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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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사와 아키라 탄생 100주년 특별전.영화|애니|TV 2010. 7. 7. 02:14
필름으로 보는 구로사와 아키라의 영화는 달라도 한참 달랐다. 조그마한 화면에 조악한 리핑 화질로만 보던 것과는 가히 천지차이였다. 이만큼 깨끗한 화질과 음질을 자랑하는 해외 프린트는 처음 본다는 노가미 여사의 찬탄을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이미 내겐 필름 상영 그 자체가 엄청난 감동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미후네의 박력과 기개가 3D 입체영상 못지않게 생생하리만치 눈 앞에서 펼쳐졌고,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와 캐릭터지만 더 생경하게 감동과 전율을 뿜어내는 영화의 깊이는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내가 같은 영화를 보고 있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복원판 [라쇼몽]은 기가 막혔고, 와이드로 처음 본 [요짐보]는 눈물이 앞을 가렸으며, 그 색채와 스케일에 넋을 잃고 바라본 [란]은 아름다웠다. 207분간 엉덩이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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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카나한의 '에이 특공대'영화|애니|TV 2010. 6. 10. 19:10
20여년전, 일찍 자야 새나라 어린이라는 말을 어기면서까지 채널을 사수했던 유년의 추억을 갖고 있다면, 특유의 군악대 리듬에 락 사운드가 결한된 반가운 주제가가 울려 퍼질 때 향수에 젖지 않을자 누가 있으랴. 시가 문 카리스마짱 한니발과 말빨 좋고 수완좋던 기생 오래비 멋쟁이, 단순무식 B.A와 미친놈 머독을 고스란히 살린 이 영화의 미덕은 무대포 액션도, 호화 캐스팅도, 연출력도 아닌 오리지널 캐릭터의 올바른 재현에 있다. 조 카나한 감독이 누구던가. [나크]와 [스모킹 에이스]를 통해 생생한 캐릭터들의 자잘한 군상극에 일가견을 보였던 이가 아니였던가. 원작을 철저하게 외면하고 원맨 스타 시스템에 올인한 [미션 임파서블]과 달리 카나한은 시공간만 바꿔 그때 그시절의 매력들을 효과적으로 되살렸다.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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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파브르의 '아이언맨 2'영화|애니|TV 2010. 4. 29. 22:45
쇳덩어리 간지남 아이언맨이 돌아왔다. 전편이 전장의 위기에서 간신히 목숨을 건진 후 인생관이 바뀌는 백만장자의 영웅담이었다면, 이번엔 자신과의 싸움에서 목숨을 걸고 이겨 인생관을 개척하는 백만장자의 영웅담이다. 모양새와 악당이 바뀌긴 했어도, 스케일이 더 커졌어도, 플롯팅은 크게 바뀐 게 없다. 토니 스타크의 최대 적은 언제나 자기 자신이다. 신체적 우월성이나 정신적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영웅이 아닌, 자신이 직접 만들고 개량해나가는 진화형이 영웅이라는 점도 타 히어로물과는 조금 다르다. 찌질하지도 우월하지도 않은, 쉬크함이 무엇보다 돋보인다. 그건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악동스런 매력이 한몫하기 때문이라. 그리고 남은 건 언제나 그랬듯 쏘고 부시고 날라다니는 액션 활극의 한마당이다. 욕심 부리지 않은 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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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튜 본의 '킥-애스'영화|애니|TV 2010. 4. 27. 19:16
쥑인다. 이거 물건이다. 온라인 표현으론 하! 님좀짱인듯. 내가 보고 싶은, 내가 만들고 싶던 슈퍼 히어로물이 이런 거였다. 비틀린 유머와 흉폭한 액션, 거기에 현실감 넘치는 궁상맞음과 찌질함이 겸비된 카타르시스까지도. 법과 규율에 엿 한방 매기고, 11살짜리 여자애의 학살에 불편하면서도 환호를 보내는 이중성이야말로, 히어로가 되지 못한 채 조회수만 올려대는 매스미디어와 대중을 조롱하며 처절하게 까댄다. 그러면서도 패러디와 변주를 잊지 않으며 히어로물의 컨벤션을 교묘하게 따라가는 정석적인 플롯 덕분에 상업성마저도 포기하지 않았다. 딱히 논리적으로 재단할 수 없는 이런 불균질의 미학과 충돌이야말로 이 영화의 가장 큰 에너지이자 힛팅 포인트다. 접대 문화에 익숙한 몇몇 검찰들에게 힛걸이 찾아갔으면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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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리터리어의 '타이탄'영화|애니|TV 2010. 4. 1. 19:12
사실 1981년 원작도 탄탄한 각본에 드라마틱한 주제, 그리고 신과 인간 사이에서 고뇌하는 페르세우스의 심리묘사에 치중한 작품은 아니였다. 중요한 건 레이 해리하우젠의 비주얼이었지, 신화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좋은 소재였을 뿐이다. 루이스 리터리어 역시 다 아는 줄거리에 공력을 쏟거나 심리 묘사에 쓸데없이 러닝타임을 낭비하지 않는다. 거두절미하고 모험의 시작과 중간, 끝에 걸맞는 액션과 비주얼을 잔뜩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어, 관객들은 그저 이 106분의 신화 모험 열차를 타고 신난다 재미난다만 외치면 그만이다. 그러나 레이 해리하우젠의 경이로운 스톱모션을 기억한다면 가볍디 가벼운 CG로 점철된 리메이크작은 다소 심심하게 보일지 모른다. 더 빠르고 자연스러우며, 큰 스케일을 자랑하지만, 예전 노가다의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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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철의 '13인의 무사'영화|애니|TV 2010. 3. 15. 23:57
인해전술이란 이런거다를 작정하고 보여주는 영화. 밑도 끝도 시도 때도 없이 쏟아져 나오는 적들의 향연은 그야말로 MMORPG 노가다를 연상시키는 동시에 이 영화의 장관이자 백미다. 중국식 상상력과 스케일만이 가능한 대혈전으로 지금까지 보아온 장철 영화의 일당백 싸움 중 가장 압권이다. 게다가 다리 위에서 혼자 그 많은 적들을 상대하다 다리 위에서 꼿꼿이 죽는 적룡은 물론, 형들의 계략에 빠져 말들에 묶여 오체분시(五體分屍)가 되는 강대위의 충격적인 죽음은 영화의 내용을 잊게 할만큼 무시무시하고 처절하다. 내용은 다소 밋밋하고 평이하나 무시할 수 없는 몇몇 시퀀스들이 던져주는 시각적 쾌감은 가히 장철 영화답다. 구도 에이이치의 세밀하고 생생한 액션과는 다른, 남성빛 판타지를 전달한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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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철의 '대자객'영화|애니|TV 2010. 3. 14. 22:01
그야말로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엔딩을 가진 [대자객]은 왕우와 장철의 비극적이고 처절한 남아의 일생을 가장 적나라하게 다룬 작품이다. 다른 작품에서의 그는 그저 죽음을 앞에 두고 싸웠을 뿐 죽음이 오는 그 순간까지 생에 대한 집착을 걸고 결투에 임했으나, 여기선 아예 죽음과 함께 걷는다. 모든 걸 하나하나 정리하고 그 긴 기다림 끝에 자신의 약속과 목적을 이행하러 가는 순간 그는 이미 죽은 셈이니까. 그리고 이어지는 일당백과의 싸움은 타성적으로 나열되는데 그친다. 그리고 그건 한순간 모든 걸 뿜어내고 일생을 마감하는 하루살이의 발버둥처럼 폭발적이나 허무하다. 하지만 그 몸짓 하나가 만들어낸 의미는 오래오래 살아남아 역사적으로나 영화적으로 많은 이들을 감명시켰다. 적나라한 고어로 대표되는 장철이 이례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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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철의 '잔결'영화|애니|TV 2010. 2. 26. 18:52
데이빗 보드웰이 가장 좋아한 장철 영화라 했는데,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다. 왕우의 비장미 넘치는 호방함이나 적룡과 강대위의 콤비 플레이가 빛나던 영화들도 좋지만, 무엇보다 무협 영화에서 중요한 건 빛나는 액션일터. 캐릭터들의 매력은 떨어지지만 독특하다 못해 기괴하기까지 한 상상력과 아이디어, 기예에 가까운 아크로바틱의 미학적 성취가 한데 어우러져 무협 영화의 재미를 극단으로 밀고 가는 가학적 쾌감이 가득하다. [잔결]은 [오독], [철기문]과 함께 가장 인상적인 장철의 후기작이며, 동시에 신체 훼손 및 파괴의 미학이 절정에 오른 화끈한 막가파 고어 무비다. 악당, 주인공 가릴 것 없이 모두 불구가 되어버리는 희대의 설정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그 핸디캡이 곧 능력이 되는 - 반대로 정상인들은 평범함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