 차거운 시니컬함은 그간 내가 존경하던 청교도적인 도덕관의 캐릭터들을 저 멀리 발로 뻥 차버렸다. 나쁜 남자가 인기 끌수도 있음을 그 때 어렴풋하게 깨달은 건지도 모르겠다. 우습게도 도트문더가 처음 나오는 [뉴욕을 털어라]는 [인간사냥]과 정반대 지점에 있는 - 데칼코마니 버전에 가까웠지만, 극은 극으로 통한다고 이 작품 역시 너무나도 맘에 들고 말았다. 하나의 보석을 훔치기 위해 무려 전시관, 감옥, 경찰서, 정신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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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 컨의 '업 인 디 에어'책|만화|음악 2010. 8. 29. 23:10
영화 '인 디 에어'가 보다 라이언 빙험의 개인사에 초점을 맞춰 현대인의 초상을 서글프고도 라이트하게 풍자했다면 원작 '업 인 디 에어'는 보다 직설적이고도 신랄한 화법으로 보편화된 비즈니스맨들의 일상사를 시니컬하게 비꼬는 데 주력한다. 파편적이고 단절된 빙험의 1주일간의 일정을 쫓아가며 그가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과 사건들을 통해 삶에 대한 성찰과 비판에 대한 기회를 던져주는 셈이다. 영화에서 중심적으로 나왔던 나탈리와 알렉스의 얘기는 아예 없거나 굉장히 축소되었고, 중심축이 되는 여동생의 결혼식은 다른 의미로 변질되었는데, 원작의 호불호를 떠나 아예 새롭게 이야기를 짜넣은 제이슨 라이트먼이 얼마나 좋은 각본가인지 새삼스레 찬탄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월터 컨의 차겁고 건조한 시선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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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런 코벤의 '페이드 어웨이'책|만화|음악 2010. 8. 25. 23:13
농구에서 상대 수비를 등지고 살짝 움직이면서 거리를 측정하고 점프와 함께 상체를 뒤로 젖혀 쏘는 페이드 어웨이 슛은 꽤나 고난이도의 기술과 체력을 요한다. 일단 체공시간이 길어야 하며, 슛블록을 피해 상체가 젖혀지는 만큼 폼도 무너지기 쉽고, 본인이 리바운드에 참여하기 더디기에 무엇보다 정확해야 하기에. 허나 적중률만 높다면 수비를 완벽히 제칠 수 있는 장점 덕에 막기 어렵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단의 주특기가 바로 이것이었다. 농구장에선 비록 부상 때문에 한물 간 퇴물 선수로 전락하고 말았지만, 추리 영역에 들어서선 파트너 윈과 함께 효과적인 픽앤롤 플레이로 페이드 어웨이를 구사하는 마이크 볼리타 시리즈 3탄의 제목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일개 농구선수의 실종으로 시작된 간단한 사건은 전혀 연관없어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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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코 타케마루의 '인형, 탐정이 되다'책|만화|음악 2010. 8. 24. 23:24
제목 만큼이나 발랄하고 경쾌한 추리 단편집. 복화술사를 등장시켜 탐정役을 인형에게 준다는 세팅은 새삼스러울 게 없지만, 그 인형이 독자적인 인격을 지니고 있고 또 주인공 자체가 심각한(?) 해리성 장애를 보인다는 파격이 비슷한 류의 소설들보다 한걸음 나아간다. (보통 범죄자들이 이런 경우가 많지않나?) 따라 가볍게 읽히는 동시에 조금은 어둡고도 불안한 그림자가 언뜻 스치는데, 아무래도 시리즈의 첫 편이 되다보니 트릭과 심리 묘사보단 인물 관계와 분위기를 자아내는 데 집중한다. 다소 무리일수도 있는 설정을 천연덕스럽게 밀어붙이는 아비코 타케마루의 능청이 귀엽다. [살육에 이르는 병]에선 눈 씻고 찾아봐도 핏빛고어의 향연만 펼쳐지더만. 장편도 또다른 단편집도 계속 나올 모양인데, 이런 코지미스터리를 즐기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