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파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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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모토 세이초의 '걸작 단편 컬렉션-중'책|만화|음악 2010. 2. 1. 15:30
여기 미야베 미유키가 뽑아낸 마쓰모토 세이초의 단편들은 추리소설의 범주를 넘어 본격 문학에 가까운 질감을 선사한다. 범죄 자체에 대한 외향적인 흥미보단 범죄가 발생하게 된 내면적인 동기와 인간에 대해 더 큰 관심을 보이기에 그의 글에는 언제나 현실의 피로함이 담겨있다. 그는 인간 내면의 비틀어진 마음과 추악하고 비겁한 탐욕 그리고 사회화 속에서 탄생되어지는 컴플렉스에 대해 뛰어난 성찰을 보인다. 어떠한 감정과 시선도 담지 않은 채 냉랭하게 인물을 쫓아가는 그의 메마르고 건조한 필체는 까끌한 시멘트 벽과 같은 사회의 본 모습을 대변하는 듯 하다. 묵직한 두께만큼이나 묵직한 감성을 던져주는 세이초의 무게감이 본 단편집의 묘미다. 여자와 남자로 구분지어 그의 본격적인 면모를 소개하는 중편이야말로 본 컬렉션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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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의 '누군가'책|만화|음악 2010. 1. 29. 05:35
소소한 현실의 미스터리를 그리면서도 그 안의 어둠과 고뇌의 무게감을 담아내는 그녀의 필치는 여전하다. 담담하니 별다른 수식없이 써내려가는 문체 뒤에 예리하게 숨겨져 있는 수많은 감정과 상처들은 인간사 본연의 색깔을 보여주듯 형형색색의 다채로움을 뽐내지만, 저마다 응축된 독과 치명적인 악취를 지니고 있다. 일상이라는 덮개에 살짜기 덮여 드러나지 않았을 뿐, 사회의 가장 뿌리깊은 악의 시작은 그 소박하고 미묘한 심연 속에서 싹트고 있음을 그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녀가 마츠모토 세이초 이름 뒤에 거론되는 건 그 때문이다. [이유]와 [화차] 등 빼어난 사회파 미스터리를 선보인 미야베 미유키는 [누군가]에서도 그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아무래도 주인공인 스기야마가 경찰이나 탐정이 아닌 회사원인만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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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와 아리마사의 '신주쿠 상어'책|만화|음악 2010. 1. 22. 11:30
어느 순간 사람들은 강함을 갈구한다. 육체적인 것을 넘어 정신조차도. 감정을 넘어선 평정심과 미련 따윈 남기지 않겠다는 냉장고 4도씨의 쿨함을 유지하고 싶어진다. 이 비루하고 지저분한 세상 살아가기엔 이성과 논리 그리고 감정만으로 대응하기 너무 빡세고 지치게 만드니까. 그래서 폭발적인 사랑을 받은 캐릭터가 있다. 그리고 그 인기는 한때의 유행으로 치부하기엔 꽤 오래간다. 마이크 해머와 신주쿠 상어 '사메지마'가 그렇다. 그들은 차거운 현대 사회의 진정한 파수꾼, 그러나 내 여자에게만큼은 따뜻한 남자들이다. 평범하기 그지없던 오사와 아리마사를 단숨에 일약 스타로 만들어준 [신주쿠 상어]는 87분서 경찰시리즈에 필립 머로우를 믹스시킨 듯한 하드보일드다. 동물적인 섹시 다이너마이트 마이크 해머에 비한다면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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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마루 가쿠의 '천사의 나이프'책|만화|음악 2010. 1. 21. 02:19
나날이 잔혹해지는 사회 범죄 앞에 무력한 일반 시민을 더욱 열받게 만드는 건 모순된 제도 탓이다. 당사자가 아닌 이상 그 일면만 바라보는 시선 또한 가슴을 시퍼렇게 멍들게 만드는데, 누구에게도 하소연할 수 없는 벙어리 냉가슴이란 답답한 감성까지 잘 파고든 미스터리가 바로 [천사의 나이프]다. 점점 어려지면서 영악스럽기 짝이 없는 소년범죄를 파고든 이 소설은 사회파 계열처럼 강렬한 이슈와 화두를 던지면서도 반전이란 깜짝쇼를 통해 퍼즐 미스터리의 재미를 놓치지 않는다. 데뷔작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노련한 솜씨다. 죄값과 갱생이라는 상반된 입장 아래에 놓인 가해자와 피해자의 고통을 이해하고 헤아린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청기 내려 백기 올려 식으로 어느 한 쪽의 손을 막연히 들어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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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의 '이유'책|만화|음악 2008. 12. 4. 02:46
다수결, 인기, 유행이라는 걸 그다지 신봉하지 않는다. 대중의 일방적인 흐름에 휩쓸리는 우매한 감정 뒤에 원초적이고 본질적인 외로움 혹은 유대감이 자리 잡고 있어 이성을 마비시킨다고 믿기에. 하지만 그만큼 무언가 사로잡는 것이 있어 그런 정서적 맹점을 만들어낸다는 것도 잘 안다. 그리고 진짜로 짙은 울림의 정서가 순수하게 공유되어 만들어낸 지속적이고 자발적인 흐름인 경우도 있다. 그래서 트렌드를 무시하지만, 트렌드를 주시한다. 내게 일본 소설의 유행은 그런 트렌드의 경계였다. 하지만 미미 여사의 경우는 다르다. 그것이 '화차'나 이번에 읽은 '이유'인 경우엔 더더욱. 정말로 빼어나 마음이 움직이는 경험을 맛 봤다. 하나의 단순한 일가족 살인사건으로 시작한 '이유'는 그 사건에 얽힌 모든 사람들의 다각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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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의 '이름없는 독'책|만화|음악 2008. 3. 15. 23:14
두툼한 분량임에도 걱정하지 않고 집어 들 수 있는 건 미야베 미유키 때문이다. 그녀의 필력이라면 30권짜리 무협추리라도 즐겁게 읽겠다. 필력이 있다는 건 멋진 문장과 대사, 좋은 구조만으로 해결될 것이 아니다. 정신없이 빠져들게 만드는 흡입력, 그 매력이 글자 하나하나에서 베어나와야 한다. 푹 고아낸 육수 국물에서 우려낸 듯한 아우라가 독자를 감싸고. 누가 어디서 방해를 해도 다시 책을 집어들어 책장을 넘길 수 있게끔 해야 한다. 미야베 미유키는 그렇게 만든다. [누군가]의 후속으로 쓰여진 작품이지만, 설정과 등장인물이 같다는 거 빼곤 직접적으로 이어지지 않기에 이 작품부터 집어들었다. 의심심장한 제목만큼이나 직접적으로 사회와 인간의 독성에 대해 토로하는 이 소설은 그녀의 출발지점이 사회파라는 걸 어김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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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의 '화차'책|만화|음악 2008. 1. 14. 22:18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을 읽어보려 벼르고 있던 건 사실이다. 이 작품이 아닌 [스나크 사냥]과 [모방범]이었지만. 하지만 대타로 집어들었다 해도 [화차]의 눈부신 명성을 전혀 몰라뵜던 건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엄지 손가락을 치켜올리던 이 소설을 모를 리 없다. 귀에 딱지가 베기도록 칭찬을 들었으니까. 사실 미야베 월드로 들어서기 위한 입장권을 너무 좋은 걸로 골라잡았나 걱정이 될 정도였다. 그리고 그 기대감을 이 작품은 여지없이 채워주었다. 15년 전에 나온 소설이지만, 지금 현재 한국 사회에도 통용될 정도로 긴 생명력과 현시성을 갖췄다. 두툼한 분량임에도 빠르게 읽히는 건 물론이거니와, 요새 유행하는 반전이나 잔혹한 스릴러 코드를 갖추지 않아도 몰입감과 재미가 상상초월이다. '빨려들어간다'는 의미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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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노 가즈야키의 '13 계단'책|만화|음악 2007. 6. 6. 01:23
난 사형에 대해 찬성한다. 사형이 구조적인 문제나 사회적 모순이 있다는 데엔 동의하지만, 그럼에도 세상에는 너무 나쁜 놈들이 많다. 용서라는 단어 앞에서 한없이 뻔뻔한 그들에게 자비와 휴머니즘은 사치일뿐이다. 갱생이란 논리적이고 희망적인 비전이지, 현실의 주관적이고 랜덤한 이기심 앞에선 말뿐인 허울에 지나지 않는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형은 내게 사회에 있어 어쩔 수 없는 최후의 보루이자 필요악인 셈이다. 47회 에도가와 란포 상을 수상한 [13 계단]은 이처럼 논란의 여지가 많은 사형을 정면에서 다루고 있다. 플롯 상에선 조나단 라티머의 [사형집행 6일전]이나 윌리엄 아이리쉬의 [환상의 여인]을 떠올리게 하지만, 일본 사회파 추리소설이 그러하듯 보다 사회 시스템과 구조적인 부조리에 더 포커스를 맞추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