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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철의 '잔결'
    영화|애니|TV 2010. 2. 26. 18:52

    데이빗 보드웰이 가장 좋아한 장철 영화라 했는데,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다. 왕우의 비장미 넘치는 호방함이나 적룡과 강대위의 콤비 플레이가 빛나던 영화들도 좋지만, 무엇보다 무협 영화에서 중요한 건 빛나는 액션일터. 캐릭터들의 매력은 떨어지지만 독특하다 못해 기괴하기까지 한 상상력과 아이디어, 기예에 가까운 아크로바틱의 미학적 성취가 한데 어우러져 무협 영화의 재미를 극단으로 밀고 가는 가학적 쾌감이 가득하다. [잔결]은 [오독], [철기문]과 함께 가장 인상적인 장철의 후기작이며, 동시에 신체 훼손 및 파괴의 미학이 절정에 오른 화끈한 막가파 고어 무비다.
     
    악당, 주인공 가릴 것 없이 모두 불구가 되어버리는 희대의 설정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그 핸디캡이 곧 능력이 되는 - 반대로 정상인들은 평범함에 그치는 역전성으로 인해 더욱 더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지닌다. 팔과 다리가 잘리고, 눈과 귀가 멀며, 정신이상까지 갖춘 비정상인들이 펼치는 파괴의 장은 다양한 소품과 기계팔, 무쇠다리와 연결돼 음모와 계략, 협공과 꼼수가 난무한다. 이는 왕우와 적룡, 강대위가 협(俠)과 의(義)를 중시하던 강호에서 허무하고 장렬한 최후를 맞던 전성기 때의 장철 영화와 성격을 달리하는데, 더 이상 그가 강호에서 영화를 찍지 못하고 밀려난 심경의 음울함이 담겨있기 때문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 자조 어린 심기가 폭발해 터져나오는 [잔결]의 피비린내나는 일진광풍은 가히 최고라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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