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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준, 최희진의 '김성근 그리고 SK와이번스'책|만화|음악 2012. 4. 18. 02:50
야구에 눈을 뜬 건 MBC 청룡을 응원하던 형 때문이었다. 물론 팀을 바꾸게 된 것 또한 형 때문이었고.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별 시덥지 않은 문제로 쌈박질을 하고 형과는 절대 같은 팀을 응원하지 않겠다는 월하의 맹세를 하며 별 연고도 없던 - 그저 장효조 이만수 김성래의 막강 화력 클린업 트리오에 반해 삼성으로 갈아탔었다. 유치한 발상에서 나온 선택이었지만 그 후 25년간 이 팀을 응원하고 있으니 사람 인생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1990년 MBC에서 막 바뀐 LG와 삼성 간의 한국시리즈는 그래서 우리 형제에겐 일종의 자존심 승부가 걸린 대리전 양상을 띄었는데, 허무하게도 4연패로 지고 며칠간 눈물을 삭히며 질풍노도의 시기를 인고의 나날로 보내야만 했었다. 그리고 12간지가 한바퀴 돌아 마침내 찾아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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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쿠스틱 콜라보의 'Love Letter'책|만화|음악 2012. 4. 14. 18:27
유난히 긴 겨울이었다. 매섭게 몰아치는 한파와 기록적인 폭설은 없었지만 지리하게 이어지는 겨울의 음울한 기운은 가뜩이나 추위에 약한 나를 더욱 지치게 만들었다. 그리고 새분기가 시작된 4월달이 어언 반절 가까이 지났음에도 아직 싸늘한 바람과 차디찬 기온은 가실 줄 모른다. 두껍지도 얇지도 않은 옷가지들을 조합하느라 애쓰던 정신은 어느새 환절기 요정 감기에게 홀딱 빠져버리고, 그들이 던져준 기침과 콧물을 해결하기 위해 주구장창 약을 달고 사니 퍽이나 일상이 재미없게도 늘어져 버리고 말았다. 틀린 문제는 또 틀리고 마는 머리 나쁜 고학생처럼 매년 봄을 앞둔 요 시기에 되풀이하는 나만의 고생담이다. 딱히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내진 못했지만 그래도 증상을 완화시키는 차선책만큼은 확보해두었다. 바로 봄기운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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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아이패드를 써보다.잡담 2012. 4. 11. 01:54
국내엔 아직 '공식적으로' 풀리지 않은 '뉴아이패드'란 놈을 X덕택에 잠깐 만져 볼 수 있었다. 그간 애플 제품이라곤 '아이팟3'만이 내 인생에 전부였던 무식하고 가난한 나를 위해 X는 그전 버전인 아이패드2를 가져와 친절히 비교 시전해보이며 무엇이 나아졌는가 잡스 형아처럼 프리젠테이션을 펼쳐보였다. 허어. 이래뵈도 프리즈비에서 죽돌이처럼 아이패드2만 붙잡고 있던 나를 뭘로 보고. 그래봤자 뭐 얼마나 달라졌겠어 반쯤 심드렁한 표정으로 스위치 온! 했는데, 그만 절로 튀어나오던 '아니 신세경이 요기 잉네~!' 웹브라우저 뜨는 속도도 속도지만, 웬간한 HDTV를 가뿐히 넘어서는 해상도로 또렷하게 눈을 정화시키는 텍스트와 풀HD 영상은 절로 부럽다는 찬탄과 내 껏이 아니라는 탄식을 동시에 자아냈다. 카메라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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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injay 단행본 출간합니다!잡담 2012. 4. 1. 21:18
블로그 20만 히트 기념으로 그간 포스팅을 모아 책을 만들 예정이다. 남들은 백만 히트, 천만 히트를 기록하는 판에 5년만에 20만 히트는 굉장히 약소해보이지만, 하루 하루 의미있는 글과 사진이 모여 만들어낸 이 기록이 나는 자랑스럽고 소중하다. 목표는 조금 거창하게 '무라카미 하루키의 잡문집' 같은 책이 되었으면 싶은데, 그간 작성한 830여개의 포스팅이 워낙 제각각에 형편없는 졸필들이라 한데 잘 모아질지 반신반의다. 낯간지럽고 감상적인 낙서부터 리뷰, 하소연, 일기와 고백 등 온갖 잡담들을 추리고 추릴 일들이 쉽지만은 않아보인다. 그래도 퍽 재미있지 않을까.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난 나만의 나이테 같은 책일텐데. 이런 궁상맞은 개인의 기록이라도 괜찮다면 신청받아 돌리는 이벤트도 해볼까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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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빈의 '만나게 될거야'책|만화|음악 2012. 3. 26. 02:24
좋은 책과의 만남은 좋은 여행의 느낌과 비슷하다. 책장을 넘겨 점점 활자에 빠져들며 두근거리기 시작하는 마음은 낯선 여행지에 내려 그 골목의 향기, 생소한 말투의 언어, 이국적인 풍광에 젖어들며 발을 내딛는 기분과 많이 닮았다. 처음멘 어색하고 두렵고 집중도 안되는 산만함의 연속이지만, 점점 그 속에 적응해가며 녹아들수록 그 세계는 내 것이 되어간다. 그리고 내가 아는 세계는 그만큼 넓어진다. 게다가 그간 자기본위로 받아들이던 시각을 털어버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내가 존재하지 않았던 그 비밀의 시공간과의 조우는 다양하고 독특한 충격과 감동을 안긴다. 책과 여행은 성찰이자 고해(告解)고, 이면의 기록인 동시에 활력소다. 이를 한번에 접할 수 있는 여행기나 견문록은 더할 나위 없는 훌륭한 경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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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팔도 프로야구 시범경기.음식|스포츠 2012. 3. 19. 00:07
전날밤 비가 주룩주룩 내려 과연 갈 수 있을까 의심했던 마음을 저 멀리 날려버린 2012년 팔도 프로야구 시범경기 개막일. 날씨는 오히려 5월 중순만큼이나 따뜻했고, 사진에는 빈 자리가 많이 보이지만 경기 시작했을 땐 플레이오프 만큼이나 사람이 득실댔다. 해외파 박찬호, 이승엽, 김병현, 김태균이 합류한 올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그야말로 한방에 입증시켰다고나 할까. 이승엽이 매 타석 들어설 때마다 쏟아지는 환호와 박수 소리는 피를 끓게 만들었고, 세번째 타석에서 보여준 비거리 130m 투런 홈런은 전율이었다. 야구다. 드디어 야구 시즌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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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기운의 SSD 라이프.잡담 2012. 3. 16. 16:19
겨우내 그지같은 컴퓨터 한번 체질 개선 좀 시켜볼라고 SSD 하나를 형님께 하사받았다. 문제는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고 갑작스레 컴퓨터에 날개를 달아주었더니, 이 자식 너무 좋아 막 블루스크린 에러를 남발하며 다운되고 흙바닥에서 개헤엄을 치는 게 아닌가. 천리마처럼 쌩쌩 날아댕겨도 시원치 않을 판에! 하여간 뭘 해도 바쁘기 그지없는 황금같은 시간에 윈도우 깔기만 수만번, AS센터에 택배 보내기도 세차례, 다른 제품으로 교환도 받고, 숙련된 서비스센터 과장에게서 1:1 빨간펜 지도 첨삭까지 받았음에도 비약적인 성능 개선으로 놀란 컴퓨터의 급체 증상은 멈출 줄 몰랐다. 결국 눈물을 머금고 미련없이 포기. 형에게 SSD를 반납하고야 말았다. 아주 주옥(이라 쓰고 zot이라 읽는다)같은 컴으로 회귀하려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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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프레가 끝나고 난 후.잡담 2012. 3. 14. 14:05
언제부턴가 나라는 사람을 코스프레하기 시작했다. 본질은 어디론가 휙 증발해버린 채 형에게 물려받은 외투를 걸친 어린 내 모습처럼 어색하고 이상하게 느껴졌다. 자연스럽지 못한 움직임, 꾸밈이 느껴지는 말투, 굳어버린 미소와 예전같지 않은 낯가리는 글발까지. 마리오네뜨 인형처럼 삐걱거리는 리듬과 엉성한 템포로 나라는 사람을 열심히 연기하고 있었다. 허울 좋은 허상뿐, 진심은 무엇이었는지 이제 잊어버렸다. 왜 그리 살아온 걸까. 뭘 하고 싶었던 걸까. 옷을 벗어던진 요즘 부쩍 공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