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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속항해술.
    잡담 2012. 9. 27. 04:51


    비행기가 요란한 굉음을 내며 날아갔다. 소리에 비해 속력은 빠르지 않았다. 노인학교 컴퓨터 실습실에서 보이던 마우스질만큼 더딘 속도였다. 마우스 포인터처럼 작았지만 무게감이 느껴지는 움직임이었다. 노인들의 팔에서도 종종 그런 느낌을 받았다. 세월의 무게감이었다. 오랜 시간에 걸쳐 다져진 신중함과 새로운 걸 받아들이는 두려움과 경이가 섞여 의지의 속도를 경감시켰다. 신경의 무던함과 근육의 낡음도 한몫했다. 그들의 느림은 처량했다. 여유조차 구질구질하게 다가왔다. 느림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남은 건 슬픔뿐이었다. 굼벵이같은 비행기가 늦여름의 짜증을 더했다. 유난히 큰 소음이 존재감을 부각시켰고, 느림을 강조했다. 비행기는 원래 빠름빠름빠름 하며 지나가야 되는 거 아닌가. 그러나 저 파란 하늘을 유유히 나는 녀석은 돌고 돌고 또 돌아가는 자신을 보는 듯 했다.

    - 저속항해술 3장 12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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