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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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베이징 올림픽.음식|스포츠 2008. 8. 9. 23:38
작렬하는 태양. 숨막히는 열기. 찌는듯한 더위가 며칠째 이어졌다. 뒤숭숭한 국제 정서와 꼴도 보기 싫은 국내 상황이 어우러진 건 보너스. 일은 잘 안풀리고, 돈 준다고 불러주는 데도 없고, 영화는 지겹고, 책도 이미 집어던졌다. 고개만 돌려도 땀이 떨어지는 한증막 같은 상황에서 놀러가는 건 더더욱 더 아니고. 정지된 뇌세포와 녹아내리는 몸뚱아리를 시원하게 구제해줄 해결책은 과연 없을까. 끓는 아스팔트 길을 걷다 들른 은행의 에어컨 바람 같은, 군훈련 받다 지나던 젊은 처자를 발견했을 때의 즐거움 같은, 이 지긋지긋한 인생사 가만히 아무 생각없이 잊고 내 지친 심신을 달래줄 보약 같은 그런 존재가 말이다. 그래서 TV 틀고, 선풍기 바람 맞으며, 멍청하니 올림픽만 바라보고 있다. 아 이 지긋지긋한 TV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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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 시련의 계절.음식|스포츠 2008. 7. 16. 23:28
야구 보기가 괴롭다. 5위도 모자라 이젠 기아에게 밀리며 6위로 내려앉았다. 5할 승률은 켜녕, 손에 잡힐 듯 보이던 12번째 가을야구는 가물가물 해지는 상황. 앞으로 2승 1패의 페이스로 달려야 자력 플레이오프가 가능하댄다. 한숨이 나오고, 억장이 무너지며, X줄이 타는 이 시점에서 외국인 용병 듀오 오빠몰러와 톰 숴는 결국 방출당했다. 아놔. 내년을 대비하자며 시즌을 접은 건 아니라는데, 왜이리 뒤숭숭하고 벌써 끝난 더러운 기분인지. 많은 욕심없이 딱 막차로 4강에만 간신히 턱걸이 했으면 하는 바램뿐. 플레이오픈 다 져도 좋아. 제에발. 최훈의 기가 막힌 '몰락상류' 센스에 웃어도 웃는 게 아니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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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의 끝.음식|스포츠 2008. 6. 30. 22:56
흑백 얼룩이 공 하나에 웃고 울었던 6월달. 드디어 독일과 스페인의 격돌로 한여름 밤의 축구대잔치가 막을 내렸다. 언제나 그렇듯 내가 올라가라 목이 터져라 응원했던 팀들은 죄다 떨어지고, 별시큰둥하게 바라봤던 전통의 강호들이 토너먼트에 진출하는 걸 보며 살짝 맘이 아팠지만, 세상만사가 다 그런 거 아닌가. 원하는대로 안되는 게 세상이니까. 신들도 각본없는 드라마를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나만큼은 아니었나 보다. 체코와 크로아티아, 네덜란드가 차례로 떨어지고, 대타로 응원했던 터키와 러시아마저 탈락하자 결승에 대한 기대는 접어버렸다. 2004 유로 결승이었던 포르투갈 대 그리스만큼이나 흥미가 가지 않는 격돌. 그저 한달내내 즐거웠단 사실에 감사한 마음으로, 전경기 시청이란 원대한 목표에 대한 의무감으로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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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 2008.음식|스포츠 2008. 6. 9. 22:10
4년전 기말고사와 과제 마감을 앞두고서도 밤새 전 경기를 다 봤던 유로 2004. 이젠 집에서 빈둥거리면서도 핑계와 게으름 때문에 경기 하나 제대로 보기 힘들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인데 확실히 변하긴 변했다. 나쁜 쪽으로. 이런 쪽에서 단점을 찾아내는 나도 우습지만, 전 경기를 다 보고 경기평을 쓰겠다고 예전부터 되네이던 내 굳세고 굳센 다짐에 비춰본다면 결코 웃을 일이 아니다. 한 경기 한 경기가 다 아까울 따름. 사실 굳이 집에서 놀면서 헬스를 다니는 이유도 유로 2008 전 경기를 시청할 체력을 마련해놓기 위해서였는데, 오히려 헬스 때문에 지쳐 매일밤 일찍 자버리니 미치고 환장할 지경이다. 오늘부턴 근력 운동과 유산소 운동에서 다소 강도가 약한 스트레칭 위주로 종목을 변경, 죽음의 조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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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류바 먹는 법.음식|스포츠 2008. 5. 28. 23:01
늦봄에 어울리지 않게 습기로 끈쩍거리는 날. 불유쾌한 기분을 날려버리고자 슈퍼에서 하드를 집어들었다. 나온지 20여년이 넘는 빙과류의 마스터피스, 내 여름 최고의 기호식품 스크류바를. 까서 집에서 복날에 살아남은 개처럼 늘어져 먹고 있는데, 문득 옆에서 지켜보던 어머니가 요란스럽다구 면박을 주시는 게 아닌가. 그렇다. 난 어렸을 때부터 이 녀석 먹는 방법이 정해져 있었다. 나름 내딴엔 맛있게 먹는 방법이라 여겼는데, 사실 어떻게 먹으나 별 상관없다. 다만 오래된 습관처럼 애들 버릇이 굳어져 버린 거겠지. 여렸을 땐 몰랐는데, 조금 나이가 들고나서 생각해보니 꽤 추잡하고 요란스런 건 사실인 것 같다. 껍질을 까서 입 안에 넣고 동그란 손잡이를 두 손으로 잡고 마구 돌려 빨아먹는 건데...;;; 이게 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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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쓴 이유.음식|스포츠 2008. 4. 27. 22:28
술이 쓴 이유는 화학적인 설명으로만으로 부족하다. 술이란 매개체를 통해 진심을 털어놓는 사람들의 자태가 답답하고 안타까워 그런 거다. 취기를 빌어 내 굳게 닫힌 가슴에 꽁꽁 열려있던 진심이 누수되길 바라는 비겁한 마음 때문에 자조 어린 쓴 맛이 드는 거다. 솔직하지 못한 내 자신과 과장된 연극배우 탈을 쓴 자아의 껍데기에 건배를. 술이 단 이유는 그런 모습을 잊기 위해서다. 자꾸 마시면서 쓴 맛을 잊듯 내 진심을 지워버리는 거다. 그래서 술은 쓰고 단 맛이 나는 거다. 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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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 레몬.음식|스포츠 2008. 4. 19. 03:15
새로 나왔다길래 집어 들었다. 날씨는 덥고, 작업은 안되고, 마음까지 심란한 날, 딱 누구랑 술 마시면 자폭할만한 상황. 간단하게 맥주 1병이면 기분 업 정도는 되겠지 싶어 쓰레빠 끌고 편의점에 갔더니 이게 보였다. 코로나에 레몬, 혹은 카프리 레몬 그리고 호가든을 좋아하는 나로선 최적의 선택. 더군다나 3.9%라는 착한 도수까지. 시원하게 얼려 홀짝이니 세상이 내 것이로구나. 그간 밍밍한 라이트와 머리 아프던 레드를 내놓으며 나에게서 멀어져갔던 카스, 다시 눈에 아른거리기 시작한다. 끝맛에서 느껴지는 레몬향이 시원한 게 여름밤 잠 못이룰 때 마셔주면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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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루아 코크.음식|스포츠 2008. 4. 8. 04:12
폭음을 피하는 대신 차선책으로 택한 건 즐길 수 있는 걸 마시자는 생각이었다. 더군다나 밖에서 양 조절은 절대 무리. 그렇다면? 안으로 들이는 방법뿐. 맥주는 배부르고, 탁주는 머리 아프고, 와인은 돈이 없다. 그래서 택한 게 깔루아였다. 리큐어(Liqueur)기에 오래갈 거 같고, 칵테일을 만들만한 재주와 현란한 곡예가 없어도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깔루아 밀크와 코크가 있기 때문에. 아주 소량의 깔루아(밥 숟갈 두 세 스푼 정도)에 그날 그날 냉장고에 잠 자고 있는 우유와 콜라를 취향에 따라 골라잡으면 끝! 둘 다 알콜기는 거의 없는 음료에 가깝지만, 뭐랄까 기분좋게 마실 수 있는 하루의 활력제 정도랄까. 크으~~ 이러다 알콜중독이 되는 건 아닌가 슬쩍 겁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