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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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환상의 빛'영화|애니|TV 2009. 11. 27. 23:12
떠나는 자는 말이 없다. 남겨진 자는 의문을 갖는다. 그들이 던지고 간 일상의 수수께끼를 과연 풀 수 있을까. 아니. 영영 해답은 없다. 살아가는 내내 그 화두는 잊혀졌다 떠올랐다를 반복하며 남은 자들을 괴롭히지만, 결코 답은 주어지지 않는다. 무수히 많은 추측과 예상만이 그려질 뿐, 막상 내게 아름다운 한줄기 빛이 내려와 저 바다로, 철길로 끌어당긴다 해도 떠나는 그 순간에도 답을 알 순 없을 것이다. 아름다운 풍광과 일상의 세밀한 묘사로 가슴이 먹먹해질 정도의 '부재의 고통'을 담아내는 조용한 강렬함은 [환상의 빛]이 가진 힘이다. 부차한 설명과 뚜렷한 이유를 제시하지 않아도 우리 곁에 만연한 죽음의 일상은 언제나 납득하기 어렵다. 부재는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익숙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익숙함은 결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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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잡담 2009. 5. 23. 18:04
옆집 아이가 운다. 뒷집 아이도 운다. 뭐가 그리 서러운지 귀청이 떨어져라 얼굴이 새빨게지도록 운다. 잠이 부족해 투덜거리며 몸을 뒤척이던 내게 이 소식이 전해진 건 이때쯤, 아이들의 울음소리 속에서였다. 꿈을 꾸는 줄 알았다.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상황에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거짓말....' 40시간 가까이 못자다 겨우 잠든 내게 전해진 비보에 한참동안을 멍청하게 TV만 바라봤다.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라는데 왜 이리 어색한 걸까. 아직도 덜 깨인 몽롱함 속에 해맑은 그의 웃음을 보며 고인의 넋을 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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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다는 건...3.잡담 2008. 1. 23. 15:42
아침에 일어나 히스 레저가 죽었다는 뉴스를 접했다. 28 살의 젊은 나이. 순간 스치는 묘한 기시감. 가깝게는 브래드 렌프로, 멀게는 리버 피닉스. 그리고 작년 이맘때 묘령의 여자 연예인들 자살/사고 소식. 누구나 다 죽기 마련이지만, 죽음은 언제나 곁에 있지만, 갑작스럽게 다가와 진공 상태의 공허함을 안겨주고 떠난다. '왜?'라는 물음과 '벌써..'라는 탄식도 함께. 핸드폰 전화번호 정리할 때 삭제하는 이름들처럼 산자의 명부에서 지워지는 그들의 자취에 애뜻함과 아쉬움이 진하게 묻어난다. 잘 가시오. 기슭에서 놀다 구름 손짓에 하늘로 돌아가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꼭 말해주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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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다는 건...2.잡담 2007. 2. 12. 16:46
유니가 죽은 지 한달이 채 되지도 않아 '옥탑방의 고양이' 정다빈이 자살했다. 더욱이 싸늘한 시신이 되었음에도 부검이니, 재수사니 열띤 논쟁과 뜨거운 관심은 가시질 않는다. 고인도 이런 쪽의 환대(!)를 바라진 않았을텐데, 살아있었을 때 더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은 게 배우일텐데, 안타까웠다. 자살이 유행이니, 사생활을 들쑤시고, 장례식에 엄청난 후레쉬 세례를 펼치며, 또 다음 타겟에 희번득거릴 언론 플레이가 더티하지만, 그만큼 가까운 죽음에 무감각한 사람들의 단편적인 기억력 또한 구차하긴 마찬가지다. 씁쓸한 사람들의 인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