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중석스릴러클럽
-
할런 코벤의 '결백'책|만화|음악 2010. 9. 9. 23:45
전과를 저지른 남자가 새출발을 마음 먹고 여자랑 결혼한다. 근데 이 여자 수상하다. 누가 할런 코벤 소설이 아니랄까봐 벌써 도입부부터 사람을 잡아끄는 설정이 눈에 띈다. 뒤통수 치는 반전? 당연히 있다. 심플한 설정과 달리 비비 꼬아놓은 구조는? 물론. 그게 없으면 이 두께의 코벤 소설이 나올 수 없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궁금증의 기차놀이는 여전하고, 떡밥 던지는 솜씨는 제프리 디버 못지 않다. 근데 슬슬 그의 패턴이 익숙하다. 공식도 빤히 드러나는 것 같고. 해피엔딩은 즐겁게 책을 덮을 수 있게 하지만 휘발성이다. 그 즉시 전작이었던 [영원히 사라지다]와 내용이 헷갈리기 시작한다. 근데도 붙잡으면 끊임없이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결말 뻔히 알고 보는 통속적인 할리우드 비짜 스릴러 영화들처럼. 예전에 ..
-
할런 코벤의 '영원히 사라지다'책|만화|음악 2008. 8. 5. 23:04
11년전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가 죽었다. 그리고 지금 사랑하는 여자가 사라진다. 반전에 반전. 그 묘미를 제대로 느끼기 위해선 구조의 미학이 총동원되어야 한다. 캐릭터와 플롯의 정교한 교차 설계만이 뒤집어졌을 때 쾌감을 더한다. 반전은 독자가 아닌 작가가 호흡을 쥐고 가는 게임이기에 노련한 기교와 숙달된 미스디렉션이 필요하다. 미국 3대 미스터리상을 모두 석권한 할런 코벤은 이에 능한 작가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이어 터지는 물음표들은 읽는 독자로 하여금 엔딩을 미리 들쳐보게 만들 만큼 강력하다. 복선과 암시를 미리 깔아놓고 뒤에 이를 활용하는 솜씨도 제법이고, 가장 마지막장 에필로그까지 숨놓을 수 없게 만드는 경제성 또한 훌룡하다. 다만 너무 꼬아놨다. 설명적인 부분도 많고. 시원스레 뚫리기엔 주인공..
-
제프 린제이의 '끔찍하게 헌신적인 덱스터'책|만화|음악 2008. 7. 6. 23:08
할리우드 영화엔 속편의 법칙이 있다. ⓵ 전편을 따라가되 사이즈를 키울 것. ⓶ 전편보다 강력하고 화끈할 것. ⓷ 전편과는 다른 이야기를 할 것. 소설에서도 마찬가지다. 시즌별 블록버스터 영화들보단 사정이 조금 났겠지만, 메이저 시리즈를 이어가는 유명 작가들 역시 이런 속편의 법칙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조금 더 기발나고 독특한 사건들로 등장인물을 빠뜨려야 독자들의 환호성을 이끌어내니까. 악당을 처단하는 악당 덱스터의 두번째 이야기도 전편에 비해 더 영리해지고 강력해졌다. 시니컬한 독백은 제법 많이 웃기고, 호적수들은 더욱 잔인해졌으며, 그를 둘러싼 상황은 점점 더 꼬여만 간다. 재밌다. 여름 피서용 페이저터너로도 손색없고. 다만 아쉬운 건 스릴러로서 플롯이 다소 치밀하지 못하다는 점인데, 사실 덱스터의..
-
제프 린제이의 '음흉하게 꿈꾸는 덱스터'책|만화|음악 2008. 6. 26. 23:28
악당이 더 나쁜 악당을 단죄한다는 설정은 이미 20세기 '뤼팽'이나 '세인트'에서 단물 빠지게 써먹었다. 새로운 밀레니엄에, 21세기가 1/10 가까이 지난 이 시점에선 보다 새롭고 독창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그래서 자신의 살인 본능을 콘트롤할 수 있는 싸이코패스가 악당을 단죄하는 최신식 이야기가 등장했다. 그게 바로 [덱스터] 시리즈다. 세상에 살아있어선 안될 쓰레기들만 골라 처리 하는 착한 살인마 이야기. 아이러니와 조소로 가득찬 어두컴컴한 세상에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엔터테인먼트가 또 어디 있을까. 섬뜩하고 잔혹한 상황들이 벌어지면서도 위트와 여유를 잊지 않는 작가의 필치는 현대 사회의 도덕적 규제적인 모순들을 건드리며 폐부를 찌른다. 금기이기 때문에 더욱 더 매력적일 수밖에 없는 주인공의 이중성은..
-
딘 쿤츠의 '남편'책|만화|음악 2008. 6. 3. 23:34
초자연적인 호러 스릴러로 스티븐 킹과 함께 이름을 떨친 딘 쿤츠. 이상하게도 요 몇년간 그의 이름을 서점에서 발견할 수 없더니 최근 모중석 시리즈로 그의 신작이 번역되어 나왔다. 킹만큼 좋아하진 않지만, 나름 페이지터너(page-turner)로선 뛰어난 역량을 보여줘왔기에 별 망설임없이 집어들었다. 뛰어난 감동과 멋드러진 반전을 안겨주는 걸작은 아니지만, 역시나 '남편' 또한 쿤츠만의 박력과 스릴로 읽는 동안만큼은 손을 못떼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시종일관 짧은 문장과 단락으로 스피디함을 강조하는 이 소설은 단선적이지만 힘있는 플롯으로 엔딩까지 거침없이 달려간다. 요사이의 킹처럼 초자연적 호러 요소는 다 걷어치워 버리고 마치 조나단 모스토우의 [브레이크다운]을 보듯 소품이지만 꽉 짜인 힘이 느껴지는 스릴..
-
앤드루 그로스의 '블루존'책|만화|음악 2008. 1. 3. 22:50
국내 인지도는 떨어지지만, 스티븐 킹과 마이클 크라이튼, 톰 클랜시와 존 그리샴과 함께 미국의 빅5로 불리는 제임스 패터슨. 그의 장기는 스피디한 호흡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5분의 법칙을 떠올리게 할만큼 인상적인 장면부터 시작한다는 데 있다. 스릴과 몰입감에 있어선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나 할까. 그래서 그런지 그의 곁에서 공동작가로 활동하던 앤드루 그로스의 솔로 데뷔작 [블루존]도 제임스 패터슨의 작법과 닮아있다. 속도감 넘치는 짧은 호흡, 임팩트있게 시작하는 도입부, 스릴감과 반점을 주된 무기로 조근조근 풀어내는 플롯이 영락없는 제임스 패터슨이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 단점 역시 제임스 패터슨을 빼다박았다. 사건을 풀어나가는 방식이 속도감 넘치는 챕터에 비해 심하게 더디다는 점. 신중하고 치밀한 방식..
-
데이비드 모렐의 '도시탐험가들'책|만화|음악 2007. 9. 2. 02:59
매력적인 스릴러!! 붙잡자마자 순식간에 읽어내려갈 만큼 강력한 흠입력과 최고의 몰입감을 선사한다. 워낙에 '클리퍼스 Cleepers'라는 소재가 좋기도 하지만, 이를 다루는 데이비드 모렐의 구성력 역시 나무랄 데가 없기 때문에 읽다보면 정신없이 책장을 넘기고 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고고싱! 미드 [24]처럼 리얼타임 진행을 표방한 챕터에, 뒤로 가면서 양파 까듯이 드러나는 캐릭터의 사연들과 뒤통수를 치는 사건의 연속이 맞물려 호기심을 자아내는 작가의 낚시 솜씨는 거의 강태공 수준. 버려진 호텔을 무대로 하기에 스티븐 킹의 [1408]과 비슷한 초자연적 공포라고 짐작한 내 예상이 빗나가긴 했지만, (오히려 월터 힐 감독의 영화 [트래스패스]나 스테판 홉킨스 감독의 [킬러 나이트]를 떠오르게 만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