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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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ss away.잡담 2009. 4. 4. 02:43
잠자리에 눕자 갑자기 두려움이 찾아왔다. 밑도 끝도 없는 그런 망망대해급 좌절감 말이다. 어느날 내게 다가와 손 내밀 죽음과 직면하는 그 순간이 떠올랐다. 이대로 죽어버림 어쩌나. 이룬 거 하나 없이. 반려자도 못 만나고. 그 모든 걸 놔둔 채. 부모님보다 먼저 가면 안 되는데. 시커먼 어둠 속으로 그렇게 잊혀져 버릴까 무서웠다. 새하얀 밝음 안으로 박차고 들어가 안주할까 무서웠다. 아직도 죽음이 무서울 나이란 게 참으로 서러웠다. 쉽게들 죽고 어이없이 죽는 세상 질기게 내 한 목숨 연명할 생각부터 떠올린 자신이 부끄러웠다. 생에 대한 부질없는 미련과 끝도 없는 집착. 구차하게 내일을 기대하는 바보같은 모습. 살아온 지 몇십년. 이제 익숙해질 때도 됐건만, 난 아직도 끝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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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다는 건...3.잡담 2008. 1. 23. 15:42
아침에 일어나 히스 레저가 죽었다는 뉴스를 접했다. 28 살의 젊은 나이. 순간 스치는 묘한 기시감. 가깝게는 브래드 렌프로, 멀게는 리버 피닉스. 그리고 작년 이맘때 묘령의 여자 연예인들 자살/사고 소식. 누구나 다 죽기 마련이지만, 죽음은 언제나 곁에 있지만, 갑작스럽게 다가와 진공 상태의 공허함을 안겨주고 떠난다. '왜?'라는 물음과 '벌써..'라는 탄식도 함께. 핸드폰 전화번호 정리할 때 삭제하는 이름들처럼 산자의 명부에서 지워지는 그들의 자취에 애뜻함과 아쉬움이 진하게 묻어난다. 잘 가시오. 기슭에서 놀다 구름 손짓에 하늘로 돌아가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꼭 말해주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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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다는 건...2.잡담 2007. 2. 12. 16:46
유니가 죽은 지 한달이 채 되지도 않아 '옥탑방의 고양이' 정다빈이 자살했다. 더욱이 싸늘한 시신이 되었음에도 부검이니, 재수사니 열띤 논쟁과 뜨거운 관심은 가시질 않는다. 고인도 이런 쪽의 환대(!)를 바라진 않았을텐데, 살아있었을 때 더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은 게 배우일텐데, 안타까웠다. 자살이 유행이니, 사생활을 들쑤시고, 장례식에 엄청난 후레쉬 세례를 펼치며, 또 다음 타겟에 희번득거릴 언론 플레이가 더티하지만, 그만큼 가까운 죽음에 무감각한 사람들의 단편적인 기억력 또한 구차하긴 마찬가지다. 씁쓸한 사람들의 인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