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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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 쿡의 '위기'책|만화|음악 2008. 11. 27. 19:09
벌써 거의 30년째. 의학 스릴러로 잔뼈가 굵은 로빈 쿡은 김병만 선생이 부럽지 않을 이 분야의 달인이다. 코마, 낙태, 전염병, 장기밀매, 돌연변이, 복제 등 생명의료 분야에서 그가 다루지 않은 소재는 거의 없을 정도. 플롯팅이 기발하다거나, 문체가 인상적으로 다가올 만큼 뛰어난 건 아니지만, 확 잡아끄는 매력적인 소재와 모범적인 도입부를 다룰 줄 아는 능력 만큼은 그가 왜 인기 있는지 증명해낸다. '전담진료'라는 새로운 이슈를 들고 나타난 그의 최신작 '위기' 역시 그런 장점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러나 그 역시 위기가 다가온건가. 의학 소설만 썼더니 자기 약발이 떨어진 줄 모르는 건가. 병원을 벗어나 법정과 검시를 오가는 산만하고 느린 진행은 긴박했던 초반부의 메리트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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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도 다케루의 '제너럴루주의 개선'책|만화|음악 2008. 10. 12. 22:18
같은 시간대 같은 등장인물들의 다른 이야기를 표방한 '제너럴루즈의 개선'은 우연의 산물이다. '나이팅게일의 침묵'에서 파생되어 나온 또 다른 부분이지만, 이 작품 하나로도 충분히 제 몫을 해낸다. 마치 의 허리손 반장이 의 맥 반장과 크로스오버하는 에피소드를 보듯 중간중간 겹치는 상황들은 스핀오프 느낌의 재미마저 풍긴다. 전작인 '바리스타~'와 '나이팅게일~'이 가진 추리소설이라는 형식에서 벗어나 더 다양하고 부조리한 병원 이야기를 담아낸 자유스러움이 신선하고 현실감있게 다가온다. 사실 죽고 사는 생사의 갈림길이 펼쳐지는 병원에선 모든 일들이 미스테리한 사건들이겠지만. 의 에피소드를 보듯 의사 간호사 환자 하나 하나마다 생생한 매력을 심어주고, 그들의 사정과 환경을 현실의 냉담한 부분에 비춰 공감과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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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도 다케루의 '나이팅게일의 침묵'책|만화|음악 2008. 10. 11. 23:37
학창시절엔 로빈 쿡과 에릭 시걸의 그리고 드라마 과 에 매료됐고, 대학 와선 과 , 에 열광했다. 심심풀이로 과 , 와 같은 만화를 찾아봤고, 와 는 내 애청 TV프로다. 시간이 흘러 지금은 와 의 방영을 꼬박고박 챙기며, 아직도 의 장과장과 의 안중근을 잊지 못한다. 그리고 지금 가장 기대하는 건? 당연 다. 어려서부터 병원에 살다시피한 내게 있어 메디컬 스토리는 뗄려야 뗄 수 없는 필수불가결의 매력덩어리다. 삶과 죽음의 경계 사이를 오가는 드라마틱한 사건과 사연은 결코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광기와 신기神技/神氣, 기쁨과 슬픔이 한순간에 교차하는 삶의 모든 급박한 상황들이 담긴 병원은 굳이 리어왕과 로미오앤 줄리엣이 없어도 그 어떤 곳보다 아름답고 추했다. 그런 의미에서 현역 의사 출신으로 메디컬 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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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도 다케루의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책|만화|음악 2008. 8. 4. 19:24
이 소설 제법 웃긴다. 근데 추리소설이다. 게다가 배경은 병원. 한번도 실수없던 바티스타 수술 중에 연쇄살인이 벌어진다. 자뭇 심각해야 할 상황이지만, 1인칭 시점의 화술과 똥꼬발랄한 독창적인 캐릭터들의 향연은 계속 피식거리게 만든다. 마치 [ER]과 [시카고 호프]만 보다 [하우스]를 처음 봤을 때의 느낌처럼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의룡]과 [하얀거탑] 같은 세계관에 떨어진 싸가지없는 홈즈와 어리버리한 와트슨이 벌리는 범인찾기 게임은 엔딩을 향해갈수록 다소 힘이 떨어진다. 아무래도 처녀작의 한계인듯. 하지만 여러 수상과 독자들의 열렬한 반응이 말해주듯 '의료 시스템과 의료인이 만든 밀실'에서 살인이 벌어질 수 있다는 심리적인 상황만큼은 기가 막히다. 현장 의사 출신인 작가라서 만들어낼 수 있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