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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 그 무더움에 대하여.잡담 2012. 8. 7. 03:09
불볕이다. 94년 이후 최고의 서울 더위라는데, 젊음의 혈기가 그 온도보다 더 불을 뿜었던 그땐 사실 그리 더운 줄 모르고 죽어라 농구만 했던 기억이 선하지만, 지금은 좀 버티기가 많이 힘들다. 나이가 들면 경험도 많고 연륜이 쌓여 참을성도 늘어날 법하지만... 쥐뿔! 40도에 육박하는 방 안에 앉아 책이라도 읽거나 모니터라도 바라보고 있으려면 어느새 정신을 잃고 의자에 녹아 달라붙고 만다. 간신히 의식을 차리고보면 타임워프라도 한 양 시간이 후딱 증발해있다. 샤워하고 물 먹고 정신 잃고 샤워하고 물 먹고 정신 잃고가 무한 루프로 돌아가는 하루가 이젠 끔찍하다. 이글이글 작열하는 태양 아래 유일하게 남은 내 희망과 용기마저 쉬 녹아버릴까 두렵다. 같이 맞불 놓기에 이 나이는 연일 지속되는 35도의 날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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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츠키 히로유키의 '타력'책|만화|음악 2012. 8. 6. 20:21
타력이라니. 내가 생각한 그 뜻이 과연 맞을까. 처음 이 책에 대한 정보를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제목의 생경스러움과 의아함이었다. 초딩 시절부터 바른생활 시간에 스스로 알아서 척척척! 이란 생활 모티브를 구호처럼 되뇌던 학교 선생님 밑에서 수업을 주구장창 세뇌되다시피 받아오던 범생 출신인지라 아무래도 이런 정반대되는 주장이 이태리 타올 만큼이나 더 까끌까끌하게 다가왔다. 자력으로 씩씩하고 열심히 바리바리 살아도 모자랄 판에 남의 힘을 인지하고 수용해야 한다는 참으로 수동적인 태도라니, 신선하고 독특하게 느껴지지만 선뜻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혹시나 인생을 편하게 살아갈 수 있는 노하우나 일상의 지혜라도 담아낸 실용서라면 좀 다르겠지 싶어 한두 장을 넘겨보니 그와 달리 불교적인 시각이 옅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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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책|만화|음악 2012. 7. 23. 03:31
하루키의 에세이를 처음 읽게 된 건 그의 소설이 모두 대출되고 없는 대학교 도서관 덕분이었다. 지금은 격하게 고맙게 여기고 있지만 당시 나는 그의 책을 읽기 위해 열이 올랐던 때라 야속하리만치 텅 빈 책장을 바라보는 게 꽤나 고역이었다. 같은 무라카미라도 류씨의 소설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터라 대신 빌릴 걸 물색하던 중 눈에 들어온 게 바로 하루키의 에세이였는데, 딱 봐도 재미없을 것 같던 문학사상사 특유의 촌빨 날리는 표지에, 너덜너덜 다 떨어진 것 같은 책 상태, 거기에 다섯 살 먹은 아이가 그린 것 같은 안자이 씨의 유치찬란한 일러스트까지 결합돼 딱히 빌리고 싶단 마음은 들지 않았다. 편당 글이 짧은 것 같으니 그냥 한 번 들춰나 볼까 싶은 마음으로 가볍게 선 자리에서 읽기 시작했는데, 10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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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증을 취득했다.잡담 2012. 7. 10. 15:56
자격증을 취득했다. 운전면허 이후 국가공인자격증이 얼마만인가. 올초에만 해도 전혀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하나가 손 안에 들어오니 제법 기분이 뿌듯한 게 매년 하나씩은 따줘야겠다는 건방진 생각마저 들었다. 사실 같이 준비한 자격증 하나는 실기에서 떨어지고 말았는데, 워낙에 부정적인 기운이 강한 사람인지라 하나 붙었다는 사실보단 하나가 떨어졌다는 자괴감에 더 우울했었다. 그러나 이렇게 실물로 자격증을 받고나니 그 괴로웠던 마음이 눈녹듯 사라지고 말았다. 아 이 알량하고 한없이 가벼운 멘탈이여. 종종 자격증 수십개인 사람들이 방송에 나오면 왜 저걸 저렇게 모으나 의문을 가졌었는데, 그 기분 조금 알 것도 같다. 어느 커트라인을 넘어섰다는 - 일종의 자신감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나 할까. (물론 떨어지면 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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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잡이에게 여분의 안경은 필요조건이지.잡담 2012. 7. 4. 04:56
계속 끼고 다니던 안경에 흠집이 생겼다. 미세한 가느다란 실금이 눈동자 위에 살짝 붙은 눈썹 마냥 신경이 쓰이길래 안경을 갈았다. 마침 귀 뒤도 자꾸 닿아서 아프기도 하고. 집에 굴러다니던 뿔테에 알을 넣었다. 백범 선생 안경처럼 동그란 게 좀 낡아보인다. 어머니가 바자회를 돌다 맘에 드는 것도 없고 마침 싸길래 집어왔다는데 이렇게 써먹을 줄을... 은근 기대하고 있었다. 농구하면서 1년에 한번씩 안경을 갈던 예전같진 않지만, 20년 넘게 안경잡이로 살아온 내게 여분의 안경은 필요조건이다. 렌즈를 껴보는 것도, 수술하는 것도 편하고 좋아보이련만, 아직 눈동자에 직접 손댄다는 사실이 익숙치 않다. 그러고보니 살면서 안약 한 번 제대로 넣어본 적 없다. 가짜 눈을 달고서 진짜 나쁜 눈을 보호하며 살았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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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그러니까 마카롱은 역전골 같은 맛이야.음식|스포츠 2012. 6. 30. 21:16
달고 작고 비싼 마카롱은 가격대 성능비가 형편없는 음식이지만, 그러기에 미친 척 열광할 수 있는 것 같다. 마치 명품처럼. 이 가격이 말이나 돼! 버럭 소리 질러주고 싶은데 막상 갖고 있으면 한 단계 신분 상승이 일어난 것 같은 마술처럼 마카롱 역시 한 입 베어무는 순간 모든 세상이 컬러풀하게 달달해진다. 바삭한 첫 느낌과 달리 촉촉하니 젖어드는 속살 샌드의 부드럽고 쫀득함은 물론, 그 새콤달콤 과일향과 아몬드의 풍미가 어우러지는 이 짧은 한 입 쾌감은 아! 스포츠의 그 어떤 역전골보다도 강렬하도다. 아쉬움에 손가락을 빨아보지만 단맛 하나 느껴지지 않는 깔끔함조차 마치 지금까지의 마카롱은 환상이었다는 듯 짙은 아쉬움과 그리움을 모락모락 남긴다. 마카롱은 미친 달콤함이다. 시각화된 달콤함이고, 가장 짧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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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에 지쳐 결국 미니 USB 선풍기 하나를 들였다.잡담 2012. 6. 29. 05:03
방안이 사우나 시설도 아니고, 모니터만 바라보며 키보드, 마우스질만 해대는 게 뭐 중노동이라고 땀을 비오듯 쏟아대는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평소에 특별히 다한증으로 고생한 적도 없으니, 이건 순전히 날씨가 미친 거고, 집이 주옥같이 더운 게다. 에어컨이나 선풍기라도 있었으면 좀 나을텐데, 방안에 굴러다니는 건 어머니가 얻어오신 플라스틱 부채뿐. 몇번 부쳐대니 거죽은 조금 시원스러운데 속에서 열불이 난다. 이러다 컴퓨터가 내뿜는 열기에 열사병으로 쓰러질 것 같아 요즘 유행하는 USB 선풍기를 하나 들였다.왕년의 아놀드 주지사 피부를 연상케하는 구리빛 메탈릭 재질의 튼튼한 놈으로다가. 허나 중국산인지라 그럴듯한 외형에 속으면 안된다. 쌩쌩 강력한 용의 콧김을 내뿜을 것 같은 생김생김과 달리 전원을 넣으면 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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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6 신제품 발표회에 다녀오다!잡담 2012. 6. 28. 02:18
어도비에서 새로운 버전의 CS6를 내놓았다. 타블릿과 스마트폰의 대중화 이후 처음 선보이는 플랫폼인지라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된 건 명약관화한 사실. 거기에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만 같았던 Flash의 운명과 전자책의 득세로 역시나 위협을 받게 된 In design, 그리고 대폭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 Dreamweaver 뿐만 아니라, 언제나 대중의 관심을 사로잡는 스타 플레이어 Photoshop의 새로운 기능까지 궁금증이 더해지며 기대감을 부풀렸는데, 그래서 신청했다. CS6 신제품 발표회에. 긴 시간과 이른 시각이 최대 걸림돌이었으나 마침 유로 경기도 없던 날이었기에, 푹 숙면을 취하고 여유롭게 당당하게 행사장이 있던 경희대 평화의 전당으로 향했는데... 두둥! 저 줄을 보라.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