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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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보울러의 '블러드 차일드'책|만화|음악 2011. 10. 6. 23:34
뺑소니 사고로 기억상실을 경험하게 된 소년. 자신이 누군지 알 수 없는 혼란스런 상황 속 의식의 한편에선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머리칼, 푸른 눈동자의 소녀와 마주친다. 어디선가 본 적도 없는 그 신비스러운 모습에 소년은 천사라 칭하지만, 자신의 과거조차 완벽히 복구되지 않은 그에게 적지 않은 두려움과 혼돈의 대상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때론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때론 불안하고 불길한 징조로 다가오는 그 실체에 소년은 당황하지만, 이는 이미 자신이 사고를 당하기 전부터 겪고 있었던 문제라는 걸 부모와 마을 사람들을 통해 깨닫게 된다. 더욱이 그런 자신의 모습이 그렇게 환영받는 처지가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되며, 불편한 과거와 두려운 환영의 공존은 감수성 예민한 소년의 심리와 정체성을 마구 짓밟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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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ymond & Maria의 'Jobs Where They Don't Know Our Names'책|만화|음악 2011. 8. 4. 04:38
스웨디쉬팝 20년설 주기를 믿는가? 70년대 Abba가 나왔고, 90년대 Ace of Base가 있었다. 그리고 2010년대에 Raynond & Maria가 등장했다. 못 들어봤다고? 생소하다고? 괜찮다. 이제라도 익숙해질지 모른다. 그들은 아바나 에이스 오브 베이스처럼 자국시장을 잠재우고, 스칸디나비아 반도를 휩쓸고, 스매싱 펌킨스의 기타리스트 제임스 이하의 프로듀싱을 뒷바탕으로 세계공략에 나섰다. 전세계 최초 한국 발매라는 수식어가 조금 낯설고 겸연쩍지만 이들 실력에 비해 절대 과하다거나 오버라고 생각친 않는다. 되려 음악을 다 듣고 처음부터 다시 들을 땐 다소 뿌뜻함마저 느낄지 모른다. 레이몬드 앤 마리아는 강렬하고 큰 충격파를 던지는 슈퍼 헤비급의 밴드 파워를 갖추진 않았지만, 자동차 싸브보다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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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아의 '오아시스'책|만화|음악 2011. 7. 30. 04:49
가야그머. 가야금 연주자를 뜻하는 말. 익숙하면서도 생소하다. 지금 전통이라는 단어도 그렇게 이중적인 의미로 다가오는 건 아닐까. 머리로 알고는 있지만 가슴으로 느끼지 못하는 그런 막막한 단절감이 엄습한다. 만약 아이돌만큼이나 국악이 사랑받았다면 그녀의 존재감이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해석되었을 거다. 벌써 3집 앨범을 낸 정민아는 앞선 앨범들에서 그 고민과 실험들을 진지하게 담아낸 바 있다. 1집 '상사몽'에서 국악이라는 틀을 가져와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을 재해석하고 창조했다면, 2집 '잔상'에선 보다 퓨전적인 성향의 기품있는 연주와 새로운 소리에 대한 집착을 들려주었다. 국악 전공자로 전통 음악을 어떻게 들려줄 것인가에 대한 부던한 노력과 시도는 분명 긍정적이고 박수 받아 마땅하지만, 역으로 생각해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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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llow Monsters의 'RIOT!'책|만화|음악 2011. 7. 26. 05:14
델리스파이스와 오메가3의 드러머 최재혁과 마이 엔트 메리의 베이시스트 한진영 그리고 검엑스의 보컬과 기타를 맡고 있는 이용원이 뭉쳤다. 각각 걸출한 지명도를 자랑하는 한국 모던락 밴드의 멤버인 이들이 결성한 3인조 슈퍼밴드 옐로우 몬스터즈는 그러나 모체 밴드와는 전혀 다른 색채의, 하이 볼티지가 충만한 거칠고도 헤비한 사운드를 사방팔방 뿜어냈다. 얌전한 모던락의 흔적을 눈 씻고 찾아봐도 볼 수도 없을 만큼 파워풀한 펑크와 하드락의 경계를 오갔다. 그간 이같은 열정과 혼을 어떻게 숨기고 살았나 싶으리만큼 강력하고 단단한 사운드였기에 단 한 번의 파격적인 실험이자 일탈적인 외도로만 생각했는데, 정확히 1년뒤 그들은 본업보다 더 부지런하게 두 번째 작업물을 바리바리 싸들고 나타났다. 무려 1집보다 5곡이 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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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hale의 'Circussss'책|만화|음악 2011. 7. 21. 06:23
W&Whale이 돌아왔다. 일렉트로니카 트리오 W와 신예 보컬리스트 Whale이 만나 첫 앨범을 발표한지 3년만의 기지개다. 그간 틈틈이 싱글과 여러 컴필레이션 음반에 참여하며 건재함을 알리긴 했지만, 앨범의 형태를 띈 본격적인 작업물은 이번 EP가 (겨우!) 두 번째다. W가 첫 앨범을 낸 건 지난 2001년, 한국 100대 명반에도 뽑힌 최고의 수확물 2집이 나온 건 2004년이니, Whale과 함께 한 2008년도 앨범까지 포함한다고 해도 데뷔 10년차가 넘어가는 중견 일렉트로닉 팝밴드 Where The Story Ends는 비교적 과작의 팀이었다. 그러나 중간에 발표한 2장의 OST 앨범과 여러 컴필레이션 앨범에서 보여준 다양한 작업물, 그리고 실력파 신예 보컬을 과감히 영입해 전면에 내세우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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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철의 '신윤철 EP'책|만화|음악 2011. 7. 17. 06:00
세기말에 나온 원더버드를 좋아했다. 그들의 1집 타이틀곡 '옛날 사람'은 새천년을 앞둔 그쯤에 뒤돌아보기 적절한 향수를 지녔다. 뽕기 가득한 복고적인 멜로디에 락스피릿이 절로 분출되는 단촐한 가사의 조합은 흥겨웠고 파워풀했으며 시의적절했다. 지금은 다들 내노라 하는 이력과 관록을 지닌 고구마, 신윤철, 박현준, 손경호의 화려한 조합이었다. 그때는 패기와 열정에 빛나는 인디씬의 슈퍼밴드였지만, 모든 전설이 그렇듯 활동은 오래가지 못했다. 앨범만이 남아 길이길이 기억될 뿐. 그 뒤 고구마는 네덜란드로 훌쩍 떠났고, 박현준은 여러 밴드 활동을 거쳤으며, 손경호는 문샤이너스로, 신윤철은 서울전자음악단을 결성해 저마다의 음악적 길을 달리했다. 신윤철이란 이름에 주목하게 된 건 그때였다. 신중현의 둘째 아들이니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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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ple Plan의 'Get Your Heart On!'책|만화|음악 2011. 7. 5. 03:49
심플 플랜과의 운명적인 첫 조우는 그들의 가장 대중적인 히트작 'Welcome to my life'를 듣고 나서부터였다. 시원스레 쭉쭉 뻗는 보이스 컬러, 통통 튀는 드럼비트, 발전기를 가져다 놓은 양 찌릿찌릿한 기타 사운드가 일품인 이 미디엄 템포의 모던락은 참으로 사랑스러웠다. 제목만 듣고는 내 인생에 너를 초대해 앞으로 평생 같이 살고 싶다 류의 러브 스토리인줄 착각했는데, 시니컬하고 드라이하면서도 나름 긍정적이던 가사에 또 한 번 놀랐던 기억이 선하다. 'Take my Hand'와 'Perfect'를 들으며 하드한 맛과 소프트한 맛을 동시에 낼 수 있는 실력과 스타일에 놀랐고, 'I'd do anything'과 'Shut Up'을 통해 그들의 경쾌함과 베이스 돌리기 만큼이나 자동으로 벗헤드 인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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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eet Foxes의 'Helplessness Blues'책|만화|음악 2011. 6. 28. 03:30
빈티지 느낌의 LP 슬리브 패키지. 그들의 음악 세계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시애틀 출신의 아티스트 토비 리보위츠와 크리스 앨더슨의 예술적인 커버 아트웍. 그리고 포크락. 플릿 폭시스의 두 번째 앨범 '무기력 블루스'는 철저히 복고지향적이다. 음악 장르서부터 멤버들의 외적인 모습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올드한 컨셉을 관통하는 그들의 나이대는 무려 86년생들. 그 사실을 알자마자 말도 안돼! 라는 믿을 수 없는 감탄사가 절로 튀어나왔다. 이건 뭐 완전히 6-70년대 히피들의 문화를 겪어보고 우드스탁 무대에 올라 러브 앤 피스를 열 두 번쯤 외쳤던 노장 그룹인 줄 알았더니만, 멤버 전원이 서른도 안된, 앨범 단 1장 발표한 신생 그룹이었다고?! 어디서 타임머신을 얻어타고 포크의 전설들이 써놓은 곡들의 악보를 훔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