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소온지의 'Dynamite Soul'
    책|만화|음악 2011. 11. 4. 06:48

    록큰롤은 다이나마이트다. 눈에 번쩍 띄는 시뻘건 외관만큼이나 죽여주게 섹시한 리듬이 있고, 작은 크기에 놀랄만한 에너지를 숨긴 것처럼 단순한 코드 진행이면서 치명적으로 강력한 에너지를 가졌다. 심지어 타들어가는 심지를 바라보는 초조함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헐떡이는 보컬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에 비하면 상대가 되지 않는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질풍노도의 젊음과 주류 편입을 거부한 허세 어린 반항이 한가득인 록큰롤은 언제나 절정일 때 폭발하는 다이나마이트와 닮았다. 시간이 흘러 지금은 더욱 강력하고 위력있는 폭탄들이 넘쳐나지만 다이나마이트가 가진 매력과 첫 쇼크를 역사가 잊지 못하듯, 록큰롤 역시 그 수많은 장르들 앞에서 특유의 소란스런 낭만과 꿈틀대는 파워를 감히 지울 수 없다. 절로 어깨가 들썩, 고개가 까딱, 엉덩이가 실룩거리는 이 낭창대는 도발을 어찌 꺾을 수 있단 말인가. 흥에 도취되고, 혼을 불사르는 록큰롤은 인간이 지금껏 누린 가장 자유스런 혼돈이며, 이성적인 노력의 무아지경일 것이다. '소온지'가 선보이는 록큰롤 역시 이에 아주 충실하다.
     
    파이팅 넘치는 연주와 온 몸을 내던지는 쇼맨쉽, 깨알 같은 일상성의 재미가 묻어나는 가사. 그들의 노래에서 전천후로 느껴지는 이 모든 것들은 94년 결성돼 지금까지 수많은 라이브하우스에서 공연한 내공과 총 10장의 앨범을 발표한 관록이 빚어낸 힘이다. 더욱이 척 베리의 천재적인 재기발랄함과 제리 리 루이스의 뜨거운 열정의 보컬,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의 카리스마에 못지 않게 '소온지'가 가진 강점은 쇼와 시대의 노스탤지어를 간직한 일본 특유의 감성이 결합돼 있다는 것! 이는 블루지한 록큰롤의 원색과 절묘하게 맞닿으며 허세나 장난처럼 느껴질 법한 가사 속 담긴 진심과 슬픔을 곱씹게 만든다. '문샤이너스'나 '갤럭시 익스프레스', 그리고 '오! 브라더스'의 록큰롤에 우리가 반응하듯, 장르 특유의 로컬라이징이 일구어낸 매력과 특색이라고나 할까. '소온지'가 들려주는 희노애락의 인생사는 짜릿한 하드 트레이닝처럼 달리고 또 달린다. 까랑까랑한 샤우팅에 혼을 실어, 폭주하는 기타와 드럼에 흥을 담아.

    초기 록큰롤의 매력을 철철 넘치게, 아주 찰지게 들려주는 첫 곡 'ロック・ザ・ダイナマイ(록 더 다이나마이트)'는 '소온지'가 어떤 밴드인지 아주 극명하게 알려주는 소개장이다. 그래 이게 진짜 록큰롤이고, 이게 진짜 다이나마이트다. 그 뒤를 잇는 'マネー・ダウン、トニー(머니 다운, 토니)' 역시 흥겹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록큰롤. 섹시하게 머니, 토니를 외치며 할부 이야기를 풀어놓는 인생사 속된 진리가 능청스럽다. 보컬 나베가 부는 하모니카가 인상적인 '一日ってこんなに長かったっけ(하루란 게 이렇게 길었었던가)'는 록큰롤과 교배된 쇼와풍 복고적인 사운드. 컨트리적인 색채도 느껴지며 제법 사색적인 가사도 멋지다. 일본 전통민요의 색채가 가미된 '大阪ジョンガラ考(오사카 죤가라 고찰)'도 쉽게 잊을 수 없는 락넘버로 제목의 '죤가라'라는 단어 자체가 아오모리 츠가루 지방에서 사미센을 반주로 부르는 민요를 뜻한다. 기타를 마치 사미센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연주는 김수철이 기타로 산조를 연주하던 그 놀라움을 떠올리게 만드는데 은은하면서도 구성진 민요를 이렇게나 비트감있게 또 스피디하게 해석해낸 창의성이 백미다. 머디 워터스의 전설적인 'Manish Boy' 리듬 패턴을 기조로 삼은 블루지한 소울 'いい暮らし求ム(좋은 삶을 원해)'도 잊을 수 없는 트랙. 처절할 정도로 좋은 삶을 원하는 나베의 목소리가 뻑적지근하다.
     
    보컬 나베 대신 유일하게 앨범에서 리듬기타 타무가 노래하는 '街(거리)'는 스카 리듬이 결합된 펑키한 록큰롤. 나베의 사무치듯 폭발하는 강렬함은 없지만 타무의 건조한 듯 세련된 음색은 또 나름대로 허세 가득한 싸나이 순정의 가사와 잘 어우러진다. 쇼와풍의 잔재가 아주 짙은 향수처럼 다가오는 '20ワットの月(20와트의 달)'은 앞선 '하루란 게 이렇게 길었었던가'만큼이나 로컬라이징된 '소온지'만의 특색을 전달하는 록큰롤로, 처량 맞은 가사에 아주 잘 어울리는 나베의 구슬픈 목소리가 일품이다. 희극적이면서 동시에 애수어린 일상을 묘사한 '風呂屋のブルース Take a bath, please(목욕탕 블루스)' 역시 그 노스탤지아를 그대로 이어받아 복고지향적인 색채감을 더욱 부각시킨다. 장르 자체에서 느껴지는 옛스러움에 쇼와풍의 멜로디라인이 결부돼 생기는 플러스 효과가 아닌가 싶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あるがままに(있는 그대로)'는 명랑 쾌할한 록큰롤 본연의 매력을 선사하는 곡이다. 자양강장제처럼 건강하고 희망찬 내용의 가사도 좋다. 한국판에만 보너스로 실린 'あほうな仲間(바보같은 동무들)'과 'Rock 'n Roll (will never die)'은 2009년 11월 홍대 상상마당에서 가졌던 라이브 실황으로 무려 '바보같은 동무들' 1절은 한국말로 부르는 쇼맨쉽을 펼쳐보인다. 절대 죽지 않아 록큰롤~ 외치는 인트로의 'Rock 'n Roll (will never die)'도 신명나는 트랙. 죽었다가도 금방 깨어나지 않을까 생각이 될 정도로 끝까지 대단한 에너지를 들려준다.

    블루스에서 진화한 리듬앤블루스에 컨트리, 팝과 스윙 등이 합쳐져 태동된 근 60년 역사의 록큰롤이 이젠 고루하고 따분할 것이라 판단하면 오산! 원자폭탄, 수소폭탄이 쏟아져 나와도 다이나마이트는 여전히 다이나마이트, 폭발력 만땅에 사람 껌뻑 죽이는 치명적인 위력은 그대로듯, 천둥벌거숭이 록큰롤도 여전히 록큰롤이다. '소온지' 8집 '다이나마이트 소울'이 이를 훌륭히 증명하고 있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