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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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MEN의 'The Artist'책|만화|음악 2011. 6. 22. 05:04
선물 상자를 받아든 기분이었다. 작년에 발표한 싱글들이 다양한 패키지로 나왔을 때부터 이번 정규 앨범이 나오면 심상치 않겠다 싶었는데, 막상 손 안에 들리니 새삼스레 놀랍고 또 설레였다. 왠만한 CD 3장을 겹쳐놓은 듯한 부피도 부피지만, 새빨간 상자 속에 제법 두툼한 사진첩 같은 북클릿과 얌전히 위치한 CD가 차례대로 나오는 순간, 한 여름 속의 크리스마스 선물같다고나 할까. 실용성은 다소 떨어질지 몰라도 기대감을 잔뜩 품어주는 첫인상이었다. 98년에 첫 결성돼 이제 횟수로만 10년차가 넘는 중견 그룹이 됐지만, 아직도 파릇파릇하다. 그룹 이름만 그대로인 채 맴버들이 바뀌는 프로젝트성 대물림 그룹이 되었기 때문이다. 1기를 구성하던 윤민수, 정세영, 한형희, 이정호의 네 남자도, 2006년 군문제로 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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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범의 '시티헌터 OST 사랑'책|만화|음악 2011. 6. 13. 19:14
호조 츠카사가 그린 [시티헌터]는 학창시절의 영웅이었다. 핸드폰도 인터넷도 없던 그때 그 만화 한질이 학교에 돌면 교실별로 초토화됐다. 8교시도 부족했고, 반의 경계도 무의미했으며, 다음날 등교가 기다려질 정도였다. 예약은 기본, 연체는 당연. 순서 어겼다며 주먹과 빗자루질이 오갔으며, 서로 먼저 보겠다고 매점에서 빵과 주스를 갖다바치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판치기, 농구와 함께 지긋지긋한 학교생활을 견딜 수 있게 해준 도피처이자 즐거움이었다. 최고 실력의 스위퍼지만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쓰고 개가 되어버리는 호색한 우수한, 그에게서 보호를 받는다지만 오히려 100t짜리 망치를 들고 다니며 그를 컨트롤하는 사우리, 몸집보다도 한참 작은 차를 몰고 다니는 숙적이자 동료인 대머리 유광호의 활약상을 보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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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an Zakapa의 '01'책|만화|음악 2011. 6. 1. 15:44
플럭서스 뮤직은 그 모태가 되는 어원 만큼이나 다양한 시선과 실험성, 도전 정신을 잊지 않는다. 러브홀릭이나 클래지콰이, W & Whale과 이승열, 박기영과 윈터플레이 등 소속된 아티스트의 면면만 봐도 벌써부터 호락호락 대중성에 무너질 것 같지 않은 가수들의 향찬이다. 그렇다고 예술이라는 독단 속에 갇힌 인디씬의 영역이냐 하면 그건 또 아니고, 메인 스트림으로서 고유한 색채와 독특한 아우라를 갖는데 성공한 레이블이 되었다는 얘기다. 그런 기틀을 마련해서 그런지 작년부터 이들이 야심차게 영입한 영건들도 그 방향성을 곧잘 쫓아가고 있다. 2006년에 결성됐지만 작년에 이르서 정규 1집을 내며 첫발을 내딛었던 '안녕 바다'처럼 '어반 자카파' 역시 2009년 선보인 2장의 EP 앨범 이후 약 1년간의 작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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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rillaz의 'The Fall'책|만화|음악 2011. 5. 12. 19:49
약 15년전, 노스트라다무스가 에언한 공포의 제왕을 기다리며 과연 무사히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이할 수 있을까를 걱정하던 그때. 그래도 이 세상이 무너지고 사라진다 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건 아마 사람이 부르는 노래가 되지 않을까 믿고 있었다. 적어도 목소리를 대체하는 무언가가 뜨겁게 열창하고 흥겹게 중얼거린다는 건 감히 꿈에서조차 상상할 수 없었기에 추호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세상은 내 빈약한 상상력을 비웃을 정도로 놀랍도록 변해갔고, 국내 최초 사이버 가수가 튀어나왔으며, 옆의 섬나라에선 보컬 로이드란 녀석이 괴상하고도(?) 어설프게 노래부르기 시작했고, 누구는 개소리를 샘플링해 캐롤을 만드는 한편, 하츠네 미쿠가 붐을 타고 오리콘 차트를 점령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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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NNY의 'JONNY'책|만화|음악 2011. 5. 11. 07:02
'나는 가수다' 열풍으로 불어온 좋은 노래에 대한 대중의 갈망은 음원 차트 순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물론 그 전부터 존재한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들에서도 미션곡이라는 미명하에 옛 명곡들이 편곡되어지고 다양한 재능에 의해 소화되어져 왔는데, 익히 들어서 아는 노래라는 심리적인 안정감과 색다른 해석에 의한 재미가 덧입혀지며 무한한 파급력과 호소력을 낳게 한 것이 아닌가 싶다. 세시봉 특집에서도 이런 일면들이 쉽게 입증되기도 했고. 따라 복고와 회귀라는 테마는 현재 트렌드와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모든 세대를 거쳐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중요한 자양분이자 시장의 새로운 킬러 컨텐츠로 계속 소비될텐데, 언제까지 이 현상이 지속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너무 많은 그리고 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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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elle Shaprow의 'Purple Skies'책|만화|음악 2011. 5. 2. 02:00
일상에서 마법은 쉽게 오지 않는다. 한 순간의 균형이 깨어지는 순간 느닷없이 시작되기도 하고, 전혀 예측하지 못할 때 초대받지 않은 손님처럼 당당하게 등장하기도 한다. 분명한 건 그 마법이 언제나 경이로움과 감동 그리고 즐거움을 동반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기적이고, 환상이며, 삶의 백미다. 문제는 더 이상 마법에 감흥하지 않는 사람들에 있다. 그들은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욕구에 집착하고, 사이즈와 무게감에 경도되며, 지위와 경제적인 기회에 의해 움직일 뿐, 찰라의 감정과 딱 맞아떨어진 이야기, 천상의 화음과 아름다운 꿈 따위에 신경쓰지 않는다. 현재의 마법은 일확천금의 로또나 인생 한방의 복권에 가깝다. 오해다. 그런 건 일상의 마법이 아니다. 인생의 불꽃놀이일뿐, 찬란한 햇살처럼 다음날 그 다음날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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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e Young의 'So Sudden'책|만화|음악 2011. 4. 29. 21:57
봄은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다. 꽃샘추위가 맹위를 떨치고 난 뒤, 뜬금없이 3월말에 내린 흰 눈 사이로, 학기초 처음 만난 짝꿍과 친해져 같이 하교할 때쯤에. 라일락 향기가 동네 어귀 담장 아래 진동하고, 갑작스레 풍경이 흑백에서 컬러로 변하며, 윗옷을 저도 모르게 벗게 되면 그게 바로 봄이다. 갑작스럽기에 반갑고, 시간을 보면 놀랍고, 변화에 아름답다고 느끼게 되는 그 계절이 사랑스럽다. 피천득 선생은 '오월'에서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 한 살 청신한 얼굴이고, 하얀 손가락에 끼어있는 비취 가락지라 했다. 짧지만 그래서 더 강렬하고, 지나가면 자꾸 아쉬워 되돌아보게 된다. 봄은 새로운 시작이고, 간지러운 아련함이며, 조금은 멜랑꼴리하지만 시월처럼 쓸쓸하진 않다. 그런 봄처럼 갑자기 내게 희영(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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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루이즈의 'Video 1'책|만화|음악 2011. 4. 29. 05:45
음악을 글로 표현할 수 있을거라 믿었다. 그 감성과 흥분을 온전히 전달하는 건 물론 어렵겠지만 적당한 미사여구와 진실만 담겨있다면 충분히 그 이상의 떨림을 선사할 수도 있을거라 생각했다. 좋은 멜로디와 아름다운 화음만큼이나 세상엔 멋진 단어들과 훌륭한 문장이 있으니까, 리듬도 템포도 운율도 모두 대체할 수 있을거라 싶었다. 그렇게 귀로 듣는 음악을 눈으로 보는 음악으로 바꿀 수 있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착각했었다. 맞다. 그건 어이없는 착각이고, 주제 넘은 오판이었다. 눈으로 보는 음악은 귀로 듣는 음악에 비해 도통 신이 나지 않았다. 실감이 없었으며, 무엇보다 궁금했고, 짠~하고 온 몸에 울려 퍼지는 전율이 부족했다. 음악은 설명과 이해가 아닌 감정이었으며, 그건 1차적으로 뉴런 시냅스에 와닿는 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