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만화|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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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윗의 '새 폴더'책|만화|음악 2013. 9. 12. 21:08
노란색 새 폴더엔 '야구동영상'과 '유승호' 외에 다양한 연애담이 담겨있다. 상큼하고 발랄한 분위기부터 엉뚱하고 귀여운 매력과 아릿하고 슬픈 뒷모습까지. 요즘 청춘남녀의 솔직담백한 사랑과 이별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특별히 새롭진 않지만 그렇다고 익숙해지지도 않는 그런 미묘한 감정들. 그 싱숭생숭한 빈틈을 파고드는 건 비음이 매력적인 비스윗의 달달한 목소리다. 스위트한 톤으로 스위트하지 않은 이야기들까지 조근조근 털어놓는 그녀의 노래는 일단 편안하다. 애절한 사랑 타령도 아니고, 절절한 비가도 아니며, 그렇다고 닭살돋게 만드는 로맨스도 아니다. 주변의 근황들을 두런두런 늘어놓는 새침한 수다처럼 솔직하고 감성적이다. 이제 2집에 불과하지만 다양한 작업들을 두루 거쳐온 이력답게 그녀는 자연스럽고도 꾸밈없는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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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창원의 '프로파일러 표창원의 사건추적'책|만화|음악 2013. 8. 31. 22:08
끔찍하고 잔인하다. 미스터리를 좋아하고 호러물에 열광하지만 현실의 사건들과 마주할 때면 언제나 먹먹한 감정에 빠져들고 몸서리 쳐지는 게 사실이다. 픽션은 어디까지나 픽션일뿐. 이런 일들은 어느 곳에서도 누구에게도 일어나선 아니 된다. 의도하던 의도치 않던 범죄는 인류 최악의 결과물이자 선택지이며, 타인의 고통을 빨아 쌓아올린 잔혹하고 치명적인 욕망의 잔재물이다. 그럼에도 계속 끊임없이 벌어지는 건 S. 존스가 말했듯 언제나 악행이 덕행보다 쉽기 때문이다. 그것은 모든 것에 대한 지름길을 제공한다. 그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서로를 속고 속이며, 죽고 죽이는 사건들은 계속 되풀이 될 것이다. 막을 수 없다면 피하는 게 상책인 냉혹한 현실. 전 경찰대 교수이자 범죄수사 전문가로 이름을 날린 표창원은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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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의 '주변인'책|만화|음악 2013. 6. 19. 22:08
1집만이 주는 묘한 설레임이 있다. 그전엔 전혀 듣지 못한 새로움이 주는 쾌감이다. 방향성과 색깔을 발견해가는 재미다. 그의 혹은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가며 동질화 돼가는 교감의 시간이다. 디지털 싱글이나 앤솔로지 앨범에서 만났던 파편에서 벗어나 온전함과 마주한 기쁨이다. 갓 나온 CD와 속지 잉크의 따뜻한 내음이다. 패기와 열정 그리고 두려움과 떨림을 뒤로 한 채 나선 신인의 자존감이다. 1집 정규 앨범엔 그 모든 게 얽혀 기묘한 흥분을 안겨준다. 낯선 커버 이미지부터. 내지를 쓰윽 눈으로 훑어보며. 뻑뻑한 CD를 꺼내 음악의 무게를 가늠하고. 첫 음이 이어폰에서 새어나올 때까지. 그 모든 과정 속에서 기대감과 불신이 교차한다. 때론 찌푸리고 난해함에 몸을 떨어도, 기시감과 익숙함의 간극에서 벗어난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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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호의 '천년한 대마도'책|만화|음악 2013. 5. 12. 06:51
이원호는 대단한 소설가다. 질보단 양이지. 이 문장에 정확히 들어맞는 작가랄까. 문학적인 풍취나 예술적 감흥은 눈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을지 모르지만, 자극적인 재미와 극적인 박력으로 똘똘 뭉친 200% 테스토스토론 정제 덩어리의 남성용 로망 판타지를 만들어낸 건 분명하다. 데뷔 이래 지금까지 쉬지 않고 달려온 부지런한 필력은 또 어떻고. 대한민국의 그 어떤 소설가도 같은 시간 대비 그보다 많이 쓰고 많이 팔진 못했을 것이다. 액숀, 기업, 정치, 연애, 청춘, 역사, 추리는 물론 심지어 SF까지 그 어떤 장르도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섭렵하는 잡식성의 소유자인데다가 대사 위주의 스피디한 장면 전환과 양념처럼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노골적인 성애 및 폭력 묘사, 그리고 상투적이지만 확실한 플롯으로 중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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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rious Artists의 '그대가 들린다'책|만화|음악 2013. 4. 30. 23:46
며칠째 봄인지 겨울인지 여름인지 알 수 없는 아리송한 날씨가 이어진다. 싸늘한 바람에 몸서리를 치다가도 어느새 작열하는 태양에 땀을 뻘뻘 흘리고, 비 한 번 내리면 다시 입김이 서리는 날이었다가 펑펑 눈이 내리질 않나, 자고 일어나면 새초롬하니 벚꽃이 활짝 피어있다. 예년에 비해 부쩍 혼동이 드는 날씨다. 최근 몇 년 동안 봄이 실종되었다는 건 알고 있지만, 이처럼 실성했단 소린 들어보질 못했다. 오락가락 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 갔다 하는 3-4월을 겪고 나니 올해 봄기운은 음악으로나마 접해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신청한 게 브라질과 한국 뮤지션 6명이 참여한, 서로에게 음악을 띄워 보내는 독특한 콜라주의 컴필레이션 앨범 '그대가 들린다'였다. 브라질과 봄이란 단어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 음반은 따사롭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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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경의 '그 겨울 바람이 분다'책|만화|음악 2013. 4. 15. 04:18
노희경의 드라마가 눈에 띈 건 [거짓말]부터였다. 지금은 그녀의 페르소나가 된 배종옥과 유호정, 이성재, 김상중, 추상미, 김태우 그리고 윤여정과 주현이 나온, 1998년 상반기에 조용하고도 쓸쓸히 방영된, 히트와는 비교적 거리가 먼 작품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이전의 그녀가 맡은 단막극들은 잘 생각나지 않고, 다른 연속극들 또한 아직 '노희경표 드라마'라는 영광스런 딱지가 붙지 않았었다. 물론 열성팬으로서 유심히 그리고 꾸준히 지켜봤다면 몇몇 단초들을 발견하고 기뻐했겠지만, 그때만 해도 그녀는 아직 드라마 폐인들을 양산하고, 대본집이 꾸준히, 유일하게 출간될 만큼의 작가로 성장하리라 예상하기 어려웠다. 희미하고 비슷하며, 여물지 않고 단단치 못했다. 게다가 그 당시 드라마는 범람하는 수많은 전파들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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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법인의 '동네카페 무작정 따라하기'책|만화|음악 2013. 3. 27. 03:55
18세기 프랑스의 정치가이자 외교관이었던 찰스 드 모리스텔레랑은 커피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고, 이는 커피에 대해 가장 잘 알려진 명언이 되었다. “커피의 본능은 유혹, 진한 향기는 와인보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은 키스보다 황홀하다. 악마처럼 검고, 지옥처럼 뜨겁고, 천사처럼 순수하며, 사랑처럼 달콤하다.” 어디 그뿐인가. 비슷한 시기, 같은 나라에 살았던 사상가이자 소설가였던 장 자크 루소는 “내가 좋아하는 것은 향기다. 집 근처에서 커피콩을 볶을 때면 나는 서둘러 창문을 열어 그 향기를 모두 받아들인다.”라고 했고, 미국의 독립전쟁 지도자였던 패트릭 헨리는 “내게 커피를 주시오. 아니면 죽음을 주시오.”라고까지 밝혔다. 영국의 정치가였던 제임스 매킨토시 경은 “사람의 정신력은 그가 마신 커피의 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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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쿠마루 슈고의 'In Focus?'책|만화|음악 2013. 3. 11. 08:16
CD를 넣고 플레이 버튼을 누르면 음이 튀어나오는 동시에 눈앞에 그림이 그려진다. 쨍한 푸른색 하늘이 칠해지고, 그 위로 하얀 구름이 넘실대며, 오색찬란 무지개가 반짝반짝 빛나면, 눈부신 원색의 유럽 어딘가에 있을 마을에 순식간에 당도한다. 거기에는 만반진수 산해진미의 음식이 가득하고, 듣지도 보지도 못한 별스런 장난감과 진기한 물품들이 날 반기는,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오가는 장터 속 여행자의 모습을 한 자신과 마주할 수 있다. 소박하지만 아날로그의 풍광을 간직한, 조금은 옛스럽지만 활기 넘치는 거리를 걷고 있는 듯한 기분 좋은 여행의 풍광 같다. 토쿠마루 슈고의 음악은 그렇다. 그의 사운드는 놀랍도록 회화적이다. 다채로운 악기들과 신기한 음향이 만들어내는 마술 같은 사운드스케이프는 심상을 자극해 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