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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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지피피의 'ALOHA OE'책|만화|음악 2011. 12. 18. 20:33
매혹적이다. 편안함 뒤에 숨은 그 작고 예민한 개성까지도 사랑스럽다. 대한민국에 무수히 많은 가수들이 있다고 하지만 그들과 겹치지 않는 - 이 듣도 보지도 못한 축복받은 감미로운 보이스톤은 가히 백만불짜리다. 캐시미어 외투결 같은 따사로운 중저음도 일품이지만 이불 속 솜털처럼 가뿐히 날아다니는 힘을 쭉 뺀 가성도 몽환적이고 낭만적이다. 그 사이를 유려하고 자연스럽게 오가는 담백한 기교는 눈에 띄게 두드러지지 않지만 마술처럼 가뿐히도 청자를 사로잡는다. 로지피피에게 홍대의 노라 존스라는 찬사가 붙여진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노라 존스의 톤이나 스타일, 장르가 느껴진다기보단 그만큼 편안한 사운드를 갖췄다는 얘기다. 사실 일렉트로닉과 보사노바, 포크와 힙합, 락 등 다양한 장르의 경계를 쉽게 넘나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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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네 담벼락의 '한 개의 달 한 개의 마음'책|만화|음악 2011. 12. 4. 15:31
반짝이는 멜로디는 없다. 톡쏘는 향기처럼 중독될 후크도 없고, 심지어 그루브한 리듬감이 몸을 자극시키지도 지배하지도 않는다. '순이네 담벼락'은 이름만큼이나 촌스럽고 투박한 감성을 지녔고, 당혹스러울만치 자기네들의 비정형화된 사운드를 고집한다. 강렬한 기타 연주 속에서 피어나는 피아노의 영롱하면서도 노스탤지어를 간직한 따뜻한 음색은 대중적인 기대를 저버린 채 어둡고 힘든 일상으로 훌쩍 떠나버린다. 거기에 여리여리한 리드 보컬의 가녀린 목소리는 언제 꺼져버릴 풍전등화처럼 위태롭게 들려온다. 폭풍을 목전에 둔 길가의 민들레처럼 세차게 흔들리며 불안하게 귓가로 흐트러져간다. 파워풀한 스토로크와 열정적인 터치가 한바탕 휩쓸고 지나감에도 남는 건 짠한 공허함과 울적한 허무함이다. 평범하지만 공감 가는 가사말을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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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차드 뮬러의 '대통령을 위한 물리학'책|만화|음악 2011. 11. 28. 21:31
학창시절 전파과학사에서 나오던 현대과학신서와 블루백스 번역판을 즐겨 탐독하던 이과생으로 - 사실 물리학보단 생물학을 더 좋아했지만 - 과학교양서에 대한 거부감이나 부담감은 전혀 갖고 있지 않았다. 과학이나 수학을 잘해서라기 보단 긴 수업과 보충으로 다져진 익숙함 때문이라는 게 더 그럴 듯한 이유겠지만, 사실 그런 책들을 즐겨 보던 형에 대한 영향력과 조그마한 관심도 한몫했다. 특히 그 중에서도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나 조지 가모프의 '이상한 나라의 톰킨스씨'같은 서적들은 인생의 필독서로 뽑을 만큼 감명깊게 보고 또 보곤 했는데, 화려한 수식과 기본적인 지식 없이도 자연스럽고 친근하게 접근하는 방식을 보며 과학이 이렇게 재미있고 쉽게 느껴질 수도 있구나 경탄하곤 했었다. 지금이야 이러한 스타일이 트렌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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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빌의 'Dr. Alcohol'책|만화|음악 2011. 11. 20. 17:00
대한민국에서 컨트리라니. 이 무슨 상파울로에서 진도 아리랑을 부르는 조합이더냐 싶지만 의외로 썩 잘 어울린다. [귀를 기울이면]에 나왔던 존 덴버의 개사곡 '콘크리트 로드'보다 백만배나 더 잘. 구수하고 편안한 멜로디에 일상적이고 직설적인 (징글징글한 남자들의 술 얘기가 태반이긴 하지만) 가사를 얹은 노래들은 컨트리 특유의 경쾌 발랄 애수 삼박자를 고루 갖춘 피들과 페달 스틸, 밴조와 만돌린, 하모니카가 곁들어지며 독특한 풍취와 색다른 들을거리를 제공했다. 껍데기 외향은 미국산인데, 알고보니 부품은 한국산이었다는 관광기념품 속에 얽힌 우스개처럼 미국 남부의 사운드를 고스란히 차용하면서도 두런두런 우리네 이야기를 담아내는 모양새는 제법 웃기면서도 능청스런 재미가 있다. 이질적인 양면을 재기발랄한 치기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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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의 'Sensitive'책|만화|음악 2011. 11. 9. 05:39
가을이란 계절엔 전통적으로 발라드가 강세였다. 몰론 아침 저녁으로 스산해지는 바람과 입시 추위에 딱 맞춰 뚝 떨어지는 기온이 그 흐름을 부채질한 것도 무시 못하겠지만, 왠지 뜨거웠던 여름철의 시원한 댄스가 태풍처럼 휘몰아치고 가면 그 텅 빈 공백을 메꿔주는 건 언제나 감정을 복받치게 만드는 조용한 노래들 역할 같아서였다. 마치 뜨끈한 국물을 삼키듯 목구멍부터 뱃속까지 쭈욱 타고 내려가는 그 서글프고 청승맞던 한(恨)의 노래들은 서릿발처럼 찬 입동을 앞두고 구들장 속에 발을 디미는 것 마냥 후끈후끈 가슴을 달아오르게 했다. 사랑에 울고, 이별에 울고, 행복에도 우는 그 구질구질한 가사말 속에 감정이입해 흥얼거리다보면 동장군도 기를 펴지 못한 채 삼한사온이 후딱 지나가곤 했다. 발라드는 감정의 난로였던 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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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온지의 'Dynamite Soul'책|만화|음악 2011. 11. 4. 06:48
록큰롤은 다이나마이트다. 눈에 번쩍 띄는 시뻘건 외관만큼이나 죽여주게 섹시한 리듬이 있고, 작은 크기에 놀랄만한 에너지를 숨긴 것처럼 단순한 코드 진행이면서 치명적으로 강력한 에너지를 가졌다. 심지어 타들어가는 심지를 바라보는 초조함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헐떡이는 보컬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에 비하면 상대가 되지 않는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질풍노도의 젊음과 주류 편입을 거부한 허세 어린 반항이 한가득인 록큰롤은 언제나 절정일 때 폭발하는 다이나마이트와 닮았다. 시간이 흘러 지금은 더욱 강력하고 위력있는 폭탄들이 넘쳐나지만 다이나마이트가 가진 매력과 첫 쇼크를 역사가 잊지 못하듯, 록큰롤 역시 그 수많은 장르들 앞에서 특유의 소란스런 낭만과 꿈틀대는 파워를 감히 지울 수 없다. 절로 어깨가 들썩, 고개가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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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개들의 '그래, 아무 것도 하지 말자'책|만화|음악 2011. 10. 26. 17:12
얄개들. 조흔파 선생의 소설이 유행하던 1970년대도 아니고 이런 촌스런 이름을 굳이 꺼내든 이 신인 밴드의 저의는 과연 뭘까. 앨범을 처음 받아들고 들었던 생각은 이 밴드 진정성에 대한 일말의 의심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편견이었다. '장기하와 얼굴들' 이후 인디씬에 유행처럼 퍼진 복고풍 빈티지 사운드에 무임승차한 시대조류의 편승인가. 아님 추억 환기용으로 소비되어지길 바라고 상업적으로 접근한 영리한 계산일까. [세시봉 특집]과 [나는 가수다] 열풍으로 한껏 탄력 받은 과거 히트송에 대한 수요와 트렌드적인 환기는 그 시대를 거쳐온 세대로서 반갑고 즐겁긴 하지만, 지나친 우려먹기와 본질은 외면한 채 과도한 스타일에 대한 집착으로만 해석되지 않을까 우려스러웠던 것도 사실이기에 유독 색안경을 끼고 민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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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티 코알라의 '밝고 건강한 아침을 위하여'책|만화|음악 2011. 10. 19. 07:01
무의미하게 지나가는 하루하루, 무성의하게 대응하는 자신을 보며 반성한 적이 적지 않다. 그러나 나의 오늘이 남들에겐 주어지지 않는 내일일지 모른다며 감사하게 생각하고 충실하게 행동하라는 격언은 귓등으로 흐르기 일쑤. 귀차니스트인 내가 하루에 대해 조금의 경의라도 보인 건 일기를 쓴다거나 블로그 포스팅하는 게 고작이었다. 사진을 찍고, 단상을 끄적이다 보면 그날의 흔적을 조금이나 건지지 않겠나 하는 안일함이 딴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 여겼기 때문이리라. 그러다보니 결국 일기도 매너리즘에 빠져 그날 그날이 날씨를 제외하고 이하동문의 연속이고, 블로그의 포스팅 수는 점점 줄게 되었다. 이럴 때 음악이라도 할 줄 알았다면 같은 나날이라도 다른 장르, 독특한 감성으로 하루를 불러 볼텐데. 어째 글이라는 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