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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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드링크 '번 인텐스'음식|스포츠 2011. 6. 30. 05:24
작업하다 쌓이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담배를 폈다면 골초가 됐을 거다. 커피를 마셔댔다면 위장병에 걸렸을 거고, 폭식을 했다면 고도 비만으로 쓰러졌을 테지. 쇼핑홀릭이었다면 거덜났을 거다. 다행히 이런 쪽으로 취미가 없다보니 소소한 군것질로 적당히 떼우는 편인데, 한밤중 편의점을 방문했더니 못보던 음료가 떡하니 눈에 띄였다. 오호라~ 에너지 드링크. 可口可樂에서 만든 새 음료랜다. 기쁜 마음으로 따서 벌컥벌컥 마시니 색깔이 시뻘게 혈액 같은 것이 살자꿍 시큼달짝지끈한 게 아주아주 독특했다. 그냥 레드불/박카스/리포비탄 종류인 줄 알았더니, 범상치 않은 음료의 등장이구나. 힘이 불끈불끈 생기고, 각성 효과에 버닝 할 줄 알았는데... 여전히 졸렵고 스트레스 쌓여있는 건 매한가지. 내겐 치사량의 카페인 농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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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환 제과점.음식|스포츠 2011. 4. 13. 05:22
자고 일어나니 갓 나온 식빵 하나가 식탁 위에 놓여있었다. 김이 모락모락 일어나 아직 온기도 채 가시지 않은, 사지멀쩡의 자르지 않은 통식빵 하나가! 고소한 냄새와 말랑말랑한 감촉이 오감을 자극해 입안의 침샘을 마구마구 들쑤시는 이 녀석의 정체는 오로지 식빵만 만들어 조금씩 소문이 난 김진환 제과점표 식빵! 손을 잡고 쫘악 뜯는 순간 뽀연 속살이 드러나며 떡처럼 쫄깃한 식감을 자랑하는 이 통식빵만의 매력은 개시한 자리에서 순식간에 다 뜯어 먹는데 있다. 잼이 있으면 알맞게 뜯은 빵에 얹어 쌈싸먹듯 먹어도 되고, 설탕에 찍어 그 단 알갱이 하나하나를 오롯이 음미하며 먹어도 된다. 뭐 그냥 순혈주의라면 그저 빵만 뜯어먹어도 그 특유의 감칠맛에 정신을 차릴 수 없다. 이건 마약 식빵이 분명해. 세상의 모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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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의 벨라또띠아.음식|스포츠 2010. 12. 15. 04:19
토르티야에 콩과 고기를 얹고 네모난 모양으로 만들어 구운 후 소스를 발라 먹는 멕시코 전통 요리 부리토 혹은 또띠아랩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였는데, 몇 해 전부터 자주 사오던 형에 의해 반강제적으로(?) 입맛이 길들여진 후 종종 떠올리는 자신을 발견하며 놀라곤 한다. 좋아하는 거란 익숙해지는 것일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이러다 혼자 사먹고 혹 집에서 재료들을 사다 레시피 보며 만들어 먹게 되는 순간 그야말로 점입가경에 청출어람? 새로운 입맛을 알아갈 때마다 조금씩 출렁거릴 뱃살을 생각하니 호러영화 저리가라다. 각종 야채와 콩 때문에 담백하고, 살사 소스로 인해 조금은 매콤한 맛이 일품인 이 영양만점의 음식은 참 겉에서 보기에 붕어싸만코 만큼이나 볼품없이 생겼는데, 입에 들어가는 순간 토르티야에 촉촉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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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광저우 아시안 게임.음식|스포츠 2010. 11. 28. 18:03
온갖 스포츠를 섭렵하고 룰과 역사를 공부하며 밤 세워 중계를 즐기던 열정이 예전같지 않다. 티브이 앞에 상주해 맥주를 마셔대며 욕하고 응원하던 흥분과 즐거움은 어디로 사라지고, 설렁 설렁 뉴스 하이라이트 영상으로 결과를 듣거나 인터넷 스포츠 기사로 대강 떼웠을 뿐, 대개는 그마저도 뒤로 하고 영상자료원과 국회 도서관을 들락거렸다. 중국의 일방적인 독주에 재미가 없어서 그런건지, 가끔 나오는 편파판정 시비에 지친건지, 얼짱 부각 언론 행태에 신물이 나는 건지, 스포츠 자체에 흥미를 잃기 시작한 건지 잘은 모르겠지만, 이번 광저우 대회는 그렇게 싱겁게 패스돼버리고 말았다. 메달을 딴 이들에겐 소중한 시간과 행복한 기억이었겠지만, 축제 밖에 선 초대받지 않은 관객에겐 그저 하나의 일렁대는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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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널드의 신삥, 쿼터 파운더 치즈.음식|스포츠 2010. 11. 10. 03:37
지난 며칠간 깨끗한 피를 만들겠단 일념하에 기름진 음식을 피하고, 게다가 라스트 몇시간을 굶어줬더니 혈액채취가 끝나자 세상이 핑 도는 기분이었다. 결과가 나오기 전까진 고기! 고기가 필요해!! 접시까지 우두둑 씹어주겠어!! 침을 뚝뚝 흘리며 두리번거리다 눈에 들어온 게 '쿼터 파운더 치즈'였다. 올 11월 1일부터 시판된, 기존 맥도널드 패티보다 2.5배 큰 패티가 들어가 있다는, 2년전 일본 맥도널드에서 대박이 난 그 제품. 미국에선 73년 프리미엄 버거로 오래전부터 날리던 녀석. 흐흐흐 고기가 더 많다고라고라. 확실히 나온 모양새는 빅백보단 넓디디한 경쟁사 버거킹의 와퍼같은 형태다. 단 가격 또한 점심할인이 안된다고 해서 와퍼와 맞먹는 가격대였고(더블은 가격대가 더 높아 눈물을 머금고 포기!). 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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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식의 마스터.음식|스포츠 2010. 11. 7. 06:04
지난 밤 배가 너무 고파 손발이 달달 떨리더라. 직감적으로 이대론 잠들 수 없겠구나 생각했어. 누워있는 동안 계속 분비되는 위산 때문에 뒤척거릴 테니까. 그래서 졸린 눈을 비비며 굶주린 설악산 곰새끼마냥 부엌을 어슬렁대며 먹을 걸 찾았어. 혹시 형이 결혼 전 먹다 만 초코파이라도 찾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구. 근데 깨끗해. 과자 부스라기도 없더군. 구운 김이 보이길래 이거라도 먹지 먹어댔는데, 기별도 안 가. 이걸로 배 채울려면 김공장 생산라인 1줄 정돈 돼야 만족할 거 같더라. 그래서 고민했어. 생라면을 뿌셔먹을까 하고. 유혹이 컸지만 담날 대가 또한 만만치 않아서 접었지. 얼굴이 붓는 건 아닌데, 이상하게 더부룩한 속을 풀어주기가 너무 힘들어서. 마침 식빵도 과일도 떨어지고, 계란을 삶을까 고민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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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과일, 멜론.음식|스포츠 2010. 10. 11. 21:57
며칠째 멜론 먹고 있다. 대표적인 가을 제철 과일인 사과, 감, 배는 보지도 못했다. 달디 단 과즙과 이색적인 색감은 즐겁지만, 수박보다 조금 - 아주 조금 작은 크기의 압박이 물리게 만든다. 요즘은 추석 선물로 멜론이 인기인가. 아님 늦여름내 이어진 폭우로 작황이 예년만 못해 고른 차선책인가. 집에 굴러다니는 박스가 죄다 멜론이다. 채소값 폭등도 무서운데, 한계효용에 다다른 멜론도 만만치 않다. 꿈에서 멜론이 굴러다니고, 냉장고엔 멜론맛 하드바가, 인터넷에선 또 다른 멜론이 눈에 밟힌다. 심지어 침을 뱉어도 멜론 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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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 엘리스 파이.음식|스포츠 2010. 9. 24. 23:59
바삭하면서도 부드러운 빵 안에 달고 상큼한 사과가 가득 씹히며 입 안에서 시나몬 향과 함께 환상스럽게 조화되는 이 맛을 어찌 표현해야 될까. 마치 용이 승천하며 여의주 대신 물고 있던 뉴턴의 만유인력 사과가 인류를 위해 각성, 데메테르에게 인사를 고하고 지상으로 내려와 눈물을 흘리니, 그 정수를 모아 마법사 멀린이 아더왕에게 받치고, 이에 힘을 얻어 엑스카리버를 뽑았을 때 느꼈던 희열과 환희의 맛이랄까. 아무튼 내 미각은 외친다. 왓 어 원더풀 월드라고! 여의도에 가면 맛난 디저트 빵집 엘리스 파이가 있다. 예쁘고 아기자기한 홍대 까페거리의 가게들과는 비교도 안될만큼 소박하고 여느 보통의 동네 빵집같은 외향이지만, 착한 가격과 산수유 회장님이 고민하듯이 어떻게 말로 표현해야 할지 고민을 때릴 수밖에 없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