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FA 개관 1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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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용의 '돌아온 외다리'영화|애니|TV 2009. 6. 22. 23:54
호리호리하니 안경 벗은 가수 장기하가 생각나는 차리셀의 곱상한 외모. 하지만 그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빠른 발차기와 호쾌한 액숀은 가히 지금 봐도 유치하지 않을 만큼의 박력과 그 이상의 절도가 넘친다. 스토리야 제목에서도 느껴지듯 수많은 홍콩 무협영화들을 스리슬쩍 연상케 하지만, 저마다 사연을 가진 인물들이 잠입해 각자의 액션 합을 펼쳐보이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라스트 씬에선 과일은 안들었지만 묘하게 과일보다 달았던 혼합 쥬스의 독특한 향과 맛이 떠오른다. 엉상한 플롯이지만 정교한 액션의 이질적인 교배가 갖는 재미랄까. 이두용 감독하면 어린 마음에도 혹했던 농염한 포스터의 토속 애로물과 잠자리 안경으로 대표되던 전영록의 '돌아이'만을 추억하는 세대지만, 진정 그의 포스는 70년대 쏟아져 나온 액숀들에서 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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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의 '대괴수 용가리'영화|애니|TV 2009. 5. 25. 20:28
일본 특촬물의 기술력이 더해졌다 해도 엄연히 한국식 괴수물의 시작을 알린 '용가리'의 존재는 지금껏 독보적이다. 뛰어난 미니어쳐와 남정임이나 이순재 같은 배우의 좋은 연기, 전형적인 괴수물에 충실한 각본 외에도 판문점에서 등장하는 용가리의 설정은 반공 영화로서의 문법을 세련된 방향으로 치환해내는데, 단순히 싸워야 할 주적으로만 그 존재를 몰아가는 게 아니라 공생해야 할 길을 모색하고 있단 점에서 [똘이장군] 류의 함정을 교묘히 피해가고 있다. 트위스트 버전으로 편곡된 아리랑에 춤을 추는 용가리나 광화문, 남대문 등 지리적 요인을 잘 살린 견고한 특효의 기운 등 한국 고유의 엔터테인먼트를 부각시켰다는 데도 의의가 크다. 10여년 전 하이텔 SF 소모임에서 [킹콩의 대역습]과 [우주괴인 왕마귀]와 함께 비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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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랜턴쇼.영화|애니|TV 2009. 5. 20. 18:02
시꺼먼 어둠 속, 하나의 빛이 시공간을 넘어 내 앞에 흐르면 언제나 가슴 속 깊이 울리던 꿈 하나가 현실로 비집고 새어나온다. 악몽인지 환상인지 모를 이 신비로운 고전은 구수하며 장난스런 노인의 목소리와 하나 되어 현실이 되는데, 그렇게 매직랜턴으로 만들어진 이야기가 눈 앞에서 춤을 추면 귀신에 홀리듯 멍청하게 울고 웃으며 반응한다. 주적주적 비가 내리던 토요일 오후, 영상자료원 이전 개관 1주년 기념으로 열린 일본 전통의 우츠시에는 원리는 간단하지만, 초기 영화적 경험을 실제로 체험케하며 놀라운 황홀감을 선사한다. 비록 사정상 2명뿐이 참여 못해 긴 이야기를 시연하진 못했지만, 짧고 인상적인 비주얼은 그 시각적 쾌감이 얼마나 아름답고 인간적인가를 뇌리에 남긴다. 무성 영화와 변사 그리고 그 위에 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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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진의 '청춘극장'영화|애니|TV 2009. 5. 14. 23:41
올해는 한국의 에드거 앨런 포이자 에도가와 란포, 김내성의 탄생 100주기. 물론 이를 위해 뽑힌 건 아니겠지만, 시네마테크 개관 1주기를 맞아 상영된 [청춘극장]은 그의 후기작 중 하나이자 탐정소설에서 벗어나 대중적으로 높은 인기를 누린 통속극이다. 무려 59년, 67년, 75년에 걸쳐 세 차례나 영화화 됐을 정도. 이번에 상영된 건 67년 강대진 감독 버전인데, 그해 흥행 탑이자 60년대 전체 흥행 수익 9위에 랭크된 유명세에 비해 프린트의 조악한 화질 상태와 중국어로 더빙된 심각한 수준의 음질은 보는 내내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한다. 그러나 TV 주말연속극의 원형으로 봐도 좋을 만큼 신파의 본질을 보여주는 구조와 캐릭터, 신성일과 윤정희, 이낙훈 등 매력적인 배우들의 눈부신 열연은 과연 60~70년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