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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ellow Monsters의 'We Eat Your Dog'
    책|만화|음악 2012. 5. 23. 06:06


    정말 부지런하다, 옐로우 몬스터즈. 2010년에 10곡이 담긴 첫 앨범을 내놓더니 2011년엔 무려 15곡을 채운 2집 정규앨범을 발표하고, 바로 2012년 4월말에 7곡이 담긴 - 싱글이라고 말하기도 뭔가 쫌 많은 - 어쩡정한 분량의 EP를 덜컥 선보였다. 2년차 징크스니, 휴식기니 따위의 말들은 이들에게 해당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인디락씬 원조 1세대로 잔뼈가 굵은 베테랑들이 뭉쳤던지라(델리스파이스의 최재혁, 마이 앤트 메리의 한진영 그리고 검엑스의 이용원) 이건 눈만 마주쳐도 착! 척! 탁! 하고 나올 기세다. 게다가 공연우선주의자들(?)이자 공연신봉자들로 1년에 200회가 넘는 라이브를 해가며 자신들의 존재감을 팍팍 남기는 이 '노란 괴물들'은 이 신보 발표 전 북미투어까지 성공적으로 마치고 돌아오는 기염을 토했다. 국내 활동 뒤 올 7월부터는 일본 활동도 내정되어 있다고 하니, 언제 곡 쓰고, 언제 연습하고, 언제 녹음하는지, 과연 그들의 24시간은 나의 24시간과 달리 1.5배의 속도로 흐르는가 궁금해지기까지 한다.

    그렇다고 실력이 좀 떨어지면 프리메가리가 전문 수비수들 마냥 태클이라도 찰지게 걸겠는데, 하드한 메탈 리프에 심플하기 그지없는 네오 펑크의 멜로디 요소를 버무려 몸빼바지 고무줄 수준의 쫀쫀한 사운드를 골고루 뽐아낸 솜씨는 메시 드리볼처럼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생각없어 보이는 심드렁한 분노의 가사들과 전작들과 반복되는 느낌이 다소 재미없는 건 사실이지만, 그 반복된 색채마저도 그들다워 반가웠다. 모든 곡을 이용원이 혼자 만들어냈지만 - 1집과 2집에서도 물론 높은 지분율을 보여줬지만 - 멤버 전원이 편곡에 참여해 탄탄한 사운드와 자신들의 취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처음의 프로젝트성 슈퍼밴드의 탄생이구나, 언제까지 갈까? 싶었던 일회성 시선도 이젠 바람과 함께 사라져 버리고, 유기적인 호흡과 원숙한 기량에 흡족해하며 이들이 어디서 도깨비 방망이를 주웠구나! 감탄사를 자아내게 만든다. 아이돌 후크송 디지털 싱글 발표만큼이나 빠른 작업 속도를 보이지만, 좋아하는 걸 하는 이들의 진심어린 열정과 기백이 묻어나는지라 그 속도가 전혀 놀랍지 않다. 두텁고 헤비한 사운드의 질감은 진짜다. 진짜가 나타났다!


    앰프 소리와 함께 거친 욕설이 터져나오는 첫 곡 'We Eat Your Dog'는 짧지만 이들의 하드한 사운드를 소개하는 인트로로 적당하다. 고막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은 쩌릿쩌릿한 기타 루프에, 질주하는 드럼비트, 이를 훌륭하게 뒷받침해주는 탄탄한 베이스라인까지 옐로우 몬스터즈 사운드의 기본기를 담백하니(?) 별 기교없이 소개하고 있다. 수미상관으로 앰프 소리가 다시 이어지며 그 분위기를 고스란히 이어가는 두 번째 곡 'Caution'부터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다. 인상적인 샤우팅과 함께 폭주하는 기타와 드럼의 속주는 이들이 전보다 더 강력해졌음을, 더 안정적인 호흡을 들려주고 있음을 입증한다. 코어한 사운드 안에 살아숨쉬는 후렴구 라인도, 자신들의 입장을 직설적으로 상징하는 단순한 가사도 한데 뭉쳐 세 남자의 뜨거운 열정과 혼에 대해 역설하고 있다. 마그마가 용솟음 치는 듯한 분노와 화를 담아낸 속주기타로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Anger'는 펑크 사운드의 진수를 들려준다. '쥐' 등을 언급하며 DC갤스럽게 사회 전반에 걸친 노여움과 혐오를 풀어낸 가사가 키치적이지만 시원스레 귀에 착 달라붙는 후렴구는 여전한 옐로우 몬스터만의 색채를 그대로 드러낸다. 후반부로 가며 점점 선동적으로 변하는 분위기도 재기발랄하다.

    이펙트 잔뜩 걸린 기타의 트레몰로 사운드로 시작하는 달달한 제목의 'Ice Cream Love'는 그 제목만큼이나 이번 앨범에서 가장 대중적인 트랙이다. 뚜렷한 멜로디라인에, 락킹한 분위기, 그리고 가장 정상적인(?) 가사로 마치 멤버들의 전 소속 그룹 노래들을 연상케 하는 모던락 풍의 곡이지만, 옐로우 몬스터즈는 자신들의 지장 또한 잊지 않는다. 피맺힌 절규에 가까운 샤우팅으로 거침없이 하드한 브릿지를 달달한 후렴구에 녹여낸 것이다. 이 이질적이고 독특한 사운드는 정말 이 노래의 대미를 장식한다! 그 뒤를 잇는 건 역시나 적나라한 욕과 시니컬한 분노로 가득찬 [K.O.]. 단순하지만 파워풀한 묘미를 전달하는 펑크락으로, 화끈한 만큼 폐부를 찌르는 아픔이 담겨져 있는 곡이다. 스크림이 울려퍼지며 후반부 성격을 달리하는 과격스런 폭주 사운드는 청자를 K.O.시킬 것 같은 박력마저 느껴진다. 하드코어한 분위기와 말랑한 사운드를 효과적으로 대비시킨 'No Religion, No Politics'는 현란한 기타 속주를 잊을 수 없는 곡으로, 정치와 종교가 가지고 있는 반향과 이중성의 불편함을 토로한다. 옐로우 몬스터즈만의 색채가 극단으로 발휘된, 당의정 속에 든 쓴약과 같은 노래랄까. 마지막에 위치한 '눈사람'은 앨범 내 유일한 한글 제목이자 지금까지의 펑크/메탈 사운드와는 약 900마일 정도 떨어진 듯한 - 서정적인 분위기의 락발라드다. 거칠고 하드한 사운드말고 이런 스타일도 했었다는 걸 환기시켜 주려는 듯 가장 마지막에 위치해 지친 귀를 달래준다.


    열정도, 부지런함도 몬스터급인 옐로우 몬스터즈의 신보를 접하며, 벌써부터 다음 앨범은 어떻게 변화할까 퍽 궁금해진다. 그들이기에 가능한한 서두름인지 모른다. 유기적인 호흡과 연주에 있어선 이제 정점에 올라선 그들이 신경써야 할 화두는 선택(그러니까 곧 변화)와 집중이 아닐까. 이벤트성 슈퍼밴드의 도원결의라 여겨졌던 만남이 이제 3장의 결실을 낸 만큼 슬슬 다른 걸 기대하는 이들이 늘어간다. 자신들도 결코 예측하지 못한 괴물들의 운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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