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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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의 '7년의 밤'책|만화|음악 2011. 4. 6. 06:14
세상의 모든 부정(父情)이 부정(不淨)하다면 그건 부정(不正)한 일일 것이다. 그럴 일이 없기만을 두 손 모아 닳도록 빌 뿐이지만 현실 저편에서 들려오는 뉴스의 태반은 동방예의지국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자극적이고 인면수심의 파렴치한 범죄와 폭행의 흔적들이다. 고개를 돌려 외면하고 싶을 만큼 잔인하고 엽기적인 수준까지 다다랐다. 상식과 도덕이 땅에 떨어지고 감정과 본능만이 남아 꿈틀대는지 그런 사건사고에는 도통 이성과 논리가 끼어들 틈이 없다. 술이라는 이유로 감형되고, 가족이라는 이유로 화합과 용서를 구하는 현실이 더 이상 그대로 용납되어선 안된다. 그러나 그 상황을 바로잡기엔 우리나라 경찰들은 너무 할 일이 많고, 과거 정권에 빌붙어 사법살인까지 자행했던 법집행부는 무능하기 짝이 없으며, 정치권은 부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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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혁의 'Human Life'책|만화|음악 2011. 4. 2. 22:13
도심을 걷다보면 언제나 마주치는 회색빛 콘크리트 마감에 묘한 익숙함과 편안함을 느낀다. 복작거리는 차들과 차거운 네온등빛, 시끄러운 소음과 진동, 무관심, 그리고 정체불명의 오지랖과 빠르게 걷는 사람들 사이에서 안도하는 나는 천상 도시 촌놈이다. 관심과 간섭을 피해 자신의 세계에 침전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감정을 휘발시키고 점점 더 시니컬하고 비관적인 시선을 갖게 되는 내 도시의 삶은 생존전략과 상처를 견딜 수 있게 하는 방패를 넘어 특유의 낭만을 선사한다. 각박하고 매마른 유리 동물원 속 거대 유기체처럼 돌아가는 미친 시스템. 크던 작던 액정으로만 나누는 대화. 우울한 자조는 누구도 이길 수 없는 무기. 그리고 건조하고 단단해지는 만큼 강해지는 거라는 믿음까지. 줄곳 눈물과 감정을 지워버린 채 지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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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빈의 'Sad Ending'책|만화|음악 2011. 3. 24. 06:30
슈퍼스타에, 위대한 탄생, 나는 가수다가 범람하고, 아이돌이 공룡처럼 지배하며, 조금만 지나도 살아있는 화석이 되어버리는 현 가요계 트렌드에서 이제 막 데뷔를 앞둔, 그리고 막 데뷔를 한 신인가수들의 심정은 어떨까. 적어도 노래를 듣고 즐기는 청자聽者의 입자에선 너무나도 예능화되고 희화화되며 가볍게 소비되는 모습들이 그리 반갑지만은 않는 게 사실이다. 시대의 변화이고 조류라고 이해하고 받아들이지만 어디까지나 머리로서 그런 거고, 아직도 가슴으론 진짜 가수와 가짜 가수의 경계가 그어지고 나누어지며 소비되어진다. 스타트 라인에서 이제 막 달리기 시작한 그들 또한 대중의 이중성을 누구보다 쉽게 느끼고 두려워하지 않을까. 허나 분명한 건, 그 가슴 떨리는 유쾌한 두근거림이, 죽을만치 무서운 설레임이 그들을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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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TE의 'Romantico'책|만화|음악 2011. 3. 19. 05:24
네스티요나(Nastyona)의 음악은 몽환적이면서도 리드미컬하다. 그루브함 속에 나른한 기운이 시종일관 귓가를 간지럽피곤 한다. 텔레파시(Telepathy)는 펑크와 일렉트로니카 사이 어딘가에서 방황한다. 감각적인 흥겨움이 모호한 패턴 속에 살아숨쉬고 질주한다. 둘 다 범상치 않은 음악 색깔을 지닌 인디 밴드다. 근데 이 두 그룹을 거친 베이시스트 테테(임태혁)의 솔로 EP라니, 도통 어떤 느낌일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아마도 베이시스트 특유의 리듬감으로 무장된 펑키한 락 사운드가 아닐까 그저 그렇게 막연히 상상했을 뿐. 허나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이 서투른 지례 짐작은 재생지로 만들어진 디지팩을 받아드는 순간 사막의 신기루마냥 스르르 사라지고 말았다. 까끌한 특유의 도화지 느낌에 베이지톤 단색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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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의 'Real+'책|만화|음악 2011. 3. 10. 04:05
작년 말부터 올초까지 그야말로 '아이유 신드롬'이었다. 하루 자고나면 쉴새없이 패러디돼 쏟아져나오던 3단 콤보 움짤은 물론, 그녀가 직접 부른 가요프로 라이브 영상은 연일 화제였다. 그리고 그 관심은 드라마 [드림하이]까지 이어져 출연 분량과 비중이 늘어난 건 물론, 급기야 전혀 상관없을 법한 어느 유치원 홈페이지까지 마비시키고 말았다. 문근영도 그렇고, 김연아도 그렇고, 새천년을 맞이한 이래 유난히 국민 여동생에 열광해 온 대한민국 여론상, 이 아이유 광풍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기세다. 평범하기 그지없었던 어느 소녀 가수가 어떻게 연예계 화제의 중심이 되었을까. 그 조짐의 시작은 슬옹와 함께 한 '잔소리'부터였다. 물론 그 전에 발표한 'Boo'와 '마쉬멜로우'가 챠트에서 나름 선방하며 아이유의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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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w의 'Eggs are Funny'책|만화|음악 2011. 3. 3. 06:21
국내에서 팬질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대중적인 인기를 얻지 않는 한 일단 접하기가 어렵고, 그 어려움을 기꺼이 무릅쓰고 돈과 시간을 투자하면 주위에서 '덕후'라는 칭호를 붙여주니, 이건 참 아스트랄한 오해고 극단적인 편견이며 취향에 대한 대중의 폭거인 셈이다. 남들과 다르다는 불편함이 주는 일종의 저주인지, 아님 대세론자들의 친절한 깨우침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누구나 즐기는 대중적인 트렌드 외 그 이면의 취향과 다른 문화가 숨쉬고 있다는 걸 캐치해내는 것도 꽤나 중요한 일이 아닌가. 그러나 그런 대범하고도 통넓은 포용력을 갖기에 우리 대중문화 시장은 작고 열악하다. 인식과 소비가 이루어지기 전에 급격하게 변해가는 기술의 속도와 문화 풍속도는 세계의 크기와 다양성을 너무나 쉽게 한정지었다. 세상은 보기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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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샤벳의 'Supa Dupa Diva'책|만화|음악 2011. 3. 1. 07:07
아이돌의 홍수다. 대란이고 전쟁이다. 총칼만 안들었다 뿐이지 각 회사별 사운(?)을 걸고 조직된 그룹들 속 멤버들은 연예계란 전장에서 싸우는 소년소녀 분대병과 같다. 얼마나 완성도 있게 훈련되었는가, 기본 스펙(예를 들어 외모와 신체 조건, 가창력 등과 같은)은 어떤가, 후방 지원은 빠방한가, 타켓층의 목표(혹은 팬덤의 지원)는 확실한가에 따라 갈리는 이 치열한 양상의 승패는 국내 가요계를 넘어 일본을 비롯한 범국제적인 조류로까지 확산되었다. 물론 오래 전부터 이런 붐은 항상 존재해왔다. 그리고 유대경전 말씀처럼 이 또한 지나갈 것이고. 문제는 시장이 만들어낸 유행 속 풍전등화와 같은 이들의 운명이다. 살아남아 1%의 전설이 되거나, 피멍이 든 가슴을 안고 기억 저 멀리 사라지는 대다수의 패잔병이 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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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경의 'The First Day'책|만화|음악 2011. 2. 9. 14:34
매일매일 반복되는 평범한 나날. 나아질 기미가 전혀 없는 시궁창 같은 현실. 꿈꾸는 것조차 사치일만큼 어려운 형편. 계속된 고난과 시련 앞에서 신데렐라를 떠올린다. 요술봉을 휘두르면 호박을 마차로, 부엌쥐를 근사한 말로, 굴러다니던 먼지를 보석으로, 재투성이 아가씨를 공주로 변신시켜줄 그런 기회나 은인을 말이다. 인생역전. 그렇게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의 해피엔딩은 이 지긋지긋한 일생에 기분 좋은 마침표와 같은 인장이니, 누구나 두 팔을 뻗어 힘차게 움켜쥐려 한다. 그러나 어디까지 동화 속 이야기일뿐,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가난한 예술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기다리다 굶어 쓰러지고, 자신의 노래를 직접 구워 팔다 뇌출혈로 세상을 등졌다. 그리고 더 많은 이들이 아직도 어둠 속에서 내일이란 꿈을 꾸며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