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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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숙의 '시크릿 Hong Kong'책|만화|음악 2011. 2. 4. 23:58
여행 다니는데 있어 여행가이드 서적만큼 계륵인 게 없다. 있으면 무겁고 귀찮고, 없으면 이리저리 헤매이기 쉽상이니 이건 뭐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답답하기만 하다. 서적 자체도 개개인별 취향을 타기 마련인지라, 설명이 자세하면 감흥이 떨어진다고 투덜, 간단하게 표기되어 있으면 불친절하다고 투덜. 여행가이드 서적이 그냥 동네북이다. 게다가 좋은 여행, 즐거운 여행을 위해 가지고 떠난 서적이 여행을 지배하기 시작한 순간 끊임없는 악순환에 빠져든다. 난 이미 너의 노예. 추천 코스는 모조리 출석 도장 찍어주겠어 마음 먹는 건 예사. 심지어 책에 나온 그 사진 그대로 담으려 용들을 쓴다. 인증샷 찍으러 여행 온 것도 아니고, 집에 돌아가 찬찬히 여행을 복기해보면 찍사 역활한 기억뿐이 없다. 그럴려고 비싼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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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mutti의 'Rest'책|만화|음악 2011. 1. 30. 17:18
클래식. 서양의 전통적인 고전 음악. 할머니가 아이를 재우며 흥얼거리던 민요 자락이나 택시나 버스에 올라타면 주구장창 흘러나오는 전통가요와 달리 딱딱한 음악당 의자에 앉아 슈트를 갖춰 입고 신묘한 표정으로 감상해야 할 것만 같은 무게감이 존재한다. 요즘은 모짜르트 태교다, 음악 영재다 하며 조금은 실생활에 가깝게 접근한 듯 하지만, 어디까지나 교육 열풍에 기대었을 뿐 아직까지도 이 동방의 작은 등불의 나라에선 클래식이 할머니 민요 자장가만큼 체화되기란 쉽지 않다. 비교적 인기를 끌었던 폴 모리아 악단이나 엔니오 모리꼬네, 존 윌리암스의 영화음악들이 연주음악에 대한 거리감을 좁히긴 했지만, 그들은 예전과 달리 타계했거나 팔순을 넘긴 영감님들이 되었고 음반 시장의 악화일로로 더 이상 연주음악은 예전만큼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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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의 '여행을 떠나자'책|만화|음악 2011. 1. 8. 07:59
새해가 밝았다. 그러나 날은 여전히 춥고 매섭다. 차가운 바람 아래 숨은 내일을 찾아보려 기웃대지만 뚝 떨어진 기온이 이내 그 작은 움직임마저 멈추게 만든다. 아직은 이불 속 뜨끈한 온기가 그리울 때. 변화를 맞이했음에도 자꾸 밍기적거린다. 빳빳한 새 달력 아래 큼지막히 적힌 년도가 생소하다. 학창시절에 읽던 SF 소설 속 숫자다. 몇 번의 시도 끝에야 간신히 저 숫자가 올해라는 걸 연관짓겠지. 달라진 게 전혀 없는 일상이지만 그렇게 변화는 조금씩 다가온다. 인식하고 인정하고 다시 인식하고 인정하고. 천천히 익숙해지는 작업이 새해에 내가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이다. 그리고 그건 마치 여행을 떠나는 것과 비슷하다. 달라진 주변 환경에 눈을 크게 뜨고 불안과 기대감이 교차하는 두근 반 세근 반의 심정으로 연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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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rosky의 'The Orbit'책|만화|음악 2010. 12. 27. 12:24
얼마 전 누자베스가 세상을 떠났다. 그것도 쓸쓸하게. 고인이 된지 한달이 넘은 후에야 간략하게 언론 발표를 통해 알려졌다. 안타까웠다. 그의 공연을 보러다니고, 모든 앨범을 소유할만큼 열성팬은 아니였지만, 애니메이션 [사무라이 참푸르]를 통해 처음 접한 그의 음악은 가히 별천지 신세계였다. 다채로운 장르의 접목과 놀라운 센스로 중무장한 재능에 반해 조금씩 찾아듣곤 했었다. 힙합 인스트루멘탈이라 통칭해 말들 하지만, 사실 누자베스를 어느 장르로 묶어 딱히 정의내리긴 쉽지 않다. 고전에서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샘플링과 적재적소에 위치하는 소스, 해체와 재조립을 통해 새로운 패턴을 창조해내는 천부적인 감각은 원곡과 장르를 뛰어넘는 감흥과 판타지를 심어주었기에. 음악의 시간여행자이자 트랜스포머. 그는 시대와 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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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키네 겐지의 '클릭 클릭! 클릭으로 세상을 바꾸다'책|만화|음악 2010. 12. 15. 19:52
유난히도 추운 겨울날. 졸업을 앞둔 많은 젊은이들은 취직의 온도를 실감하고 옷깃을 여미었을 거다. 몇 해 전부터 88만원 세대라는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을 거머쥔 이 시대의 기린아들은 꿈을 접은 채 현실에 안주하며 살고 있다. 자신의 안위가 그 어떠한 대의명분보다 중요한 세상. 이념이 사라지자 그 빈 공간을 파고든 건 사랑도 평화도 희망도 아닌 지극히 냉랭한 사회의 경쟁이었다. 더 좋은 스펙을 찾아 움직이고, 더 좋은 점수를 따기 위해 노력하고, 이해관계에 따라 적과 동지가 바뀌는, 이 모든 것이 112.4:1의 9급 공무원 고시같은 치열한 삶 속에서 꿈은 더 이상 멋지고 낭만적으로 들리지 않는다. 패기가 치기로, 열정이 무모함으로 인식되는 지금 꿈꾸는 자들의 반란은 거의 다 진압되었다. 남들처럼 가늘고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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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바다의 'City Complex'책|만화|음악 2010. 12. 8. 18:09
한 해가 저물어간다. 이뤄놓은 것도 없는데 이미 가버린 시간들이 류현진의 낙차 큰 써클 체인지업을 보는 듯 하다. 아직은 젊다고 이를 악물고 되네여 보지만, 그 놈의 12간지 숫자 앞에서 능력은 무기력하기 짝이 없을 뿐. 적어도 한국에선 나이에 걸맞는 순리를 따라가길 종용하니까. 그렇다면 100%다. 올해도 혼자 아쉬움을 가득 품은 채 오이도 앞바다에서 해넘이를 보며 주먹을 불끈 쥘 것이다. 아무도 없다면 이렇게 소리치겠지. 안녕, 더럽게도 재수없던 2010년아(절대 발음주의)!! 그리고 싸늘한 바다 바람 앞에 핑 도는 눈물을 애둘러 감추며 이어폰에서 나오는 음악을 BGM 삼아 개폼 잡고 내년을 설계할거다. 청승 맞은 노래도 괜찮고, 무드를 타도 좋을 거 같고. 때론 경쾌한 밴드의 달달한 사랑 이야기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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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시마 미카의 'STAR'책|만화|음악 2010. 12. 2. 07:51
내게 있어 가장 완벽한 여성의 롤모델을 처음 발견했던 건 학교에서 흔히들 돌려보던 야한 잡지 속 모델도 아니고, 그 또래의 인기 있던 여학생도 아닌, 중학생 때 본 어느 만화 속에서였다. 정확하게는 B자 테이프에 녹화된 애니메이션 속 여자 주인공이었는데,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기타 피크를 입에 물고 남성과 주먹 싸움을 마다하지 않는 압도적인 카리스마에 뻑- 갔다고 하는 게 맞을 성 싶다. 그전까지 물론 메텔이나 오로라 공주, 혹은 각종 요술봉을 휘두르며 알몸으로 변신하던 소녀들과 순정만화 속 비련의 - 그러나 한편으론 은하계를 듬뿍 담은 눈망울의 여주인공들에게 환호를 보내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환상 속의 그대였을뿐 현실의 롤모델로 생각해본 적은 추호도 없었다. 헌데 그 불량 소녀가, 평면적인 셀화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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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즈 앤 선즈의 'Good Morning Mother'책|만화|음악 2010. 11. 18. 07:32
차거운 바람 속 유난히 반짝이는 햇살의 산란에 눈이 부시다. 부쩍 추워진 날씨에 옷깃을 여미며 봄이 오길 기다린다. 시린 감성과 매마른 열정에 불을 붙여줄. 그 시기를 기약하며 점점 더 겨울잠에 빠져든다. 비실비실 추위에 하나 둘 죽어가는 늦가을 모기마냥. 그래서 이맘때 듣는 팝사운드는 특별하다. 둔해진 움직임을 만회라도 하려는 듯 귀로 들어와 과다 활동성의 에너지를 투하할 녀석들로 고르게 되니까. 머리 속에서 터지는 파워풀한 음의 마술은 계절이 만들어낸 잠자는 미녀의 독사과를 순식간에 갈아 없애 버린다. 질주하는 기타 스트로크는 시베리아 기단 칼바람보다 매섭고, 영혼의 심장을 두드리는 둔중한 드럼 비트는 홋가이도 폭설보다 강하다. 계절을 이기는 팝은 네 번 타는 보일러 못지 않게 뜨겁다. 그리고 여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