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사노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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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rious Artists의 '그대가 들린다'책|만화|음악 2013. 4. 30. 23:46
며칠째 봄인지 겨울인지 여름인지 알 수 없는 아리송한 날씨가 이어진다. 싸늘한 바람에 몸서리를 치다가도 어느새 작열하는 태양에 땀을 뻘뻘 흘리고, 비 한 번 내리면 다시 입김이 서리는 날이었다가 펑펑 눈이 내리질 않나, 자고 일어나면 새초롬하니 벚꽃이 활짝 피어있다. 예년에 비해 부쩍 혼동이 드는 날씨다. 최근 몇 년 동안 봄이 실종되었다는 건 알고 있지만, 이처럼 실성했단 소린 들어보질 못했다. 오락가락 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 갔다 하는 3-4월을 겪고 나니 올해 봄기운은 음악으로나마 접해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신청한 게 브라질과 한국 뮤지션 6명이 참여한, 서로에게 음악을 띄워 보내는 독특한 콜라주의 컴필레이션 앨범 '그대가 들린다'였다. 브라질과 봄이란 단어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 음반은 따사롭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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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쿠스틱 콜라보의 'Love Letter'책|만화|음악 2012. 4. 14. 18:27
유난히 긴 겨울이었다. 매섭게 몰아치는 한파와 기록적인 폭설은 없었지만 지리하게 이어지는 겨울의 음울한 기운은 가뜩이나 추위에 약한 나를 더욱 지치게 만들었다. 그리고 새분기가 시작된 4월달이 어언 반절 가까이 지났음에도 아직 싸늘한 바람과 차디찬 기온은 가실 줄 모른다. 두껍지도 얇지도 않은 옷가지들을 조합하느라 애쓰던 정신은 어느새 환절기 요정 감기에게 홀딱 빠져버리고, 그들이 던져준 기침과 콧물을 해결하기 위해 주구장창 약을 달고 사니 퍽이나 일상이 재미없게도 늘어져 버리고 말았다. 틀린 문제는 또 틀리고 마는 머리 나쁜 고학생처럼 매년 봄을 앞둔 요 시기에 되풀이하는 나만의 고생담이다. 딱히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내진 못했지만 그래도 증상을 완화시키는 차선책만큼은 확보해두었다. 바로 봄기운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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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지피피의 'ALOHA OE'책|만화|음악 2011. 12. 18. 20:33
매혹적이다. 편안함 뒤에 숨은 그 작고 예민한 개성까지도 사랑스럽다. 대한민국에 무수히 많은 가수들이 있다고 하지만 그들과 겹치지 않는 - 이 듣도 보지도 못한 축복받은 감미로운 보이스톤은 가히 백만불짜리다. 캐시미어 외투결 같은 따사로운 중저음도 일품이지만 이불 속 솜털처럼 가뿐히 날아다니는 힘을 쭉 뺀 가성도 몽환적이고 낭만적이다. 그 사이를 유려하고 자연스럽게 오가는 담백한 기교는 눈에 띄게 두드러지지 않지만 마술처럼 가뿐히도 청자를 사로잡는다. 로지피피에게 홍대의 노라 존스라는 찬사가 붙여진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노라 존스의 톤이나 스타일, 장르가 느껴진다기보단 그만큼 편안한 사운드를 갖췄다는 얘기다. 사실 일렉트로닉과 보사노바, 포크와 힙합, 락 등 다양한 장르의 경계를 쉽게 넘나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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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너스의 담요의 'Show Me Love'책|만화|음악 2011. 9. 15. 08:27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어쩜 '라이너스의 담요'의 뽀송뽀송한 사운드는 그대로인지 참으로 미스테리하다. 하다 못해 털이 좀 빠지던가, 색이 바랠 법도 한데 전혀! 그런 기색은 못 느끼겠고, 지금 막 섬유유연제를 넣고 울세탁을 마친 담요마냥 보드럽고 말랑말랑하니 기분 좋은 음악들이 한가득이다. 이 담요가 수상하다! 하긴 그도 그럴 것이 해리포터 첫 편이 상영되던 그 해 결성된 이들이 해리포터 마지막 편이 상영된 올해에야 비로소 첫 정규 앨범을 발표했으니, 2001년 빈티지 와인 숙성도 아니고, 가녀린 미성의 소유자 연진이 육십갑자 내공을 길러 득도한 사자후를 펼쳐보일 것도 아니기에, 그간의 공백기와 잠수에 대해 슬쩍 의구심을 가져볼만도 하다. 허나 음악에 대한 고민과 생계에 대한 현실 그리고 지독한 완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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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의 '여행을 떠나자'책|만화|음악 2011. 1. 8. 07:59
새해가 밝았다. 그러나 날은 여전히 춥고 매섭다. 차가운 바람 아래 숨은 내일을 찾아보려 기웃대지만 뚝 떨어진 기온이 이내 그 작은 움직임마저 멈추게 만든다. 아직은 이불 속 뜨끈한 온기가 그리울 때. 변화를 맞이했음에도 자꾸 밍기적거린다. 빳빳한 새 달력 아래 큼지막히 적힌 년도가 생소하다. 학창시절에 읽던 SF 소설 속 숫자다. 몇 번의 시도 끝에야 간신히 저 숫자가 올해라는 걸 연관짓겠지. 달라진 게 전혀 없는 일상이지만 그렇게 변화는 조금씩 다가온다. 인식하고 인정하고 다시 인식하고 인정하고. 천천히 익숙해지는 작업이 새해에 내가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이다. 그리고 그건 마치 여행을 떠나는 것과 비슷하다. 달라진 주변 환경에 눈을 크게 뜨고 불안과 기대감이 교차하는 두근 반 세근 반의 심정으로 연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