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소온지의 'Dynamite Soul'책|만화|음악 2011. 11. 4. 06:48
록큰롤은 다이나마이트다. 눈에 번쩍 띄는 시뻘건 외관만큼이나 죽여주게 섹시한 리듬이 있고, 작은 크기에 놀랄만한 에너지를 숨긴 것처럼 단순한 코드 진행이면서 치명적으로 강력한 에너지를 가졌다. 심지어 타들어가는 심지를 바라보는 초조함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헐떡이는 보컬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에 비하면 상대가 되지 않는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질풍노도의 젊음과 주류 편입을 거부한 허세 어린 반항이 한가득인 록큰롤은 언제나 절정일 때 폭발하는 다이나마이트와 닮았다. 시간이 흘러 지금은 더욱 강력하고 위력있는 폭탄들이 넘쳐나지만 다이나마이트가 가진 매력과 첫 쇼크를 역사가 잊지 못하듯, 록큰롤 역시 그 수많은 장르들 앞에서 특유의 소란스런 낭만과 꿈틀대는 파워를 감히 지울 수 없다. 절로 어깨가 들썩, 고개가 까..
-
곱창전골의 '나와 같이 춤추자'책|만화|음악 2011. 11. 2. 03:21
더 이상 가요계에서 과거 6-70년대 한국식 싸이키델릭을 온전히 만날 수 있을거라 기대하지 않았다. 걸그룹의 휘황찬란한 각선미와 후덜덜한 섹시 몸매, 동남아를 휘어잡는 남자 근육돌들의 댄스 실력과 가수의 정체성을 다시 한번 발견하는 명품 보컬들의 귀환 속에 고리타분하고 때론 유치하게 들릴 복고지향적인 밴드 사운드가 설 자리는 더 이상 없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때 그 시절 밴드들의 복각도 드문드문 이루어지고는 있지만 처절한 판매고와 무관심스런 반응으로 시원치 않은 마당에, 기타에 혼을 싣고 전위적일 정도로 락스피릿을 외쳐댈 열혈 보컬과 미친듯이 텍사스 대평원을 달려가는 말발굽과 같은 폭주 드럼을 선보일 밴드의 태동은 사실상 불가능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평범한 락밴드도 방송과 차트에서 ..
-
로지텍 무선 터치패드.잡담 2011. 10. 29. 23:24
유난히 하루 온종일 컴퓨터 붙잡고 마우스 혹사질을 하는 동생을 불쌍히 여긴 형께서 무지무지 고맙게도 특별 선물을 하사해주었다. 이름하여 로지텍 무선 터치패드! 애플에서 인기리에 사용된다는 매직트랙패드에 대응되는 녀석으로 마우스와 타블렛과는 또다른 매력을 선사하는 입력장치다. 쉽게 설명하면 노트북에 붙어있는 패드가 대략 5인치 크기로 따로 나와있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멀티 터치 제스쳐에 따라 다양한 기능이 작동한다. 손목을 장시간 얹어놓고 사용하는 마우스와 달리 손가락으로 모든 동작을 소화하는 터라 굉장히 편리한데, 한 손가락/ 두 손가락/ 세 손가락/ 네 손가락 터치가 모두 달라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꽤나 헛갈리는 것도 사실이다. 허나 익숙해지는 순간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톰형 못지않은 현란한 손가락 기..
-
얄개들의 '그래, 아무 것도 하지 말자'책|만화|음악 2011. 10. 26. 17:12
얄개들. 조흔파 선생의 소설이 유행하던 1970년대도 아니고 이런 촌스런 이름을 굳이 꺼내든 이 신인 밴드의 저의는 과연 뭘까. 앨범을 처음 받아들고 들었던 생각은 이 밴드 진정성에 대한 일말의 의심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편견이었다. '장기하와 얼굴들' 이후 인디씬에 유행처럼 퍼진 복고풍 빈티지 사운드에 무임승차한 시대조류의 편승인가. 아님 추억 환기용으로 소비되어지길 바라고 상업적으로 접근한 영리한 계산일까. [세시봉 특집]과 [나는 가수다] 열풍으로 한껏 탄력 받은 과거 히트송에 대한 수요와 트렌드적인 환기는 그 시대를 거쳐온 세대로서 반갑고 즐겁긴 하지만, 지나친 우려먹기와 본질은 외면한 채 과도한 스타일에 대한 집착으로만 해석되지 않을까 우려스러웠던 것도 사실이기에 유독 색안경을 끼고 민감하..
-
마이티 코알라의 '밝고 건강한 아침을 위하여'책|만화|음악 2011. 10. 19. 07:01
무의미하게 지나가는 하루하루, 무성의하게 대응하는 자신을 보며 반성한 적이 적지 않다. 그러나 나의 오늘이 남들에겐 주어지지 않는 내일일지 모른다며 감사하게 생각하고 충실하게 행동하라는 격언은 귓등으로 흐르기 일쑤. 귀차니스트인 내가 하루에 대해 조금의 경의라도 보인 건 일기를 쓴다거나 블로그 포스팅하는 게 고작이었다. 사진을 찍고, 단상을 끄적이다 보면 그날의 흔적을 조금이나 건지지 않겠나 하는 안일함이 딴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 여겼기 때문이리라. 그러다보니 결국 일기도 매너리즘에 빠져 그날 그날이 날씨를 제외하고 이하동문의 연속이고, 블로그의 포스팅 수는 점점 줄게 되었다. 이럴 때 음악이라도 할 줄 알았다면 같은 나날이라도 다른 장르, 독특한 감성으로 하루를 불러 볼텐데. 어째 글이라는 놈..
-
팀 보울러의 '블러드 차일드'책|만화|음악 2011. 10. 6. 23:34
뺑소니 사고로 기억상실을 경험하게 된 소년. 자신이 누군지 알 수 없는 혼란스런 상황 속 의식의 한편에선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머리칼, 푸른 눈동자의 소녀와 마주친다. 어디선가 본 적도 없는 그 신비스러운 모습에 소년은 천사라 칭하지만, 자신의 과거조차 완벽히 복구되지 않은 그에게 적지 않은 두려움과 혼돈의 대상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때론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때론 불안하고 불길한 징조로 다가오는 그 실체에 소년은 당황하지만, 이는 이미 자신이 사고를 당하기 전부터 겪고 있었던 문제라는 걸 부모와 마을 사람들을 통해 깨닫게 된다. 더욱이 그런 자신의 모습이 그렇게 환영받는 처지가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되며, 불편한 과거와 두려운 환영의 공존은 감수성 예민한 소년의 심리와 정체성을 마구 짓밟고 ..
-
라이너스의 담요의 'Show Me Love'책|만화|음악 2011. 9. 15. 08:27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어쩜 '라이너스의 담요'의 뽀송뽀송한 사운드는 그대로인지 참으로 미스테리하다. 하다 못해 털이 좀 빠지던가, 색이 바랠 법도 한데 전혀! 그런 기색은 못 느끼겠고, 지금 막 섬유유연제를 넣고 울세탁을 마친 담요마냥 보드럽고 말랑말랑하니 기분 좋은 음악들이 한가득이다. 이 담요가 수상하다! 하긴 그도 그럴 것이 해리포터 첫 편이 상영되던 그 해 결성된 이들이 해리포터 마지막 편이 상영된 올해에야 비로소 첫 정규 앨범을 발표했으니, 2001년 빈티지 와인 숙성도 아니고, 가녀린 미성의 소유자 연진이 육십갑자 내공을 길러 득도한 사자후를 펼쳐보일 것도 아니기에, 그간의 공백기와 잠수에 대해 슬쩍 의구심을 가져볼만도 하다. 허나 음악에 대한 고민과 생계에 대한 현실 그리고 지독한 완벽..
-
이상은의 'Bliss'책|만화|음악 2011. 9. 8. 07:16
이상은은 부지런하다. 88년 강변가요제에서 대상을 거머쥐며 아이돌스럽게 데뷔한 이래 영화, CF, 드라마까지 출연하다 90년대 중반 아티스트로 대격변을 거친 후 패션, 미술, 디자인, 책 등 예술 전방위로 발을 넓힌 지금까지 꽤나 드라마틱한 사연 속에서도 그녀는 꾸준히 앨범을 발표해왔다. 그것도 매년, 혹은 2-3년을 주기로, 싱글이 아닌, 10곡이 넘고, 1시간이 넘는, 푸짐스런 한 차림의 정규 앨범 14장과 B-사이드 앨범 1장, OST 2장을 만들었다. '담다디'나 '사랑할거야', '언젠가는' 같은 온 국민이 따라부르던 메가 히트곡은 줄었지만, '공무도하가'나 '어기여디어라', '비밀의 화원' 같은 자신만의 보헤미안스러운 특징이 극대화된, 동양적이여서 오히려 코스모폴리탄적인 색채를 지닌 독특한 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