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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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익의 '싱크홀'책|만화|음악 2012. 1. 15. 21:07
1970년대 헐리우드는 재난의 세계였다. 공항은 폭설로 뒤덮여 비행기들이 연착했고, 거대한 선박은 빙하와 부딪치며 차거운 바다로 좌초되었으며, 천사의 도시 로스엔젤레스는 거대한 지친이 덮쳐 마을과 건물이 파괴되었다. 어디 그뿐인가. 현대의 바벨탑을 상징하는 안정성 제일의 글래스 타워는 과도한 전압을 이기지 못한 불량 부품으로 인해 대화재가 발생했으며, 마을엔 살인 벌떼의 습격으로 군부대가 출동하는 한편, 하늘에선 거대한 행성이 궤도를 바꿔 지구와 충돌 직전까지 몰렸다. 그러는 와중에도 틈틈히 비행기는 납치되고 불시작하며 승객들의 목숨을 위협했고, 뒤집어진 배에선 귀중품을 노리는 도적단까지 출몰해 아전투구의 싸움과 배신까지 발생했다. 비록 특수효과는 미천하고 허술했지만 시대 상황의 폐해를 상징하고, 그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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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 보일의 'Someone To Watch Over Me'책|만화|음악 2011. 12. 25. 17:45
그녀의 등장은 이제 신화가 되었다. 그녀의 앨범들은 전설이 될 기세고! 2009년 영국의 한 오디션 프로그램에 등장한 이 48세의 우중충한 노처녀 지원자는 자신의 촌스럽고 볼품없는 외모와 상관없이 엄청난 보이스를 들려주었고, 마법처럼 단박에 모든 이를 사로잡았다. 그야말로 당당한 미운오리새끼가 우아하고 아름다운 백조로 탈바꿈하는 그 놀라운 광경을 전세계가 지켜본 셈이다. 유튜브와 넷이란 새로운 구전을 통해 널피 퍼진 이 신데렐라 스토리는 수잔 보일이 만들어낸 기회의 동화이자 묻혀질 뻔한 재능의 성공담이다. 그녀는 전세계적으로 1400만장이란 판매고를 기록했고, 첫 앨범이었던 'I Dreamed a Dream'은 전곡이 리메이크인 랫팩 앨범임에도 미국 빌보드 차트 1위와 영국 차트 1위를 동시에 달성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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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지피피의 'ALOHA OE'책|만화|음악 2011. 12. 18. 20:33
매혹적이다. 편안함 뒤에 숨은 그 작고 예민한 개성까지도 사랑스럽다. 대한민국에 무수히 많은 가수들이 있다고 하지만 그들과 겹치지 않는 - 이 듣도 보지도 못한 축복받은 감미로운 보이스톤은 가히 백만불짜리다. 캐시미어 외투결 같은 따사로운 중저음도 일품이지만 이불 속 솜털처럼 가뿐히 날아다니는 힘을 쭉 뺀 가성도 몽환적이고 낭만적이다. 그 사이를 유려하고 자연스럽게 오가는 담백한 기교는 눈에 띄게 두드러지지 않지만 마술처럼 가뿐히도 청자를 사로잡는다. 로지피피에게 홍대의 노라 존스라는 찬사가 붙여진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노라 존스의 톤이나 스타일, 장르가 느껴진다기보단 그만큼 편안한 사운드를 갖췄다는 얘기다. 사실 일렉트로닉과 보사노바, 포크와 힙합, 락 등 다양한 장르의 경계를 쉽게 넘나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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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네 담벼락의 '한 개의 달 한 개의 마음'책|만화|음악 2011. 12. 4. 15:31
반짝이는 멜로디는 없다. 톡쏘는 향기처럼 중독될 후크도 없고, 심지어 그루브한 리듬감이 몸을 자극시키지도 지배하지도 않는다. '순이네 담벼락'은 이름만큼이나 촌스럽고 투박한 감성을 지녔고, 당혹스러울만치 자기네들의 비정형화된 사운드를 고집한다. 강렬한 기타 연주 속에서 피어나는 피아노의 영롱하면서도 노스탤지어를 간직한 따뜻한 음색은 대중적인 기대를 저버린 채 어둡고 힘든 일상으로 훌쩍 떠나버린다. 거기에 여리여리한 리드 보컬의 가녀린 목소리는 언제 꺼져버릴 풍전등화처럼 위태롭게 들려온다. 폭풍을 목전에 둔 길가의 민들레처럼 세차게 흔들리며 불안하게 귓가로 흐트러져간다. 파워풀한 스토로크와 열정적인 터치가 한바탕 휩쓸고 지나감에도 남는 건 짠한 공허함과 울적한 허무함이다. 평범하지만 공감 가는 가사말을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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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차드 뮬러의 '대통령을 위한 물리학'책|만화|음악 2011. 11. 28. 21:31
학창시절 전파과학사에서 나오던 현대과학신서와 블루백스 번역판을 즐겨 탐독하던 이과생으로 - 사실 물리학보단 생물학을 더 좋아했지만 - 과학교양서에 대한 거부감이나 부담감은 전혀 갖고 있지 않았다. 과학이나 수학을 잘해서라기 보단 긴 수업과 보충으로 다져진 익숙함 때문이라는 게 더 그럴 듯한 이유겠지만, 사실 그런 책들을 즐겨 보던 형에 대한 영향력과 조그마한 관심도 한몫했다. 특히 그 중에서도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나 조지 가모프의 '이상한 나라의 톰킨스씨'같은 서적들은 인생의 필독서로 뽑을 만큼 감명깊게 보고 또 보곤 했는데, 화려한 수식과 기본적인 지식 없이도 자연스럽고 친근하게 접근하는 방식을 보며 과학이 이렇게 재미있고 쉽게 느껴질 수도 있구나 경탄하곤 했었다. 지금이야 이러한 스타일이 트렌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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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빌의 'Dr. Alcohol'책|만화|음악 2011. 11. 20. 17:00
대한민국에서 컨트리라니. 이 무슨 상파울로에서 진도 아리랑을 부르는 조합이더냐 싶지만 의외로 썩 잘 어울린다. [귀를 기울이면]에 나왔던 존 덴버의 개사곡 '콘크리트 로드'보다 백만배나 더 잘. 구수하고 편안한 멜로디에 일상적이고 직설적인 (징글징글한 남자들의 술 얘기가 태반이긴 하지만) 가사를 얹은 노래들은 컨트리 특유의 경쾌 발랄 애수 삼박자를 고루 갖춘 피들과 페달 스틸, 밴조와 만돌린, 하모니카가 곁들어지며 독특한 풍취와 색다른 들을거리를 제공했다. 껍데기 외향은 미국산인데, 알고보니 부품은 한국산이었다는 관광기념품 속에 얽힌 우스개처럼 미국 남부의 사운드를 고스란히 차용하면서도 두런두런 우리네 이야기를 담아내는 모양새는 제법 웃기면서도 능청스런 재미가 있다. 이질적인 양면을 재기발랄한 치기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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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바게뜨의 '스파이시 치킨 브리또'음식|스포츠 2011. 11. 10. 04:06
멕시칸 음식이 인기다. 전국 방방곳곳 체인을 가진 빵집 메뉴에서조차 이렇게 브리또가 생겨났으니, 단순한 트렌드라 치부하기엔 그 열풍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 하긴 상대적으로 고열량인 햄버거나 피자 같은 패스트후드에 비해 빈과 라이스, 야채가 든 브리또가 건강식으로 비춰질 법 하다. 느끼지하지도 않고 담백하니 손에 묻지않은 채 싸먹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고. 신메뉴라 자신있게 파리 빵집에서 내놓은 브리또는 과연 어떤 맛일까 궁금해하던 차 어머니와 텔레파시가 통했는지 불고기 맛과 스파이시 치킨 맛 중 치킨을 사가지고 오셨다. 대략 크기는 작은 필통 정도 사이즈. 노란색 또띠아가 랩에 싸인 채 전자렌지에 50초 돌려 먹으라는 친절한 지시 사항이 겉에 적혀 있었다. 인증샷이고 뭐고 바로 식신 모드로 들어가 시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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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의 'Sensitive'책|만화|음악 2011. 11. 9. 05:39
가을이란 계절엔 전통적으로 발라드가 강세였다. 몰론 아침 저녁으로 스산해지는 바람과 입시 추위에 딱 맞춰 뚝 떨어지는 기온이 그 흐름을 부채질한 것도 무시 못하겠지만, 왠지 뜨거웠던 여름철의 시원한 댄스가 태풍처럼 휘몰아치고 가면 그 텅 빈 공백을 메꿔주는 건 언제나 감정을 복받치게 만드는 조용한 노래들 역할 같아서였다. 마치 뜨끈한 국물을 삼키듯 목구멍부터 뱃속까지 쭈욱 타고 내려가는 그 서글프고 청승맞던 한(恨)의 노래들은 서릿발처럼 찬 입동을 앞두고 구들장 속에 발을 디미는 것 마냥 후끈후끈 가슴을 달아오르게 했다. 사랑에 울고, 이별에 울고, 행복에도 우는 그 구질구질한 가사말 속에 감정이입해 흥얼거리다보면 동장군도 기를 펴지 못한 채 삼한사온이 후딱 지나가곤 했다. 발라드는 감정의 난로였던 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