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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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 시련의 계절.음식|스포츠 2008. 7. 16. 23:28
야구 보기가 괴롭다. 5위도 모자라 이젠 기아에게 밀리며 6위로 내려앉았다. 5할 승률은 켜녕, 손에 잡힐 듯 보이던 12번째 가을야구는 가물가물 해지는 상황. 앞으로 2승 1패의 페이스로 달려야 자력 플레이오프가 가능하댄다. 한숨이 나오고, 억장이 무너지며, X줄이 타는 이 시점에서 외국인 용병 듀오 오빠몰러와 톰 숴는 결국 방출당했다. 아놔. 내년을 대비하자며 시즌을 접은 건 아니라는데, 왜이리 뒤숭숭하고 벌써 끝난 더러운 기분인지. 많은 욕심없이 딱 막차로 4강에만 간신히 턱걸이 했으면 하는 바램뿐. 플레이오픈 다 져도 좋아. 제에발. 최훈의 기가 막힌 '몰락상류' 센스에 웃어도 웃는 게 아니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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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잡담 2008. 5. 22. 23:57
삼성 라이온스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5할 승률에서 간당간당, 중위권에서 허덕이는 성적. 작년처럼 또 가을 야구에 가슴을 졸여야 하나 싶어 답답해진다. 지난 몇년간 철벽 마무리와 화끈한 화력 시현으로 너무 쉽게 이긴다 웃으며 스코어보드를 봤던 게 이리 돌아올 줄이야. 지금의 무너지는 선발진과 물방망이 타자들을 보며 지지리궁상인 내 처지마저 반추되니 더욱 더 안타까울 뿐. 롯데나 기아, LG의 지난 몇년에 비춰본다면야 그리 큰 문제로 보이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응원하는 팬으로 시련의 5월이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 아무도 2등은 기억하지 않는다는 삼성의 그룹 카피가 맨날 2등만 해오던 라이온스때문에 생겼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듯, 비실거리는 사자들의 지금 모습은 어울리지 않는다. 위기가 기회다. 양신 복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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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프로야구 개막!음식|스포츠 2008. 3. 30. 21:09
야구 시즌이다. 드디어. 나른한 햇살과 뜨거운 함성, 비릿한 맥주맛 그리고 끊임없이 재잘거리는 라디오 중계방송이 익숙한 그라운드가 돌아왔다. 야구를 즐겨했던 적도 없고, 그렇다고 오타쿠 열성 매니아 팬도 아니지만, 매일매일 8개 팀들이 6개월간 아웅다웅 격돌하는 장기 레이스가 은근히 우리네 사는 일상처럼 느껴져 좋다. 인생도 9회말 2아웃부터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기에. 작년엔 미처 경기장에 못갔는데, 올핸 삼성이 올라오면 종종 보러 가야겠다. 1년내내 하계/동계 가리지 않고 응원하는 스포츠들이 있어서 (행복? or 불행?)할뿐.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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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노 아쓰코의 '배터리'책|만화|음악 2008. 3. 7. 19:52
야구는 재밌는 스포츠다. 단체 경기면서 에이스와 4번 타자가 유난히 도드라지고, 속도가 있으면서도 경기 자체는 상당히 정적이기 때문에. 공격과 수비가 나란히 교대로 병행된다는 점도 그렇고. 이런 이율배반적인 요소들이 어느 스포츠보다 더 길게(무려 9이닝에 걸쳐) 펼쳐진다는 점에서 상당히 드라마틱하다. 경기의 핵심이 되는 배터리를 봐도 범상치 않잖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연 투수에 비해 언제나 안방 마님 든든한 조연이 되는 포수의 관계에선 서로에게 묘한 애증이 묻어난다. 일본에서 800만부나 팔리고, 만화와 영화, 드라마로 만들어진 이 메가 히트작은 그 이율배반성에 주목한다. 천재적인 투수와 그 공을 유일하게 받아줄 수 있는 포수와의 운명적인 만남을 통해 야구와 소년들의 성장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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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비사와 야스히사의 '야구감독'책|만화|음악 2007. 12. 7. 03:31
다른 스포츠와 달리 야구에선 감독이 정장을 입지 않는다. 선수들과 똑같은 유니폼을 입고 자신의 망가진 배불뚝이 몸매를 안쓰럽게 드러낸 경우가 허다한 것. 이는 초창기 야구가 발전하던 시기부터 내려온 전통 때문이란다. 그 당시엔 따로 감독직이라는 게 없고 주장이 감독을 겸했는데, 주장 역시 선수이므로 당연히 유니폼을 착용했고, 이것이 굳어져 감독이나 코치진 역시 유니폼을 그대로 입게 됐다는 설이다. 그래서 다른 스포츠와 달리 야구감독은 그라운드에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야구감독은 선수의 연장선상에 있는 셈이다. 에비사와 야스하시의 [야구감독]은 그런 야구감독의 생리를 잘 보여주는 소설이다. 1970년대 일본 프로야구를 배경으로 실존 인물들을 등장시키며, 가공의 꼴지 야구팀 엔젤스의 성장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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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연속.잡담 2007. 10. 4. 03:02
2위 두산을 위협하며 치고 올라갈 때가 엊그제 같은데, 시즌 막판 5위 LG에게 위협받은 디펜딩 챔피언. 올라가는 족족 무너지는 선발 때문에 응원하는 한 사람으로서 가슴이 많이 아팠다. 다행히 결말은 11년 연속 포스트 시즌이라는 금자탑을 세웠지만. 대단한 기록이다. 미국에서도 애틀란타 브레이브스가 14년 연속이 최고 기록이던데. 앞으로 4년만 더 가을에 야구하면 기네스 기록감이다. 힘내라 사자들아. SUN 감독도 내년 시즌 야수를 보강하겠다고 하니, 어쩌면 예전 삼성다운 화끈한 야구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그 특유의 선수 버리기가 다시 발동되진 않을까 조심스레 걱정이 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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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시마 츠토무의 '크게 휘두르며'영화|애니|TV 2007. 7. 14. 18:36
스포츠 심리학을 전공한 이력의 여성 동인 작가가 그린 야구 만화라는 사실이 특이하긴 하지만, 원작은 상당히 학원 스포츠물에 충실한 작품이다. 천재적인 재능을 갖춘 아이가 빛을 보지 못하다 팀을 이뤄 성공한다는 아주 고전적인 플릇을 따라가고 있지만, 이 만화에서 중요한 건 이런 스토리가 아니다. 바로 청춘의 땀과 노력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신뢰와 우정이 자리잡고 있는 '소년들의 소중한 시간들'을 디테일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게 장점이다. 히구치 아사가 그린 원작도 아주 재밌지만,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애니매이션 역시 강추할 만 하다. 2007년 4월 신작으로 시작한 이 작품은 연출부터 작화, 캐릭터, 색지정, 음악과 성우 모두 조화롭게 이루어져 극상의 퀄리티를 보여준다. 다소 산만했던 원작의 느낌을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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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2000.음식|스포츠 2007. 6. 9. 23:24
바니 맥이 주연한 영화 중에 [미스터 3000]이란 영화가 있다. 3천개 안타를 때린 메이저리거를 다룬 영화였다. 3천개의 안타가 어느 정도 가치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 생각한다. 양준혁은 한국의 미스터 3000, 아니 미스터 2000 이다. 고교 졸업 후 바로 선수로 뛰는 요즘과 달리 그는 대학도 가고 군대도 갔다온 후 남들보다 늦게 프로를 시작했으니, 그의 기록이 얼마나 대단한지 두 말 하면 잔소리. 꾸준히 년간 100 안타씩 때려도 20년 동안해야 가능한 이 기록을 두고 그는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최종 목표는 '미스터 3000'일뿐이라 말한다. 너무나도 평범한 진리겠지만, 뛰어난 능력을 넘어서는 건 꾸준한 노력이다. '난 전설이 아닌 현역이다' 라는 말처럼 오래 오래 달구벌에서 볼 수 있었으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