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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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쿠스틱 콜라보의 'Love Letter'책|만화|음악 2012. 4. 14. 18:27
유난히 긴 겨울이었다. 매섭게 몰아치는 한파와 기록적인 폭설은 없었지만 지리하게 이어지는 겨울의 음울한 기운은 가뜩이나 추위에 약한 나를 더욱 지치게 만들었다. 그리고 새분기가 시작된 4월달이 어언 반절 가까이 지났음에도 아직 싸늘한 바람과 차디찬 기온은 가실 줄 모른다. 두껍지도 얇지도 않은 옷가지들을 조합하느라 애쓰던 정신은 어느새 환절기 요정 감기에게 홀딱 빠져버리고, 그들이 던져준 기침과 콧물을 해결하기 위해 주구장창 약을 달고 사니 퍽이나 일상이 재미없게도 늘어져 버리고 말았다. 틀린 문제는 또 틀리고 마는 머리 나쁜 고학생처럼 매년 봄을 앞둔 요 시기에 되풀이하는 나만의 고생담이다. 딱히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내진 못했지만 그래도 증상을 완화시키는 차선책만큼은 확보해두었다. 바로 봄기운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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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빈의 '만나게 될거야'책|만화|음악 2012. 3. 26. 02:24
좋은 책과의 만남은 좋은 여행의 느낌과 비슷하다. 책장을 넘겨 점점 활자에 빠져들며 두근거리기 시작하는 마음은 낯선 여행지에 내려 그 골목의 향기, 생소한 말투의 언어, 이국적인 풍광에 젖어들며 발을 내딛는 기분과 많이 닮았다. 처음멘 어색하고 두렵고 집중도 안되는 산만함의 연속이지만, 점점 그 속에 적응해가며 녹아들수록 그 세계는 내 것이 되어간다. 그리고 내가 아는 세계는 그만큼 넓어진다. 게다가 그간 자기본위로 받아들이던 시각을 털어버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내가 존재하지 않았던 그 비밀의 시공간과의 조우는 다양하고 독특한 충격과 감동을 안긴다. 책과 여행은 성찰이자 고해(告解)고, 이면의 기록인 동시에 활력소다. 이를 한번에 접할 수 있는 여행기나 견문록은 더할 나위 없는 훌륭한 경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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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D. 멕케르트의 '화폐 트라우마'책|만화|음악 2012. 3. 4. 16:09
경제학이라면 치를 떨었다. 고딩시절 가장 싫어했던 과목도 정치경제였다. 왜 이깟 속물들의 숫자 놀음에 내 푸르디 푸른 젊음을 할애하며 장단 맞춰야 하나 화가 나기도 했다. 주체할 수 없는 질풍노도의 혈기로 북경호랑이를 때려잡고, 청룡언월도를 철근같이 잘근잘근 씹어먹으며, 달리는 적토마에서 뛰어내려 창대한 꿈을 포효하던 그 시절, 이런 돈놀음쯤이야 의리와 우정, 사랑과 정의 앞에선 철저히 무릎 꿇을 거라 믿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다. 사정도 변했고. 그때 나이의 따블쯤 먹고나니 이노무 세상 그리 만만치 않다는 걸 알았다. 동화 속의 '그들은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았습니다'라는 해피엔딩 따윈 재벌이 독점한지 오래.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우리네 인생 런어웨이에선 일일연속극 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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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열의 '유럽, 작은 마을 여행기'책|만화|음악 2012. 2. 26. 17:04
마음이 울적하고 지칠 때, 혹은 결딜 수 없이 무료한 일상의 무게에 숨이 막힐 때, 집을 나서 아무 버스에 올라탄다. 지하철도 괜찮다. 될 수 있으면 듣도 보지도 못한 생소한 번호나 익숙하지 않은 노선 색깔을 추천한다. 그렇게 내 생활 반경에서 벗어나 전혀 가보지 않았던 지명의 역 앞에서 내려 마음이 가는 출구로 나가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평범한 주택가일 수도, 시끄러운 공장 주변일 수도 있고, 학생들과 주점으로 가득찬 대학가일 때도, 외국인 노동자와 취한 자들이 휘청대는 우범지대일 때도 있다. 더울 땐 아이스크림 하나 손에 쥐고, 추울 땐 붕어빵에 호떡, 혹은 포장마자에서 따라주던 종이컵의 오뎅 국물을 추천한다. 그렇게 돌다 힘들면 옛날 목욕탕에 들러 한가한 오후의 때를 벗겨내도 되고, 낡은 오락실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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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의 '판을 엎어라'책|만화|음악 2012. 2. 7. 22:51
가로 세로 19줄씩 모두 361점으로 이루어진 나무판 위에서 검은 돌과 흰 돌로 서로 번갈아 두며 집을 많이 만드는 사람이 이기는 바둑은 서양의 체스와 함께 그 안에 담긴 오묘한 지략과 드라마틱한 흥망성쇠로 인해 마치 인생 여정에 비유되며 인격수양과 심신안정에도 도움이 되는, 지상 최고의 게임이자 지적인 스포츠다. 국내에도 이미 500만명이 넘는 아마츄어 동호인과 200명이 넘는 프로 기사를 두고 있는데, 높은 인기와 폭넓은 저변 그리고 긴 역사에도 불구하고 고리타분하고 지루하다는 편견 또한 짙은 편이다. 일본에선 어린 바둑기사가 명인의 도움을 받아 활약하는 [히카루의 바둑(고스트바둑왕)]이란 만화로 어린 팬덤이 기하급수적으로 급증했다고 하는데, 정작 실제로 이런 어린 천재기사들 즐비했던(9살에 입단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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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선의 '화해'책|만화|음악 2012. 2. 2. 04:32
수정선. 그의 1집 앨범을 들었다. 한국에도 '수'씨성을 가진 사람이 있었나 하는 마음에 웹 검색을 해보니 정말 존재하고 있었다. 남쪽에만 120명 가량. 와! 그 가운데 한 사람과 만나는 건가. 놀라운 마음으로 그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살펴보니 진짜 이름이 아니란다. 애써 검색한 내 노력이 검연쩍게시리도. 그러나 그 숨은 의미는 아주 예뻤다. 수정(水晶)으로 만들어진 배(船)란 뜻의 수정선. 바로 신재진의 원맨 밴드였다. 아름다운 이름만큼이나 서정적이고 찬란한 음악으로 무장한 그는 많은 인기와 관심을 갖진 못했지만 가능성을 알린 인디락밴드 '잔향'의 멤버 출신이었다. 라디오헤드와 콜드플레이를 적절히 믹스시켜 놓은 것 같은 침전되고 몽환적이며 다크한 기운을 뽑아내던 그들은 비록 데뷔 EP와 정규 1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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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익의 '싱크홀'책|만화|음악 2012. 1. 15. 21:07
1970년대 헐리우드는 재난의 세계였다. 공항은 폭설로 뒤덮여 비행기들이 연착했고, 거대한 선박은 빙하와 부딪치며 차거운 바다로 좌초되었으며, 천사의 도시 로스엔젤레스는 거대한 지친이 덮쳐 마을과 건물이 파괴되었다. 어디 그뿐인가. 현대의 바벨탑을 상징하는 안정성 제일의 글래스 타워는 과도한 전압을 이기지 못한 불량 부품으로 인해 대화재가 발생했으며, 마을엔 살인 벌떼의 습격으로 군부대가 출동하는 한편, 하늘에선 거대한 행성이 궤도를 바꿔 지구와 충돌 직전까지 몰렸다. 그러는 와중에도 틈틈히 비행기는 납치되고 불시작하며 승객들의 목숨을 위협했고, 뒤집어진 배에선 귀중품을 노리는 도적단까지 출몰해 아전투구의 싸움과 배신까지 발생했다. 비록 특수효과는 미천하고 허술했지만 시대 상황의 폐해를 상징하고, 그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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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 보일의 'Someone To Watch Over Me'책|만화|음악 2011. 12. 25. 17:45
그녀의 등장은 이제 신화가 되었다. 그녀의 앨범들은 전설이 될 기세고! 2009년 영국의 한 오디션 프로그램에 등장한 이 48세의 우중충한 노처녀 지원자는 자신의 촌스럽고 볼품없는 외모와 상관없이 엄청난 보이스를 들려주었고, 마법처럼 단박에 모든 이를 사로잡았다. 그야말로 당당한 미운오리새끼가 우아하고 아름다운 백조로 탈바꿈하는 그 놀라운 광경을 전세계가 지켜본 셈이다. 유튜브와 넷이란 새로운 구전을 통해 널피 퍼진 이 신데렐라 스토리는 수잔 보일이 만들어낸 기회의 동화이자 묻혀질 뻔한 재능의 성공담이다. 그녀는 전세계적으로 1400만장이란 판매고를 기록했고, 첫 앨범이었던 'I Dreamed a Dream'은 전곡이 리메이크인 랫팩 앨범임에도 미국 빌보드 차트 1위와 영국 차트 1위를 동시에 달성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