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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격! 머쉰엑스 마크 파이브!잡담 2012. 6. 5. 03:22
리안리다. 그것도 가장 소화하기 어렵다는 궁극의, 그리고 마성의 DIY 케이스, T60이다. 오픈형 테스트벤치 케이스. 비슷한 계열의 쿨러마스터 Test Bench V1.0보다 훨씬 가볍고, 거긴엔 존재하지 않는 확장용 슬롯과 (옵션이긴 하지만) USB 및 오디오 단자를 지원한다. 마치 일반 가정용 비디오데크같은 점잖은 Test Bench V1.0과 비교하면 T60의 외형은 뭐라 표현할 길이 막막한 - 형이상학적이고 파격적인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색깔도 와인색과 블랙, 실버 3종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지며, 무엇보다 은은한 광택의 윤기가 보는 이의 마음을 설레게 할 섹시한 알미늄 바디다! 지난 12월부터 지금까지 이유모를 SSD 작동 오류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메인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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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e Young의 '4 Luv'책|만화|음악 2012. 5. 28. 15:04
조금은 덥다 싶은 봄날, 희영의 정규 1집이 나왔다. 작년 이맘때 처음 발표한 EP를 들으며 파스텔 뮤직에 잘 어울리는 여성 싱어송라이터구나 감탄했던 기억이 선한데, 훌쩍 시간이 지나 그녀의 새 노래들을 CDP에 걸어놓고 산들거리는 봄기운을 맞으며 듣고 있으려니 그 지난 음音의 감촉들이, 그 상찬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되살아났다. 국내에선 좀처럼 만나기 힘든, 아메리칸 포크팝 스타일의 음악이었다. 빈티지스럽지만 세련되고, 실험적이고 모험적인 시도와 의식은 없지만, 편안하고 살짝은 애잔하기까지 한 그런 기운의 감성이었다. 장르적으로 어렵고 생소하기 때문에 듣기 힘든 게 아니라, 이런 음악들을 소비할 대상에 대한 시장의 섣부른 판단과 이런 색깔을 유지해선 버틸 수 없는 풍토에 대한 가수들의 두려움이 만들어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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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화원.잡담 2012. 5. 24. 04:40
잡풀이 무성한, 그래서 발 디딜 곳 하나 없는, 저마다 숨겨둔 비밀의 화원이 마음 속에 존재한다. 들키지 않게 꼼꼼히 숨겨두었지만, 내심 누군가에 의해 발견됐으면 좋겠다는 속내가 담긴 이 화원의 본질은 (가꾸기 나름이겠지만 그래도 제법) 아름답다. 그러나 - 방치해둔 이유야 여러가지겠지만 - 게으름과 무관심이 더해져 짙은 녹음과 벌레 낀 그 곳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기란 그리 쉽지 않다. 혹 누군가 마음 속에 들어가 몰래 엿봤다손 치더라도 그것이 그 사람의 숨겨진 비밀의 화원이라는 걸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말이다. 니 마음의 쓰레기통을 엿본 거 같아.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잘 가꿔진 그 곳은 더 이상 비밀의 화원이 될 수 없으니까. 비밀의 화원은 결코 자신에 의해 발견되지 않는다. 자신의 의지로 정리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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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llow Monsters의 'We Eat Your Dog'책|만화|음악 2012. 5. 23. 06:06
정말 부지런하다, 옐로우 몬스터즈. 2010년에 10곡이 담긴 첫 앨범을 내놓더니 2011년엔 무려 15곡을 채운 2집 정규앨범을 발표하고, 바로 2012년 4월말에 7곡이 담긴 - 싱글이라고 말하기도 뭔가 쫌 많은 - 어쩡정한 분량의 EP를 덜컥 선보였다. 2년차 징크스니, 휴식기니 따위의 말들은 이들에게 해당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인디락씬 원조 1세대로 잔뼈가 굵은 베테랑들이 뭉쳤던지라(델리스파이스의 최재혁, 마이 앤트 메리의 한진영 그리고 검엑스의 이용원) 이건 눈만 마주쳐도 착! 척! 탁! 하고 나올 기세다. 게다가 공연우선주의자들(?)이자 공연신봉자들로 1년에 200회가 넘는 라이브를 해가며 자신들의 존재감을 팍팍 남기는 이 '노란 괴물들'은 이 신보 발표 전 북미투어까지 성공적으로 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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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밤.잡담 2012. 5. 22. 04:42
길을 잃어도 곧 돌아갈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오랜 기간 숙달된 감각은 마치 몸의 일부같아서 결코 잊을 수 없는 거라 배웠다. 그래서 낯선 풍광과 서늘한 적막이 온 몸을 휘감아도 절대 당황하지 않았다. 이내 익숙해질 거고 그럼 당연하게도 방향이 눈앞에 자연스레 펼쳐질거라 여겼다. 짙은 안개와 험한 바람은 잦아들고, 어둠이 가시고 밝은 태양이 뜨면 길은 반드시 나타날 것이다. 그 어떤 달콤한 유혹과 끔찍한 고통에 굴하지 않는 굳은 심지와 앞으로 나아갈 두 다리, 그리고 지도와 식량을 여물게 거머쥔 여력의 팔만 건재하다면 문제될 것이 없었다. 하나 간과한 게 있었다면 그건 바로 시간이었다. 왜 그땐 미처 알지 못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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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황의 '창업상식사전'책|만화|음악 2012. 5. 21. 15:18
십장생. 이태백. 삼팔육, 사오정 그리고 오륙도. 이건 내가 알고 있는 예전 그 단어들이 아니다. 10대부터 50대까지 비극적인 사회상을 담고 있는, 이제는 제법 유명해진 축약어일 뿐이다. 우리는 10대도 장차 백수가 될 걸 생각하고, 20대 태반은 이미 백수이며, 38세까지 직장을 다닐 수 있으면 천만다행이고, 45세가 실질적인 정년이며, 56세까지 직장에 있으면 도둑이라는 아찔한 시대에 살고 있다. 어디 그뿐이랴. 청년 백수 전성시대를 줄인 청백전과 31세까지 취직 못하면 절대 취직 못한다는 걸 비유적으로 가리키는 삼일절, 최종 합격했으나 입사도 못하고 정리해고 당하는 노가리, 삼십대 초반에 퇴출당하는 삼초땡 등 무시무시한(?) 신조어의 유행엔 끝이 없다. 이 모든 걸 피해 출퇴근 길을 사수하려는 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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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발이의 소풍의 '천천히 다가와'책|만화|음악 2012. 5. 2. 12:59
인생 참 맘대로 안된다. 계획한대로, 뜻한 바대로 이루어지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잔인하게도 삶은 투자한 만큼 이익률을 볼 수 없는, 그렇다고 로또가 터질 확률도 아주 없지 않은, 신의 윷놀이판과 같다. 사실 그 예측할 수 없는 랜덤성 때문에 재미와 감동(심지어 아픔과 고통까지도) 배가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여기 유발이도 원래 계획대로였다면 지금쯤 프랑스에서 음악 공부 삼매경에 빠졌어야 하지만, 현실은 컨템포러리 재즈 밴드 '흠 Heum'의 피아니스트 겸 유일한 여자 멤버인 동시에 프로젝트성 그룹 '유발이의 소풍' 리더로 두 번째 앨범을 발표했다. 유려한 멜로디에, 독특한 애수를 지닌 분위기, 탄탄한 실력이 어우러져 웨이브나 윈터플레이, 푸딩의 뒤를 이을 재목이라 생각했던 '흠'의 멤버라면 '유발이의 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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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령의 'I'm fine'책|만화|음악 2012. 4. 29. 17:50
김보령의 데뷔 싱글 'I'm fine'을 듣고 있으니 문득 오쿠 하나코가 떠올랐다. 물론 이 둘은 전혀 다른 스타일을 가졌다. 키보드 하나에 청아한 목소리를 꾹꾹 눌러담아 진성으로 낭창낭창하게 부르는 하나코와 달리, 김보령의 목소리는 중저음역대에 나긋나긋하지만 조금은 허스키한 탁성의 가성을 오가는 편이다. 그럼에도 순간적으로 둘을 공통적으로 묶게 만들었던 건 두 가수 다 피아노를 중심으로 한 단촐한 편성임에도 세련된 곡메이킹에, 진솔한 감정을 담백하니 담아 노래하는 여성 싱어송라이터라는 점 때문이었다. 하나코처럼 직접 키보드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는 히키가타리ひきがたり까지는 아니지만, 홍대 인디 밴드와 코러스, OST에 참여하며 음악 활동을 이어온 김보령은 신인답지 않은 여유와 색깔을 가졌다. 15분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