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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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인생 개조 중.잡담 2016. 7. 25. 14:13
작년에 하혈을 동반한 바이러스성 장염으로 고생하고, 며칠전 게실염으로 10여일간 입원한 이후 식습관과 생활 습성에 대해 근본적이고도 대대적인 개혁을 단행했다. 어릴 때와 달리 이대로 막(은 사실 아니고 대충 하루하루를 비루하게 버티며) 살다간 조만간에 불의의 객이 될 수 있겠다는 공포심 반, 체념 반이 어우러진 결과였다. 사실 술 담배도 안하고 과도한 향락과 향음에 빠져 살지도 않는, 반 오덕 반 구도자적인 삶을 살았다 자부해왔지만, 과식과 거식을 혼용하고, 붉은살 단백질을 과도하게 사랑하며, 몸의 수분 대부분을 탄산으로 채워둔 채, 시차 8시간 이상 차이나는 생활을 영위해왔더니 어느새 망가져버린 느낌이다. 교정 막바지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제대로 씹지 못하는 나날이 이어지고 있는 터라 체중은 60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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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IN을 시작했다.잡담 2016. 1. 11. 05:29
PLAIN을 시작했다. 아니 시작한진 사실 꽤 됐다. 작년 8월달부터 그냥저냥 찍은 사진들을 올려 댔으니 반년이 넘어간 셈이다. 포스팅도 100개를 훌쩍 넘겼다. 호기심에 앱을 깐 게 발단이었다. 아무 것도 안 하자니 너무 휑하고, 하루에 하나씩 오가며 찍었던 사진들을 올리다보니 일상의 소소한 기록장이 되었다. 스냅사진에 긴 감상도 오글오글하고, 짧게 단어나 한 문장 안에서 해결하니 부담감도 없던 것 같다. 강남 핫플레이스 같은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 비하면 플레인은 마치 동네 변두리에 새로 지어진 전세집 같다고나 할까. 갑자기 다음카카오에서 확 서비스를 접어버리진 않을까 그게 조금 두렵긴 하지만, 그 전에 내가 먼저 싫증낼 거라 위안 삼고 있다. 진짜 할 일 없으면 한번 들러 주시길. 따...딱히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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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못 버리는 사람.책|만화|음악 2014. 1. 6. 23:15
년초에 책을 선물 받았다. 아무것도 못 버리는 사람. 준 사람 역시 아무것도 못 버리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정작 나보고 꼭 읽어봐야 되는 책 같다며 서슴없이 건넸다. 자신은 이 책을 시작으로 버리는 연습을 하려고 한다고 했다. 내 생각엔 이 책만 버리려던 게 아니었을까. (차라리 쓰레기통에 버리란 말이다, 날 주지 말고!) 당연히 함부로 잘 못버리는 나로선 수중에 들어왔으니 책장 한 구석에 꽂아두긴 할 거 같은데, 사실 마음 같아선 나 역시 이걸 준 사람처럼 타인에게 슬며시 건네주고 싶었다. 이런 선정적인 제목이 한없이 착한 사람인 나를 불편하게 만든다. 게다가 풍수와 함께 하는 잡동사니 청소라니. 대체 버리는 것에 풍수가 왠 말이냐. 정리정돈에 이런 가당치 않은 이론과 이유를 덧붙여 냉정하게 연을 끊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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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한 방종.잡담 2013. 9. 22. 16:21
온몸이 너덜너덜하다. 모처럼만에 받는 치과 신경치료도 그렇고, 며칠전 비가 많이 오던 날 거리에서 자빠져 오른쪽 무릎이 공포스러울 정도의 청보라색으로 물든 것도 그렇고, 추석 연휴부터 급성장염에 걸려 순식간에 2-3kg가 빠진 채 아무것도 못먹고 있는 탓도 크다. 아 그러고보니 추석전날 가벼운 접촉사고도 났다. 멀쩡히 신호대기 중인 차를 들이박은 에쿠스 아주머니 운전자. 뒤에서 받은 충격으로 짧은 찰라 뒷목을 부여잡았다. 속부터 겉, 아래서부터 위까지 성치않은 데가 없다. 주의하고 신경쓴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되어버린 몸, 그저 주인을 잘못 만난 죄이려니 여겨야 하나. 아끼고 잘 가꾸어도 100년이 갈까 말까 한 몸뚱아리인데, 아직 반도 쓰지 못했는데 벌써부터 이 모양이라니 답답하기 그지 없다. 몸을 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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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은 힘들어.잡담 2013. 2. 25. 03:10
2월초 조금 아프고 나서 부쩍 건강에 관심이 생겼다. 그렇다고 뭐 특별히 관리모드로 돌아섰다든가 케어를 받는다는 수준은 아니고, 그저 말 그대로 얄팍한 관심 한 점이 머릿속에 들어섰을 뿐이다. 어쩌면 어떤 경계나 위험을 본능적으로 감지한 건지도 모르겠다. 나이가 조금 드니 예전과 다르게 어떤 매직 힐링(?) 포션을 써도 회복에 시간이 더 걸리고, 쉽게 쪘던 살도 쉽게 안 빠진다. 처음엔 ‘어 이거 뭐지?’ 삐거덕거리는 항상성에 당황스러웠는데, 덤덤하게 받아들이니 건강이란 단어가 이제야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 셈이다. 운동도, 철야도, 그 어떠한 일도 예전과는 조금 다르게 운용할 필요가 있다는 걸 몸소 배우고 있다. 대부분 사람들은 이 나이 때에 결혼을 한다던가, 애가 태어나 자연스레 생활과 습관이 크게 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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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다, 디지털 컨버터.잡담 2012. 11. 21. 23:47
아날로그 방송이 오는 12월 31일 종료된다. 이미 수도권을 제외한 모든 곳이 종료됐다고 하니 어쩌면 이런 푸념도 때늦은 뒷북인지 모른다. 이미 남들은 LED TV다, 3D LCD다, 하다못해 PDP나 케이블 혹은 위성을 달아 디지털 방송을 보는 편인데, 아직까지 감시용 편집용 모니터에 비디오와 쌍팔년도 V자 안테나를 연결해 아날로그 방송을 시청해왔던 내게 연말 송출 중단은 꽤나 심각한 현안이었다. TV를 한 대 장만하자니 철저한 서민 코스튬을 지향하는 나로선 경제적 출혈이 장난 아니고, 케이블이나 위성을 신청하자니 가뜩이나 폐인 증상을 보이는데 크리티컬 포인트를 선사할 것 같고. 고민과 고민 끝에 (황송하게도) 정부가 4만원이라는 거금을 선뜻 옛따 지원해준다는 디지털 컨버터를 우체국에 달려가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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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속항해술.잡담 2012. 9. 27. 04:51
비행기가 요란한 굉음을 내며 날아갔다. 소리에 비해 속력은 빠르지 않았다. 노인학교 컴퓨터 실습실에서 보이던 마우스질만큼 더딘 속도였다. 마우스 포인터처럼 작았지만 무게감이 느껴지는 움직임이었다. 노인들의 팔에서도 종종 그런 느낌을 받았다. 세월의 무게감이었다. 오랜 시간에 걸쳐 다져진 신중함과 새로운 걸 받아들이는 두려움과 경이가 섞여 의지의 속도를 경감시켰다. 신경의 무던함과 근육의 낡음도 한몫했다. 그들의 느림은 처량했다. 여유조차 구질구질하게 다가왔다. 느림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남은 건 슬픔뿐이었다. 굼벵이같은 비행기가 늦여름의 짜증을 더했다. 유난히 큰 소음이 존재감을 부각시켰고, 느림을 강조했다. 비행기는 원래 빠름빠름빠름 하며 지나가야 되는 거 아닌가. 그러나 저 파란 하늘을 유유히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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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 그 무더움에 대하여.잡담 2012. 8. 7. 03:09
불볕이다. 94년 이후 최고의 서울 더위라는데, 젊음의 혈기가 그 온도보다 더 불을 뿜었던 그땐 사실 그리 더운 줄 모르고 죽어라 농구만 했던 기억이 선하지만, 지금은 좀 버티기가 많이 힘들다. 나이가 들면 경험도 많고 연륜이 쌓여 참을성도 늘어날 법하지만... 쥐뿔! 40도에 육박하는 방 안에 앉아 책이라도 읽거나 모니터라도 바라보고 있으려면 어느새 정신을 잃고 의자에 녹아 달라붙고 만다. 간신히 의식을 차리고보면 타임워프라도 한 양 시간이 후딱 증발해있다. 샤워하고 물 먹고 정신 잃고 샤워하고 물 먹고 정신 잃고가 무한 루프로 돌아가는 하루가 이젠 끔찍하다. 이글이글 작열하는 태양 아래 유일하게 남은 내 희망과 용기마저 쉬 녹아버릴까 두렵다. 같이 맞불 놓기에 이 나이는 연일 지속되는 35도의 날씨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