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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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잡이에게 여분의 안경은 필요조건이지.잡담 2012. 7. 4. 04:56
계속 끼고 다니던 안경에 흠집이 생겼다. 미세한 가느다란 실금이 눈동자 위에 살짝 붙은 눈썹 마냥 신경이 쓰이길래 안경을 갈았다. 마침 귀 뒤도 자꾸 닿아서 아프기도 하고. 집에 굴러다니던 뿔테에 알을 넣었다. 백범 선생 안경처럼 동그란 게 좀 낡아보인다. 어머니가 바자회를 돌다 맘에 드는 것도 없고 마침 싸길래 집어왔다는데 이렇게 써먹을 줄을... 은근 기대하고 있었다. 농구하면서 1년에 한번씩 안경을 갈던 예전같진 않지만, 20년 넘게 안경잡이로 살아온 내게 여분의 안경은 필요조건이다. 렌즈를 껴보는 것도, 수술하는 것도 편하고 좋아보이련만, 아직 눈동자에 직접 손댄다는 사실이 익숙치 않다. 그러고보니 살면서 안약 한 번 제대로 넣어본 적 없다. 가짜 눈을 달고서 진짜 나쁜 눈을 보호하며 살았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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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에 지쳐 결국 미니 USB 선풍기 하나를 들였다.잡담 2012. 6. 29. 05:03
방안이 사우나 시설도 아니고, 모니터만 바라보며 키보드, 마우스질만 해대는 게 뭐 중노동이라고 땀을 비오듯 쏟아대는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평소에 특별히 다한증으로 고생한 적도 없으니, 이건 순전히 날씨가 미친 거고, 집이 주옥같이 더운 게다. 에어컨이나 선풍기라도 있었으면 좀 나을텐데, 방안에 굴러다니는 건 어머니가 얻어오신 플라스틱 부채뿐. 몇번 부쳐대니 거죽은 조금 시원스러운데 속에서 열불이 난다. 이러다 컴퓨터가 내뿜는 열기에 열사병으로 쓰러질 것 같아 요즘 유행하는 USB 선풍기를 하나 들였다.왕년의 아놀드 주지사 피부를 연상케하는 구리빛 메탈릭 재질의 튼튼한 놈으로다가. 허나 중국산인지라 그럴듯한 외형에 속으면 안된다. 쌩쌩 강력한 용의 콧김을 내뿜을 것 같은 생김생김과 달리 전원을 넣으면 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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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6 신제품 발표회에 다녀오다!잡담 2012. 6. 28. 02:18
어도비에서 새로운 버전의 CS6를 내놓았다. 타블릿과 스마트폰의 대중화 이후 처음 선보이는 플랫폼인지라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된 건 명약관화한 사실. 거기에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만 같았던 Flash의 운명과 전자책의 득세로 역시나 위협을 받게 된 In design, 그리고 대폭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 Dreamweaver 뿐만 아니라, 언제나 대중의 관심을 사로잡는 스타 플레이어 Photoshop의 새로운 기능까지 궁금증이 더해지며 기대감을 부풀렸는데, 그래서 신청했다. CS6 신제품 발표회에. 긴 시간과 이른 시각이 최대 걸림돌이었으나 마침 유로 경기도 없던 날이었기에, 푹 숙면을 취하고 여유롭게 당당하게 행사장이 있던 경희대 평화의 전당으로 향했는데... 두둥! 저 줄을 보라.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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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격! 머쉰엑스 마크 파이브!잡담 2012. 6. 5. 03:22
리안리다. 그것도 가장 소화하기 어렵다는 궁극의, 그리고 마성의 DIY 케이스, T60이다. 오픈형 테스트벤치 케이스. 비슷한 계열의 쿨러마스터 Test Bench V1.0보다 훨씬 가볍고, 거긴엔 존재하지 않는 확장용 슬롯과 (옵션이긴 하지만) USB 및 오디오 단자를 지원한다. 마치 일반 가정용 비디오데크같은 점잖은 Test Bench V1.0과 비교하면 T60의 외형은 뭐라 표현할 길이 막막한 - 형이상학적이고 파격적인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색깔도 와인색과 블랙, 실버 3종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지며, 무엇보다 은은한 광택의 윤기가 보는 이의 마음을 설레게 할 섹시한 알미늄 바디다! 지난 12월부터 지금까지 이유모를 SSD 작동 오류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메인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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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화원.잡담 2012. 5. 24. 04:40
잡풀이 무성한, 그래서 발 디딜 곳 하나 없는, 저마다 숨겨둔 비밀의 화원이 마음 속에 존재한다. 들키지 않게 꼼꼼히 숨겨두었지만, 내심 누군가에 의해 발견됐으면 좋겠다는 속내가 담긴 이 화원의 본질은 (가꾸기 나름이겠지만 그래도 제법) 아름답다. 그러나 - 방치해둔 이유야 여러가지겠지만 - 게으름과 무관심이 더해져 짙은 녹음과 벌레 낀 그 곳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기란 그리 쉽지 않다. 혹 누군가 마음 속에 들어가 몰래 엿봤다손 치더라도 그것이 그 사람의 숨겨진 비밀의 화원이라는 걸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말이다. 니 마음의 쓰레기통을 엿본 거 같아.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잘 가꿔진 그 곳은 더 이상 비밀의 화원이 될 수 없으니까. 비밀의 화원은 결코 자신에 의해 발견되지 않는다. 자신의 의지로 정리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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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밤.잡담 2012. 5. 22. 04:42
길을 잃어도 곧 돌아갈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오랜 기간 숙달된 감각은 마치 몸의 일부같아서 결코 잊을 수 없는 거라 배웠다. 그래서 낯선 풍광과 서늘한 적막이 온 몸을 휘감아도 절대 당황하지 않았다. 이내 익숙해질 거고 그럼 당연하게도 방향이 눈앞에 자연스레 펼쳐질거라 여겼다. 짙은 안개와 험한 바람은 잦아들고, 어둠이 가시고 밝은 태양이 뜨면 길은 반드시 나타날 것이다. 그 어떤 달콤한 유혹과 끔찍한 고통에 굴하지 않는 굳은 심지와 앞으로 나아갈 두 다리, 그리고 지도와 식량을 여물게 거머쥔 여력의 팔만 건재하다면 문제될 것이 없었다. 하나 간과한 게 있었다면 그건 바로 시간이었다. 왜 그땐 미처 알지 못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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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아이패드를 써보다.잡담 2012. 4. 11. 01:54
국내엔 아직 '공식적으로' 풀리지 않은 '뉴아이패드'란 놈을 X덕택에 잠깐 만져 볼 수 있었다. 그간 애플 제품이라곤 '아이팟3'만이 내 인생에 전부였던 무식하고 가난한 나를 위해 X는 그전 버전인 아이패드2를 가져와 친절히 비교 시전해보이며 무엇이 나아졌는가 잡스 형아처럼 프리젠테이션을 펼쳐보였다. 허어. 이래뵈도 프리즈비에서 죽돌이처럼 아이패드2만 붙잡고 있던 나를 뭘로 보고. 그래봤자 뭐 얼마나 달라졌겠어 반쯤 심드렁한 표정으로 스위치 온! 했는데, 그만 절로 튀어나오던 '아니 신세경이 요기 잉네~!' 웹브라우저 뜨는 속도도 속도지만, 웬간한 HDTV를 가뿐히 넘어서는 해상도로 또렷하게 눈을 정화시키는 텍스트와 풀HD 영상은 절로 부럽다는 찬탄과 내 껏이 아니라는 탄식을 동시에 자아냈다. 카메라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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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injay 단행본 출간합니다!잡담 2012. 4. 1. 21:18
블로그 20만 히트 기념으로 그간 포스팅을 모아 책을 만들 예정이다. 남들은 백만 히트, 천만 히트를 기록하는 판에 5년만에 20만 히트는 굉장히 약소해보이지만, 하루 하루 의미있는 글과 사진이 모여 만들어낸 이 기록이 나는 자랑스럽고 소중하다. 목표는 조금 거창하게 '무라카미 하루키의 잡문집' 같은 책이 되었으면 싶은데, 그간 작성한 830여개의 포스팅이 워낙 제각각에 형편없는 졸필들이라 한데 잘 모아질지 반신반의다. 낯간지럽고 감상적인 낙서부터 리뷰, 하소연, 일기와 고백 등 온갖 잡담들을 추리고 추릴 일들이 쉽지만은 않아보인다. 그래도 퍽 재미있지 않을까.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난 나만의 나이테 같은 책일텐데. 이런 궁상맞은 개인의 기록이라도 괜찮다면 신청받아 돌리는 이벤트도 해볼까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