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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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미년 다이어리.잡담 2015. 1. 7. 06:03
다이어리를 바꿨다. 아니 정확하게는 바꾸게 되었다. 형에게 회사에서 남는 수첩 혹은 스케줄러 아무거나 갔다달라고 졸라 댔더니, 어디서 이런 무지막지한(?) 놈으로 골라 던져 주었다. 'One Line A Day'라는, 흔히들 '5년 다이어리'라고 불리는 물건이다. 한 페이지에 하루씩, 5칸으로 구분돼 5년간 반복해서 쓰는 거라는데, 작년에 난 뭘 했는지, 2년 전에 난 뭘 했는지, 3년 전에 난 뭘 했는지... 이런 식으로 무려 5년간 쓸 수 있는 기록장이란다. 보기만 해도 벌써 숨이 턱 하니 막힌다. 매년 연말, 연초마다 이번엔 다이어리를 어디서 얻을까? 뭘로 써야 하나? 하는 걱정은 안 해도 돼서 좋다만, 이걸 5년간 바라봐야 한다니. 좀 많이 지겨울 거 같다. 게다가 옆에 종이질은 성경처럼 반짝반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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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렴치 2014.잡담 2014. 12. 31. 06:34
개인적으론 작년에 이어 나쁘지 않은 한해였다고 생각하는데 - 물론 내 늘어난 조바심과 더러워진 성격, 심각한 게으름에 대해선 뭐라 변명의 여지가 없겠지만 - 대외적으론 참 피곤하고도 파렴치한 한해였다. 무능력한 정부를 바라보는 것도 지치고, 죄없는 서민들만 죽어라 다쳐나가고 피폐해지는 걸 느끼니 울화통이 치미고, 이에 맞서 대처할 인재가 전혀 없어보인다는 점에서 장탄식만 새어나온다. 내년이라고 뭐 별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나빠지면 더 나빠졌지 결코 좋아질 수 없는 암울한 사회 전반 속에서 묵묵히 눈 감고 귀 닫고 살아가야 한다는 게 그저 끔찍할 따름이다. 무엇이 이렇게 무기력하고 근본없는 세상으로 변하게 만드는 걸까. 본능? 욕구? 아니면 무관심? 내년에는 어서 이 가리워진 구름을 뚫고 둥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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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초, 초심으로 돌아갈 때다.잡담 2014. 1. 2. 05:50
출판자격증을 따고 써먹을 때가 없어 직접 만들어 쓰던 스케줄러를 과감히 포기했다. 그렇다고 값 나가고 이쁜 시중의 두틈한 다이어리를 집어든 것도 아니다. 그냥 형이 회사에서 받아다 준 얇디 얇은 수첩 하나로 올해를 버티기로 했다. 몇년간 스케줄러/다이어리를 쓰다보니 주객이 전도돼 스케줄을 위해 쓰는 게 아니라 쓰기 위해 스케줄을 짜고 일상을 살고 있었다. 가끔 밀리기라도 하면 주변에 내가 뭘 했는지 악착같이 물어보고, 그래도 안될 땐 과거를 심하게 추측/미화해가며 칸을 꼼꼼히 메꾸고 있더라. 그러다 문득 이게 뭔 미친 짓인가 싶어 만들던 스케줄러를 때려쳤다. 내딴엔 과거와 미래를 잡아보기 위해 기록에 치중했던 건데, 오히려 현재를 놓치고 있었다. 의식적으로 오늘을 복기하려던 습관이 집착과 과욕을 불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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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하고 위태위태한 신년 정초의 기분.잡담 2013. 1. 8. 23:36
새해가 시작되고 매서운 추위가 잠잠해지지 않은 지난 며칠간 뒷골이 묘하게 묵직하고 땡겼다. 흔히들 숨골이라 부르는 그 부위가 뒤로 젖힐 때마다 뻑적지근한 게 아 이거 보통일이 아니구나 싶은 공포감이 새해 복 많이 받기도 급급한 와중에 슬금슬금 도래한 것이다. 가뜩이나 고지혈 증세를 보이는 끈적끈적한 피의 소유자인지라 더럭 겁이 나 인터넷을 뒤적거려 보니 풍이라 불리우는 뇌졸중 전조증상에도 이런 징후가 딱! 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설마 이 나이에 이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훅 쓰러져 골로 가버리는 건 아닐까 싶어 어디 나가지도 않고 자고 싶은 대로 퍼질러 잤더니 수면이 늘어나는 것 역시 뇌졸중 전조 증상에 딱! 하니 있었다. 그럼 어쩌지. 그럼에도 병원 MRI는 조금 많이 부담스러워 일단 베개부터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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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정산.잡담 2012. 12. 31. 23:56
이맘때면 항상 드는 생각. 아직까진 괜찮아. 그래도 내년엔 뭔가 달라지겠지. 막연한 기대인지 지나친 안일주의인지 비겁한 낙관론인지 모르겠지만 이 조그마한 희망이 아직은 시큼한 후회보다 미련한 꿈을 꾸게 만드는 것 같다. 인생은 반전, 미래는 복권, 내일은 축복. 비록 가진 것, 이룬 것 하나 없어도 온갖 꿀 발린 감언이설로 자신을 위로하는 매해 마지막 날이 좋다. 누군가 내 편이 되고, 무언가 이루어지길 바라는 욕망이 살아 숨 쉬는 센티한 하루. 위로와 꿈의 연말정산인 셈이다. 지금은 차거운 서해지만 언젠가 따뜻한 남태평양에서 이국적인 바다를 바라보며 새해를 맞이하게 되길. 기약 없는 꿈이지만 오늘도 어김없이 쇼생크 탈출의 앤디처럼 바라고 또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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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연초에.잡담 2012. 1. 3. 17:51
내 나이의 숫자가 생소하다. 그래도 10대 20대땐 곧잘 쫓아갔는데 30대가 넘어가면서부터 뒷자리가 매년 헷갈린다. 혹여 잘못 말하기라도 하면 이 사람 왜 이래? 눈초리로 바라보는 타인의 관심도 싸늘하게 느껴지고. 설마 천일의 약속 꼴이겠냐 싶지만 나이뿐만이 아니다. 몸도 마음도 예전같지 않다. 체력은 나날이 상실의 시대고, 자신감은 내 조루 핸드폰 못지않게 방전일색이다. 그래서 작심삼일의 고향 연초가 돌아왔으니 모처럼 나도 그럴듯한 플랜과 비전을 세워보기로 마음먹었다. 아니 실은 2012년 세계멸망의 해를 맞아 '신과 함께' 지옥 가기 전 바르게 살고자 노력했단 걸 조금이라도 만회해보잔 심보가 더 크다. 그래도 막판엔 참회하고 회개하면 나도 고문목사 이근안처럼 용서 받고 잘 살 수 있을 거 같아서. 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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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의 '여행을 떠나자'책|만화|음악 2011. 1. 8. 07:59
새해가 밝았다. 그러나 날은 여전히 춥고 매섭다. 차가운 바람 아래 숨은 내일을 찾아보려 기웃대지만 뚝 떨어진 기온이 이내 그 작은 움직임마저 멈추게 만든다. 아직은 이불 속 뜨끈한 온기가 그리울 때. 변화를 맞이했음에도 자꾸 밍기적거린다. 빳빳한 새 달력 아래 큼지막히 적힌 년도가 생소하다. 학창시절에 읽던 SF 소설 속 숫자다. 몇 번의 시도 끝에야 간신히 저 숫자가 올해라는 걸 연관짓겠지. 달라진 게 전혀 없는 일상이지만 그렇게 변화는 조금씩 다가온다. 인식하고 인정하고 다시 인식하고 인정하고. 천천히 익숙해지는 작업이 새해에 내가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이다. 그리고 그건 마치 여행을 떠나는 것과 비슷하다. 달라진 주변 환경에 눈을 크게 뜨고 불안과 기대감이 교차하는 두근 반 세근 반의 심정으로 연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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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지만 해피 뉴 이어.잡담 2010. 1. 12. 21:32
정초 강력한 추위가 몰려왔을 때 단기 알바 제의가 왔다. 마침 소정의 축의금 마련이 절실(?)하던 차라 손을 비벼가며 허리 굽혀 하루 일당을 위해 뛰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서울에 기록적인 눈이 쏟아지던 날에 보일러룸이 말썽이었다. 무릎 높이로 쌓인 눈을 쓸어가며 추위에 떨며 보일러룸을 수선했다. 눈이라면 지긋해질 그 시점, 심신에 지독한 무기력증이 훑고 지나갔다. 그리고 퍼진 일주일. 꿈도 미래도 희망도 부정하고 칩거하며 쥐죽은 듯 멍때리며 사치스럽게 시간을 소비했다. 푸념이 목표를 앞질러 버린 하루하루 연명의 하루살이 인생. 노는 게 남는 거야 여기던 내 신조는 그렇게 산산조각 금이 가버리고 말았다. 그럼에도 어쨌든 늦었지만 해피 뉴 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