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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환상의 빛'
    영화|애니|TV 2009. 11. 27. 23:12

    떠나는 자는 말이 없다. 남겨진 자는 의문을 갖는다. 그들이 던지고 간 일상의 수수께끼를 과연 풀 수 있을까. 아니. 영영 해답은 없다. 살아가는 내내 그 화두는 잊혀졌다 떠올랐다를 반복하며 남은 자들을 괴롭히지만, 결코 답은 주어지지 않는다. 무수히 많은 추측과 예상만이 그려질 뿐, 막상 내게 아름다운 한줄기 빛이 내려와 저 바다로, 철길로 끌어당긴다 해도 떠나는 그 순간에도 답을 알 순 없을 것이다.
     
    아름다운 풍광과 일상의 세밀한 묘사로 가슴이 먹먹해질 정도의 '부재의 고통'을 담아내는 조용한 강렬함은 [환상의 빛]이 가진 힘이다. 부차한 설명과 뚜렷한 이유를 제시하지 않아도 우리 곁에 만연한 죽음의 일상은 언제나 납득하기 어렵다. 부재는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익숙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익숙함은 결코 답이 될 수 없다. 그래도 남겨진 자들을 위한 위로는 필요하겠지. [환상의 빛]은 그들을 위한 따스한 위로이다. 감정의 진폭을 점층적으로 쌓아올리는 일상을 통해 폭발시키는 고레에다 카즈히로의 연출력이, 그러면서도 덤덤한 나카보리 마사오의 촬영이 놀라웁다. 데루 미야모토의 원작이 보고 싶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죽음의 소식들이 많은 이들을 아프게 했다. 영화 보는 내내 그들의 상실감을 대신 달래준다 믿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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