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스포츠와 달리 야구에선 감독이 정장을 입지 않는다. 선수들과 똑같은 유니폼을 입고 자신의 망가진 배불뚝이 몸매를 안쓰럽게 드러낸 경우가 허다한 것. 이는 초창기 야구가 발전하던 시기부터 내려온 전통 때문이란다. 그 당시엔 따로 감독직이라는 게 없고 주장이 감독을 겸했는데, 주장 역시 선수이므로 당연히 유니폼을 착용했고, 이것이 굳어져 감독이나 코치진 역시 유니폼을 그대로 입게 됐다는 설이다. 그래서 다른 스포츠와 달리 야구감독은 그라운드에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야구감독은 선수의 연장선상에 있는 셈이다.
에비사와 야스하시의 [야구감독]은 그런 야구감독의 생리를 잘 보여주는 소설이다. 1970년대 일본 프로야구를 배경으로 실존 인물들을 등장시키며, 가공의 꼴지 야구팀 엔젤스의 성장기를 흥미진진하고도 맛깔나게 그려낸다. 주된 스토리라인이야 찰리 쉰이 나왔던 영화 [메이저리그]와 다를 바가 없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인물이 선수가 아닌 감독이라는 점에서 조금 색다르다. 승패에 대한 고뇌를 짊어진 내면의 승부사로서 감독이 아닌, 현역 못지 않게 불타오르는 열정을 가진 제 3의 선수로서 감독 모습을 담아낸다는 점에서 스피디하고 박진감 넘치게 다가온다고 할까. 프론트와 구단주, 오픈 시즌의 스프링 캠프과 코치진의 알력 다툼 등 많은 뒷담화스런 에피소드들을 간결하고 위트있는 문체로 엮어 잔재미를 더한다.
유쾌한 열정과 짜릿한 감동이 함께 전해지는 이 소설은 왜 야구감독이 정장이 아닌 유니폼을 입고 있는지 단적으로 알려주는 좋은 예이기도 하다. 아울러 야구가 얼마나 멋진 스포츠인지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