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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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밥 60접시의 추억.음식|스포츠 2009. 12. 28. 23:43
마음껏 먹으란 얘기에 살짝 결계를 풀었다. 허겁지겁 무언가 입 속에 넣은 거 같은데 순식간에 사라지는 기분. 어느새 정신 차려보니 옆으로 수북히 접시들이 보였다. 그제서야 떠오른 예의와 체면. 아뿔사. 초밥에 정신이 팔려 눈치고 뭐고 다 배속으로 처넣고 말았구나. 가지런히 10개씩 쌓아올린 여섯묶음의 접시가 그간 내 다이어트의 병폐를 단적으로 설명해주는 듯 했다. 폭식과 거식의 경계에서 위태위태한 행보를 보인 요즘, 그렇게 초밥 60접시의 추억은 인증샷으로 남았다. 미스터 초밥왕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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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키소바를 만들자!음식|스포츠 2009. 12. 24. 23:52
시작은 이 녀석으로부터였다. 형이 손수 백화점에서 골랐다며 한번 만들어보렴 꼬득인 것. 그래 셋이 먹다 둘이 죽어도 모를 야키소바를 만들자! 나도 이 기회에 요리 블로거로 나서는 거다! 레시피 닫기 1. 일단은 야채를 준비. 양배추와 당근, 대파를 알맞게 썰자. 그리고 생강과 마늘도 필수. 2. 여기서 끝난 게 아니고, 숙주나물과 양파, 양송이 버섯도 준비! 칼질이 어색해서 조금 고생했다. 3. 다음엔 면발. 국수나 우동 면발이 없어서 그냥 일반 라면 사리를 이용했다. 나중에 한번 더 볶을 것이라 조금 꼬들꼬들하게 익혔다. 찰기를 위해 찬물에 살짝 행구는 것도 잊지 말자. 4. 원래는 삼결살이나 베이컨 같은 돼지 고기를 사용하지만, 집에 돌아다니는 건 닭가슴살뿐. 뭐 이거라도 넣어야지. 그래도 나름 야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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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저엘? 진저에일?음식|스포츠 2009. 12. 9. 23:25
국내에선 정녕 진저에일을 구할 수 없는 건가, 직접 갈아서 만들어 먹어야 하나 좌절하던 중 이마트 주류 코너에서 수입 맥주 고르다 딱하니 발견한 카나다드라이 진저엘. 마이 갓. 저러니 못 찾지. 진저에일이야 진저엘이라 표기한다 십분 이해해줘도 카나다는? 캐나다가 올바른 외래어 표기법 아닌가. 게다가 캐나다드라이 진저에일은 생강맛이 약한 편이라 다른 녀석은 어디 없나. 이래저래 궁시렁시부렁 투덜거리면서도 행복한 마음으로 훌떡 따서 벌컥벌컥 들이켰다. 아 이 그리운 맛. 셋이 먹다 둘이 죽어도 모를 정말 환장스런 맛. 여기 30캔들이 박스 하나 추가! 덧) 해태에서도 나왔다는데 시중에선 한번도 못 본 듯. 제보 요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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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잔치여, 안녕!음식|스포츠 2009. 9. 26. 00:37
결국 13년만에 가을 잔치는 멀어지고 말았다. 아울러 최고 연승 기록까지도. 두 개의 대기록이 한꺼번에 깨지던 23일, 내 모니터와 TV도 함께 깨질 뻔 했다. 떨어지는 눈물을 닦으며 얌전히 결과에 순응하고 고개를 떨군 선수와 코치진들에게 힘찬 격려의 박수를 보내는 착한(?) 팬이 아니라서 갖은 썅욕과 화려한 저주를 쉴새없이 퍼부었다. 그래, 난 야구 훌리건이다. 철저히 감정적이며, 쉽게 끓었다 가라앉는 열혈 냄비 근성을 충분하게 갖춘 - 나쁜 사자팬이다! 그런다고 기록이, 승리가 돌아오는 건 아니지만 왜 이렇게 분하고 화가 나던지. 4강 본능은 당연한거라 믿어왔는데. 제풀에 지쳐 나가 떨어지기까지 이틀이란 시간동안 그렇게 야구와 관련된 뉴스와 기사를 끊고, 외면하며, 부정했다. 오~ 이건 아니야.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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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우니.음식|스포츠 2009. 4. 25. 02:57
나이도 어느 정도 들었고, 이제는 몸 생각, 건강 걱정도 할 때라 여겼기에 편의점에서 즐겨먹던 케로로빵 대신 딴 걸 고르기로 마음 먹었다. (사실 케로로 빵이 피카츄 빵으로 바꿨다는 이유가 더 컸지만) 슬슬 나도 싸구려가 아니라는 무언가의 증명(?)이 필요한 시기였기에 큰 맘 먹고 생판 처음 보는 브라우니를 용감하게 집어 들었다. 며칠 전 tmrw 님 포스팅에서 본 것도 있고, 초코파이류에 만족하는 초딩스런 입맛의 땅그지 생활도 청산하겠다는 굳은 다짐도 작용했기에. 이런. 계산대에 섰는데 뭐지? 이 자장면 곱배기에 육박하는 가격의 압박은!! 마치 OB맥주 마시다 기네스 흑맥주를 집었을 때 만큼의 아찔함이 머리 속을 강타, 새하얘진 기분으로 간신히 값을 지불하고 피눈물을 길거리에 뿌리며 돌아왔다. 웰빙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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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전국야구.음식|스포츠 2009. 4. 8. 23:58
춘추전국시대다. 아직 4경기에 불과하지만 전통의 강호는 흔들리고, 약자는 강해졌다. 일단 초반부는 확실히 물고 물리는 혼전의 시기. 작년 성적도, 시범경기의 결과도, 사전 전문가들의 의견도 아직은 유보하는 게 좋다. 야구는 장기 레이스인 만큼 두고봐야 알겠지만, 초반부 접전의 양상은 매우 즐거운 고통이다. 사자들의 투수력이 생각보다 기대 이하라 불안불안 하지만, 타격만큼은 과거 김응룡 감독 이전의 사자들을 보는 듯해 기대감을 부풀린다. 과연 13년 연속 가을 야구를 찍을 수 있을까. 이노무 라이거들. -0- 그나저나 히어로즈의 초반 포스는 완전 후덜덜. 오늘 목동에서 공포의 외인구단 보는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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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타 쉐이커 흔들흔들.음식|스포츠 2009. 4. 6. 20:15
신제품이 나오면 먹어줘야 한다. 어렸을 때부터 형에게 배운 거라곤 이 단 하나의 명제뿐. 그리하여 무의식적으로 집어든 음료가 바로 요새 한참 광고 때리는 '환타 쉐이커'였다. 일본에서 개발돼 완전 대박 히트를 쳤다는 그 전설의 음료. 흔히들 탄산 음료는 흔들어 먹으면 안된다고 하지만, 그 고정관념을 역으로 이용한 놀이음료...라는데, 과연 맛은 어떨지.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소심하게 흔들고 무작정 입에 털어 넣었다. (두둥!) 뭐지? 콧물도 아니고 가래도 아닌 이 촉감은! 내 표정을 보고 친구 녀석 슬그머니 캔을 내려놓는다. 흐물렁거리는 묘한 젤(gel)과 액체의 중간 단계의 탄산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순간, 어디선가 경험(?)해 본 기시감이 들었다. 아 익숙해, 익숙해. 이 느낌. 왠지 리듬 살려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