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베 미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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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의 '이름없는 독'책|만화|음악 2008. 3. 15. 23:14
두툼한 분량임에도 걱정하지 않고 집어 들 수 있는 건 미야베 미유키 때문이다. 그녀의 필력이라면 30권짜리 무협추리라도 즐겁게 읽겠다. 필력이 있다는 건 멋진 문장과 대사, 좋은 구조만으로 해결될 것이 아니다. 정신없이 빠져들게 만드는 흡입력, 그 매력이 글자 하나하나에서 베어나와야 한다. 푹 고아낸 육수 국물에서 우려낸 듯한 아우라가 독자를 감싸고. 누가 어디서 방해를 해도 다시 책을 집어들어 책장을 넘길 수 있게끔 해야 한다. 미야베 미유키는 그렇게 만든다. [누군가]의 후속으로 쓰여진 작품이지만, 설정과 등장인물이 같다는 거 빼곤 직접적으로 이어지지 않기에 이 작품부터 집어들었다. 의심심장한 제목만큼이나 직접적으로 사회와 인간의 독성에 대해 토로하는 이 소설은 그녀의 출발지점이 사회파라는 걸 어김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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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의 '마술은 속삭인다'책|만화|음악 2008. 1. 31. 23:22
거장에게도 습작이 있고, 데뷔작이 있기 마련이다. 탄탄한 명성을 구가하고 있는 미야베 미유키의 초기작에 해당하는 이 소설이 바로 그 반증이다. (발표된 순서대로 읽지 않으면 이런 점에서 종종 실망감이 들곤 한다...) 전혀 연관 없고, 살인이라 볼 수 없는 3건의 자살을 통해 주요인물을 등장시키는 도입부는 상당히 흥미롭다. 거기에 서브리미널 광고와 최면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도입해 일반적인 사회파 추리소설에서 조금 벗어난 것 역시 신선하고. 그러나 2개의 큰 플롯을 무리하게 접목시킨 구조와 범인의 동기는 허술하고 작위적이다. 개연성이라던지, 설정들이 좀더 촘촘하게 이루어졌다면 직조 솜씨가 빛났을텐데, 아직 이때의 그녀는 지금의 내공을 보여주지 못한다. 그럼에도 충분히 즐길만 하다는 거... 괜히 미야베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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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의 '화차'책|만화|음악 2008. 1. 14. 22:18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을 읽어보려 벼르고 있던 건 사실이다. 이 작품이 아닌 [스나크 사냥]과 [모방범]이었지만. 하지만 대타로 집어들었다 해도 [화차]의 눈부신 명성을 전혀 몰라뵜던 건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엄지 손가락을 치켜올리던 이 소설을 모를 리 없다. 귀에 딱지가 베기도록 칭찬을 들었으니까. 사실 미야베 월드로 들어서기 위한 입장권을 너무 좋은 걸로 골라잡았나 걱정이 될 정도였다. 그리고 그 기대감을 이 작품은 여지없이 채워주었다. 15년 전에 나온 소설이지만, 지금 현재 한국 사회에도 통용될 정도로 긴 생명력과 현시성을 갖췄다. 두툼한 분량임에도 빠르게 읽히는 건 물론이거니와, 요새 유행하는 반전이나 잔혹한 스릴러 코드를 갖추지 않아도 몰입감과 재미가 상상초월이다. '빨려들어간다'는 의미는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