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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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리스토퍼의 '아즈텍의 비밀'책|만화|음악 2010. 2. 16. 02:16
지극히 영화적이다. 좋은 의미를 두자면 충분히 시각적이라는 거고, 나쁜 의미로 보면 자세한 설명과 논리성이 부족하다는 거다. [미켈란젤로 노트]를 시작으로 [루시퍼 복음], [렘브란트의 유령] 등 매년 핀 라이언 시리즈를 이어온 폴 크리스토퍼는 훅이 있는 역사적 세팅과 스피디한 전환, 박긴감 넘치는 액션을 페이지마다 선사하지만, 쉽게 해결되는 사건에 개성없는 인물들, 너무 벌려놔 수습되지 않는 구조와 서둘러 주워담는 듯한 엔딩이 공존하는 작가다. [아즈텍의 비밀]도 마찬가지다. 머리 나쁜 B급 영화를 보듯 한바탕 신나지만 덮으면 허무하다. 고고학적 뉘앙스를 팍팍풍기며 무언가 역사적 가설을 내놓을 것 같던 제목과 달리, 팩션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스페인 보물선과 교황청, 신약 개발과 수소폭탄을 연결 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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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탁환의 '열녀문의 비밀'책|만화|음악 2010. 2. 7. 23:08
조선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정조 시대를 배경으로 방각본이란 독특한 사료(史料)에 연쇄살인을 접목시킨 [방각본 살인사건]은 한국형 팩션에 좋은 본보기를 던져주었다. 소설 속의 소설史를 구현해보이겠다는 야망과 현 정치 상황을 투영시킨듯한 당쟁다툼 속에서 엔터테인먼트를 쫓는 김탁환의 욕심은 성공이냐 실패냐의 결과론을 떠나 시도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그 후속편이자 백탑파 시리즈의 중간다리인 [열녀문의 비밀]은 전작과 동일한 길을 걷되, 한발짝 더 나아간다. 이번에는 조선 속 여류소설을 파헤치는 동시에 사회 상황이 갖고 있는 한계이자 문제점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의식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방각본 살인사건]이 시작이자 소개고, 그 희망찬 남인들의 소망을 담아냈다면, [열녀문의 비밀]에선 보다 현실적인 상황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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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의 '불꽃처럼 나비처럼'영화|애니|TV 2009. 10. 4. 23:14
팩션과 무협지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던 야설록의 원작과 마찬가지로 영화 역시 실재 역사와 판타지를 넘나들며 가공의 사랑 이야기를 스펙타클하게 펼쳐놓는다. 허나 경계를 넘나드는 것 자체가 그다지 쉬운 일이 아니듯, 영화는 중심을 잡지 못한 채 후세가 다 아는 비극적인 결말에 이르기까지 쉴새없이 표류하기만 한다. 설득력 없이 조선의 국모를 사랑한다며 졸졸 따라다니는 조승우는 만화책 어디선가 본 듯한 주인을 사모하는 닌자 스토커 같고, 흥선대원군과의 알력 다툼에 골치 꽤나 아팠을 명성황후 수애는 평면적이기 그지없는 개화기 시대의 모던걸 에피소드 그 이상은 되지 못한다. 얄팍한 원작의 깊이를 감안하더라도 취사선택을 제대로 하지 못한 엉성한 각색과 캐릭터들의 현실감을 잡아내지 못한 연출력의 부재가 가장 아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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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드 러벤펠드의 '살인의 해석'책|만화|음악 2008. 10. 25. 16:35
현대 수사기법 중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 프로파일링이 심리학에 기저를 두고 있단 점에서 추리소설에 프로이트와 융이 등장한단 설정에 찬탄을 금치 못했다. 인간의 심리를 파고들었던 그들이 분석해내는 살인사건과 범인의 심리기재가 궁금했던 것이다. 게다가 제목 또한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을 빗댄 '살인의 해석'이라니. 이건 설정만으로도 먹고 들어가는 어마어마한 팩션이 될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책장을 하나둘 넘기며 기대가 클수록 실망감도 커진다는 진리를 깨우치고 말았다. 시대상을 충실히 반영한 묘사와 심리학 태동기의 세력다툼을 다룬 역사적 고증은 뛰어나지만, 탐정이라 믿었던 프로이트와 융은 그저 단순한 배경과 조언자의 역할일뿐, 이러다 할 활약상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거. 심리학적 지식이 동원된 추리와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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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해리스의 '폼페이'책|만화|음악 2008. 7. 17. 23:38
어렸을 때 가본 폼페이는 그저 돌무더기 형상의 사람들이 전시관 유리 속에 누워있어 무서웠단 기억뿐이고, 실질적으로 그 역사적 사실이 피부에 와닿은 건 국민학교 시절 전집류로 읽은 '폼페이 최후의 날'이란 소설 덕분이었다. 낭만적이면서도 모험 가득한 이 얘긴 영화로도 만들어져 아직까지 내 머리 속에 박혀있는데, 그 잔상이 꽤나 컸던지 폼페이라 하면 다른 걸 떠올릴 수가 없다. 그런 이유로, 아니 그런 심한(?) 편견 탓에 로버트 해리스의 [폼페이]는 읽어보기도 전에 내게 꽤나 심드렁하게 다가온 게 사실인데, 에드워드 조지 불워 리튼이 2세기나 앞서 한 얘길 또 동어반복한 이유가 뭔지 궁금해 펼쳐봤다는 게 더 맞는 말일듯 싶다. 엄청난 호평과 요란한 광고문구, 상위권에 랭크된 베스트셀러에 400페이지가 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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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터틀타웁의 '내셔널 트레져 - 비밀의 책'영화|애니|TV 2007. 12. 26. 18:52
팩션의 인기를 등에 업고 포스트 '인디아나 존스'를 꿈꾸며 만들어진 [내셔널 트레져]의 단점은 너무 매끈하다는 데 있다. 잘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에 음모 이론을 끌어들여 상상력으로 포장하는 것까진 좋았지만, 문제는 수수께끼의 난이도가 쉽다는 것. 프랑스와 영국, 미국 전반을 걸쳐 움직이는 스케일 큰 동선에 비해 퍼즐은 말 몇마디로 손쉽게 풀려버리니 맥이 빠진다. 물량을 쏟아부은 추적씬과 전편을 활용한 잔재미, 트레버 라빈의 긴장감 넘치는 음악도 어드벤쳐물 특유의 스릴을 구제하지 못한다. 차라리 머리를 비우고 스릴과 액션으로 점철된 [미이라] 시리즈가 더 신나 보이는 건 나만의 착각일까. 게다가 에드 해리스라는 거물을 데려다 놓고 전편의 숀 빈보다 못한 악당의 모습을 보여준 건 치명적인 약점이다. 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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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먼드 커리의 '최후의 템플 기사단'책|만화|음악 2007. 7. 26. 15:07
여름엔 역시나 추리소설(혹은 스릴러)의 계절이다. 그런 마음에 부담없이 읽을 만한 작품들을 찾고 있는데, 지역구민이 다들 내 마음과 동일한지 원하는 책들은 모두 대여중이다. 미야베 미유키나 기리노 나쓰오 소설을 보고 싶었는데, 가뜩이나 일본 소설이 잘 나가는 터라 대타를 찾아야만 했다. 그래서 고른 건 시나리오 작가 출신의 레이먼드 커리의 [최후의 템플 기사단]. 전에 읽었던 김명섭의 [아켈다마]처럼 십자군 원정과 성전 기사단을 소재로 삼은 팩션이다. [아켈다마]가 악마주의와 개인적인 복수담을 엮어냈다면 이 작품은 기독교와 이슬람교, 유대교 등 서양 종교의 원류와 왜곡을 수수께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게 차이. 그런 면에선 [다빈치 코드]와도 조금 연계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역사성과 수수께끼에 중점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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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섭의 '아켈다마'책|만화|음악 2007. 6. 18. 20:38
팩션(Faction)이 인기다. [다빈치 코드] 때문이라고 할 수 있지만, 사실 예로부터 팩션은 많은 인기와 사랑을 누렸던 장르다. 다만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이후로 이 장르가 비약적으로 발전한 듯 싶다. 정교한 자료 고증에 뛰어난 상상력을 바탕으로, 과거 음모 이론만 들이대던 어드벤쳐물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요 근래 나오는 팩션들은 모두 에코의 후계자를 자처한 듯 하다. 때론 무슨 역사책 보는 듯한 기분이 들 때도 있으니. 우리나라도 다양한 팩션들이 있다. 이인화의 [영원한 제국]이나 김탁환의 [방각본 살인사건], 이정명의 [뿌리 깊은 나무] 등 주로 조선시대를 무대로 삼고 있다. 김명섭의 [아켈다마]는 이런 전형성에서 반기를 든다. 십자군 원정으로 유명한 성전 기사단과 악마주의를 바탕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