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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 잃은 밤.
    잡담 2012. 5. 22. 04:42


    길을 잃어도 곧 돌아갈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오랜 기간 숙달된 감각은 마치 몸의 일부같아서 결코 잊을 수 없는 거라 배웠다. 그래서 낯선 풍광과 서늘한 적막이 온 몸을 휘감아도 절대 당황하지 않았다. 이내 익숙해질 거고 그럼 당연하게도 방향이 눈앞에 자연스레 펼쳐질거라 여겼다. 짙은 안개와 험한 바람은 잦아들고, 어둠이 가시고 밝은 태양이 뜨면 길은 반드시 나타날 것이다. 그 어떤 달콤한 유혹과 끔찍한 고통에 굴하지 않는 굳은 심지와 앞으로 나아갈 두 다리, 그리고 지도와 식량을 여물게 거머쥔 여력의 팔만 건재하다면 문제될 것이 없었다.

    하나 간과한 게 있었다면 그건 바로 시간이었다.
    왜 그땐 미처 알지 못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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