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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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mutti의 'Rest'책|만화|음악 2011. 1. 30. 17:18
클래식. 서양의 전통적인 고전 음악. 할머니가 아이를 재우며 흥얼거리던 민요 자락이나 택시나 버스에 올라타면 주구장창 흘러나오는 전통가요와 달리 딱딱한 음악당 의자에 앉아 슈트를 갖춰 입고 신묘한 표정으로 감상해야 할 것만 같은 무게감이 존재한다. 요즘은 모짜르트 태교다, 음악 영재다 하며 조금은 실생활에 가깝게 접근한 듯 하지만, 어디까지나 교육 열풍에 기대었을 뿐 아직까지도 이 동방의 작은 등불의 나라에선 클래식이 할머니 민요 자장가만큼 체화되기란 쉽지 않다. 비교적 인기를 끌었던 폴 모리아 악단이나 엔니오 모리꼬네, 존 윌리암스의 영화음악들이 연주음악에 대한 거리감을 좁히긴 했지만, 그들은 예전과 달리 타계했거나 팔순을 넘긴 영감님들이 되었고 음반 시장의 악화일로로 더 이상 연주음악은 예전만큼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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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rosky의 'The Orbit'책|만화|음악 2010. 12. 27. 12:24
얼마 전 누자베스가 세상을 떠났다. 그것도 쓸쓸하게. 고인이 된지 한달이 넘은 후에야 간략하게 언론 발표를 통해 알려졌다. 안타까웠다. 그의 공연을 보러다니고, 모든 앨범을 소유할만큼 열성팬은 아니였지만, 애니메이션 [사무라이 참푸르]를 통해 처음 접한 그의 음악은 가히 별천지 신세계였다. 다채로운 장르의 접목과 놀라운 센스로 중무장한 재능에 반해 조금씩 찾아듣곤 했었다. 힙합 인스트루멘탈이라 통칭해 말들 하지만, 사실 누자베스를 어느 장르로 묶어 딱히 정의내리긴 쉽지 않다. 고전에서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샘플링과 적재적소에 위치하는 소스, 해체와 재조립을 통해 새로운 패턴을 창조해내는 천부적인 감각은 원곡과 장르를 뛰어넘는 감흥과 판타지를 심어주었기에. 음악의 시간여행자이자 트랜스포머. 그는 시대와 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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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즈 앤 선즈의 'Good Morning Mother'책|만화|음악 2010. 11. 18. 07:32
차거운 바람 속 유난히 반짝이는 햇살의 산란에 눈이 부시다. 부쩍 추워진 날씨에 옷깃을 여미며 봄이 오길 기다린다. 시린 감성과 매마른 열정에 불을 붙여줄. 그 시기를 기약하며 점점 더 겨울잠에 빠져든다. 비실비실 추위에 하나 둘 죽어가는 늦가을 모기마냥. 그래서 이맘때 듣는 팝사운드는 특별하다. 둔해진 움직임을 만회라도 하려는 듯 귀로 들어와 과다 활동성의 에너지를 투하할 녀석들로 고르게 되니까. 머리 속에서 터지는 파워풀한 음의 마술은 계절이 만들어낸 잠자는 미녀의 독사과를 순식간에 갈아 없애 버린다. 질주하는 기타 스트로크는 시베리아 기단 칼바람보다 매섭고, 영혼의 심장을 두드리는 둔중한 드럼 비트는 홋가이도 폭설보다 강하다. 계절을 이기는 팝은 네 번 타는 보일러 못지 않게 뜨겁다. 그리고 여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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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영의 'Woman Being'책|만화|음악 2010. 11. 6. 19:59
내게 박기영은 '블루 스카이'로 '시작'된다. 세기말 그 시절엔 자우림과 더더(박혜경), 소찬휘와 김현정, 서문탁 등 쟁쟁한 여성 보컬들이 저마다 군웅할거하던 낭만이 존재했다. 물론 그 속엔 가녀린 몸에 이쁘장한 얼굴로 명징한 기타 사운드에 맞춰 깔끔하고 힘찬 목소리로 사랑과 젊음을 노래하던 그녀도 있었다. 비록 1집은 쉽게 기억나진 않지만 2집과 3집의 풋풋하고 싱그러운 들꽃의 향기를 내뿜던 그녀는 신선했다. 밴드에 소속되지 않은 보기 드문 여성 솔로 로커이자 싱어송라이터로 규칙적이진 않지만 꾸준하게 20대라는 큰 도화지 위에 자신의 색깔을 채워나간 그녀는 '산책'과 '나비', '그대 때문에' 그리고 몇몇 디지털 싱글로 여전히 현역임을 증명해냈다. 그리고 올 가을 결혼과 함께 자신의 일곱번째 앨범을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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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NGBONG의 'Leaving U'책|만화|음악 2010. 10. 2. 07:21
살인도 추억이 되는 80년대 중반부터 교주 서태지가 나타난 90년대 중반까지 질풍노도로 내달렸던 내 젊은 시절, 고무줄로 간신히 고정시킨 구닥다리 워크맨 속 카세트 테잎엔 언제나 그 피 끓는 영혼을 달래줄 (라디오 방송에서 갓 녹음한) 발라드가 자리했었다. 이문세의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 최호섭의 '세월이 가면', 변진섭의 '너에게로 또다시', 신해철의 '슬픈 표정하지 말아요', 신승훈의 '미소 속에 비친 장미' 그리고 예능 늦둥이가 아니라 발라드 늦둥이였던 윤종신의 '너의 결혼식'까지. 현재의 소몰이 창법이 판을 재패하고 대세가 되어버린 R&B와 전혀 다른, 한국식 발라드가 있었다. 애절한 멜로디에 드라마틱한 악곡, 처량맞은 분위기의 가사, 그리고 진심이 묻어나는 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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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플레이의 '투셰모나모'책|만화|음악 2010. 9. 26. 04:35
9월의 끝자락 기록적인 폭우가 퍼붓더니 약속이라도 한 듯, 마치 이게 당연한 수순이라는 듯 날이 많이 차가워졌다. 뜨거운 햇살에 열대야가 작열하던 늦여름의 기세가 엊그제 같은데(아니 진짜 엊그제는 그랬다!), 확 변해버린 기온에 당황하며 부랴부랴 긴 팔 옷을 꺼내들었다. 이제 가을이고, 겨울인가? 몸과 마음에 직접적으로 다가온 환절기를 만끽하며 자연스럽게 머리 속에 찾게 된 품목들이 하나 둘 떠올랐다. 뜨끈한 오뎅 국물과 따뜻한 호빵, 아님 붕어빵에 연인의 작디 작은 손과 손수 짠 목도리, 떨어진 오색의 낙엽 빛깔에 발 아래로 밟히는 바스락 소리. 그리고 이 모든 걸 푸근하게 감싸줄 이어폰에서 나즈막이 흐르는 재즈 선율까지. 인터플레이 2집을 만난 시점은 그렇게 너무나도 최적의 타이밍이었다. 가요에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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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y의 'A Night In Seoul'책|만화|음악 2007. 11. 30. 23:44
토이의 모든 앨범을 좋아하지만, 가장 맘에 드는 건 1집과 4집이다. 1집이 소박하면서도 멜랑콜리한 추억의 감성을 자극한다면, 4집은 대도시의 탁한 잿빛 밤거리 정서를 가지고 있다. 전혀 다른 듯 하면서도 두 앨범 다 기쁨과 환희를 노래한다기보다 외로움과 고독, 추억의 우수(憂愁)를 담고 있다. 아주 슬프진 않지만, 입가에 조금 오래 머무르는 쓴웃음 정도랄까. 가슴이 저리는 은은한 통증이랄까. 두 앨범 모두 연주곡을 담고 있으며 그 연주곡들이 앨범의 컨셉을 좌지우지할만큼 강한 색깔을 드러내는데, 둘을 하나로 관통하는 코드를 뽑으라면 역시 Pat Metheny의 느낌인 것 같다. 영롱하면서도 듣기 좋은 기타 사운드가 곡 전체를 지배한다. 1집의 '세검정'이 아스라히 묻혀지는 추억을 환기시킨다면, 4집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