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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야베 미유키의 '이름없는 독'
    책|만화|음악 2008. 3. 15.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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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툼한 분량임에도 걱정하지 않고 집어 들 수 있는 건 미야베 미유키 때문이다. 그녀의 필력이라면 30권짜리 무협추리라도 즐겁게 읽겠다. 필력이 있다는 건 멋진 문장과 대사, 좋은 구조만으로 해결될 것이 아니다. 정신없이 빠져들게 만드는 흡입력, 그 매력이 글자 하나하나에서 베어나와야 한다. 푹 고아낸 육수 국물에서 우려낸 듯한 아우라가 독자를 감싸고. 누가 어디서 방해를 해도 다시 책을 집어들어 책장을 넘길 수 있게끔 해야 한다. 미야베 미유키는 그렇게 만든다.
     
    [누군가]의 후속으로 쓰여진 작품이지만, 설정과 등장인물이 같다는 거 빼곤 직접적으로 이어지지 않기에 이 작품부터 집어들었다. 의심심장한 제목만큼이나 직접적으로 사회와 인간의 독성에 대해 토로하는 이 소설은 그녀의 출발지점이 사회파라는 걸 어김없이 환기시켜주고 있다. 그러나 사회파 특유의 신랄함이나 비정함 대신 스기무라 가족의 단란함을 보여줌으로서 상대적으로 범죄의 심각성을 전달하는 그녀의 방식은 색다르다. 교차되는 플릇이 다소 작위적이고, 주인공이 형사가 아닌 덕에 늘어지는 감도 없지 않지만, 그럼에도 천연덕스럽게 엔딩까지 몰아붙이는 솜씨 하나만큼은 대단하다.
     
    읽는 내내 사람 자체가 이름없는 독이라 생각됐다. 더럽고 지저분하기 짝이 없는 치명적인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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