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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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잡이에게 여분의 안경은 필요조건이지.잡담 2012. 7. 4. 04:56
계속 끼고 다니던 안경에 흠집이 생겼다. 미세한 가느다란 실금이 눈동자 위에 살짝 붙은 눈썹 마냥 신경이 쓰이길래 안경을 갈았다. 마침 귀 뒤도 자꾸 닿아서 아프기도 하고. 집에 굴러다니던 뿔테에 알을 넣었다. 백범 선생 안경처럼 동그란 게 좀 낡아보인다. 어머니가 바자회를 돌다 맘에 드는 것도 없고 마침 싸길래 집어왔다는데 이렇게 써먹을 줄을... 은근 기대하고 있었다. 농구하면서 1년에 한번씩 안경을 갈던 예전같진 않지만, 20년 넘게 안경잡이로 살아온 내게 여분의 안경은 필요조건이다. 렌즈를 껴보는 것도, 수술하는 것도 편하고 좋아보이련만, 아직 눈동자에 직접 손댄다는 사실이 익숙치 않다. 그러고보니 살면서 안약 한 번 제대로 넣어본 적 없다. 가짜 눈을 달고서 진짜 나쁜 눈을 보호하며 살았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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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정기승차권을 끊었다.잡담 2012. 3. 8. 16:59
지하철 정기승차권을 끊었다. 고딩 시절 통학을 위해 마그네틱 정기권을 끊은 이후 처음이다. 카드로 충전하게 된 다음부터 정기권이란 게 따로 존재하는지도 몰랐는데, 그 만큼 일상이 달라진 건 아닐까 살짝 설렌다. 큰 변화야 있겠냐만은 그래도 이런 기회가 주어졌단 사실에, 짧지만 조금 다른 길과 미묘한 내 판단에 힘을 실어보련다. 쉬 피곤하고, 좀 뻘쭘하며, 확 다른 기분도 오랜만에 느껴보는 듯. 예전엔 겁도 많았지만 저지르기도 많이 했는데, 이제는 자꾸 무덤덤해지려는 감정의 게으름이, 끊임없던 시도의 퇴화가 제일로 섭섭하다. 익숙함을 버리고 두근거림을 간직하자. 이런 기분을 꾸준히, 정기 승차권처럼 이용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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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의 '최악'책|만화|음악 2010. 7. 30. 18:42
폭염주의보까지 발표되는 한 여름, 에어컨도 없는 찜통 같은 방안에서 끈쩍거리는 침대 위에 누워 이 책을 읽는다는 건 미친 짓이었다. 암만 [폴링다운] 같은 영화를 좋아하는 나이지만, 그래도 거기선 마이클 더글라스가 폭발이라도 했지, 이건 주인공 세 명에게 교대로 닥치는 최악의 상황이 그저 끔찍하고 잔인하기만 하다. 그나마 완전히 비극적 결말로 치닫지 않아 다행이라 여겼을 뿐, 짜증 폭발에 불쾌지수 만땅 심어주는 이 가학적인(?) 성향의 소설은 상상 이상의 피곤함과 극심한 현실무력감을 선사했다. 현실이 다 그렇지 뭐. 그런 투덜거림과 함께. 그간 내가 알던 오쿠다 히데오 소설이 아니기에...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 (으엉?) 이 여름 진짜 최악으로 치닫고 싶다면 펼쳐라. 이열치열의 묘미를 선사할듯. 핫핫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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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덴바덴에서 날아오른 비둘기.잡담 2010. 1. 30. 03:21
날씨가 차갑다. 구제역이 성화다. 서해안에 총성이 울리고 이청용은 날라다닌다. 능력없으면 아이티에 가선 안되고, 99엔 받고 쌩까라는 판결에 진정 화가 나고 울고싶어라. 이남이 선생이 세상을 등졌다. JD 셀린저도 호밀밭을 떠나 소풍이 즐거웠다 말하리라. 그러나 세종시는 여전히 표류중이고, 학원에선 납치와 폭행이 난무한다. 새로 나온 아이패드로 귀싸대기를 맞아봐야 정신을 차리려나. 다가올 벤쿠버 올림픽에 여전히 해롱대겠지. 그래서 올 겨울 첫 감기는 아직 떨어지지 않는다. 바덴바덴에선 여전히 비둘기가 힘차게 날아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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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잡담 2009. 6. 14. 20:37
친구가 결혼했다. 술을 마셨다. 새벽까지 달렸다. 깨보니 목감기 기운이 있다. 비실거리는 몸을 탔했다. 약을 먹었다. 잠을 잤다. 그래도 나아지지 않는다. 문득 신종플루가 떠오른다. 무섭다. 무서운 작업이 끝났다. 새 작업을 해야 한다. 뭘 해야 하나 고민이다. 돈이 부족하다. 일자리는 없다. 아니 내게 의지가 있나 모르겠다. 어제 잘된 친구가 떠오른다. 거나하게 취해 미래를 이야기하던 그. 녀석이 부럽다. 잘됐으면 좋겠다. 결혼한 녀석의 상기된 표정도 잊을 수 없다. 어제의 취기가 다시 오른다. 그 떠들석했던 분위기도. 다시 목이 아파온다. 아프다. 매일매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