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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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스 브라운의 '레드 라이징'책|만화|음악 2015. 12. 10. 07:32
며칠간 책과 먼 생활을 해왔더니 문득 글이 읽고 싶어졌다. 내가 쓴 거 말고, 인터넷 기사나 댓글 말고, 실용서적 참고서적 말고, 새롭고 아주 긴 이야기가. 그런 바람을 들어주기나 한 듯 마침 가제본 서평 이벤트에 당첨돼 읽게 된 건 무지 두껍고도 이제 갓 출간된 소설이었다. [파리 대왕]의 [헝거 게임] 버전이라는 아주 그럴듯한 태그라인이 붙은 이 소설의 제목은 [레드 라이징]. 피어스 브라운의 장편 데뷔작이라 했다. 신선한 이야기에 목마른 할리우드 제작자들이 달라붙어 영화화한다는 소식보다 사실 더 끌렸던 건 SF 성장담이라는 장르 때문이었다. 다 읽고 나니까 SF라고 부르기는 다소 민망하지만, 성장담에 방점을 찍고 있는 이 이야기는 한참동안 인기를 끈 [해리포터]를 위시한 [트와일라잇], [헝거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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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의 '별도 없는 한밤에'책|만화|음악 2015. 9. 23. 07:56
해야 할 일이 잔뜩 밀려있는 와중에도 스티븐 킹의 새 중편집 [별도 없는 한밤에]를 읽었다. 장편이었다면 몇 번이나 흐름이 끊겼을지 모른다. 아니 솔직해지자. 장편이었다면 아예 일을 잠시 접고서 쭉 읽었겠지. 스티븐 킹은 내게 그런 마력을 주는 작가니까. 그의 소설은 그만큼 절대적이다. 첫 문장을 읽은 순간부터 메두사 눈빛에 굳어버린 석상이 되듯 마지막 문장까지 움직일 수 없게 만든다. 그 마법에서 간신히 헤쳐 나오면 어느새 타임 슬립을 한 거처럼 시간이 저만치 흘러가 있다. 그러나 이번엔 4개의 중편이 모인 책이라 부담 없이 끊어 읽을 수 있었다. 사실 중편집은 각 이야기 사이마다 쉬어갈 틈이 필요하다. 앉은 자리에서 한 번에 다 읽어 내려가기 보단, 한편 한편이 끝나고 그 이야기의 여운을 느끼고 곱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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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의 '미스터 메르세데스'책|만화|음악 2015. 8. 6. 06:00
스티븐 킹이 돌아왔다. 아니 사실 거의 매년, 그는 돌아온다. 국내에 번역되는 속도가 느리거나 아예 번역이 안 돼서 그렇지. 킹은 꾸준히 신작을 써왔다. 1986년엔 눈이 썪어들어갈 정도의 한심하기 짝이 없는 영화 [맥시멈 오버드라이브]라는 호러물을 감독했음에도 [그것]이란 걸작을 퍼냈고, 1999년 목숨이 오락가락할 정도의 사고를 당한 후에도 보란 듯 [드림캐처]를 완성했다. 1974년 [캐리]로 데뷔한 이래 엄청난 성공과 영광을 누렸음에도 그처럼 꾸준히 지속적으로 글을 쓰고 사랑 받아온 작가는 드물 것이다. 그것도 아멜리 노통 정도의 분량도 아니고 수학 정석과 비견될 정도의 두꺼운 페이지를 거의 매년 선보이는 작가는 더더욱 더. 스티븐 킹은 과작보다는 다작이 어울리는 작가다. 작품마다 질적인 편차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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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발다치가 엮은 '페이스 오프'책|만화|음악 2015. 6. 25. 05:07
꿈의 태그매치다. 어디 누가 해리 보슈와 패트릭 켄지가 만날 거라 상상이라도 해봤을까. 그뿐만이 아니다. ‘잭 리처’와 ‘닉 헬러’가 한 술집에서 대화를 나누고, ‘링컨 라임과 아멜리아 색스’는 ‘루카스 데븐포트와 릴리 로텐부르크’와 팀을 짜 수사를 한다. 심지어 오만가지 이상한 사건들과 마주친 바 있는 ‘펜더개스트’는 무시무시한 ‘구스범스’ 세계 안으로 떨어진다. 이런 단편들이 자그마치 11편이다. 한 지면 안에서 무려 22팀(정확히는 23명)의 작가들이 만든 캐릭터들이 대결(이라 쓰고는 협력? 이라 해석해도 무방하다)하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그렇다. 요즘 트렌드대로 얘기하자면 황금가지 밀리언셀러에서 나온 단편집 [페이스 오프]는 추리/스릴러 계의 ‘어벤져스’라 할 수 있다. 쟁쟁하기 그지없는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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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外의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두 번째 방문'책|만화|음악 2010. 9. 30. 23:48
내 집을 장만해 이사온 아파트에 알 수 없는 소음이 들려온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 캠코더로 찍히는 여인의 정체는? 길 위에서 만난 여자에게 납치되는 남자. 꿈꾸는 기계 속에 들어간 데이트 커플. 몸 전체에서 일어난 알 수 없는 통증으로 변해가는 남자. 크리스마스에 시작되는 산타의 피의 보복. 전신마비 환자에게 닥친 줄어드는 아파트. 불법 이민간 부부의 힘겨운 타지 투쟁기. 그리고 산장 속의 살육 돌림빵. 9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한국 유일의 공포 단편선 시리즈 시즌2. 명백을 이어나가는 건 좋지만 시각적이고 말초적인 공포에 편중된 들쑥날쑥한 기량이 아쉽다. 사지절단 피칠갑의 고어와 단적인 설정만이 무서움이 될 수는 없는 법, 오컬트와 이상심리, 악마주의와 고딕, 민담설화 등에 걸친 다양한 스타일의 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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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브래드버리의 '민들레 와인'책|만화|음악 2010. 2. 6. 22:39
레이 브래드버리의 언어는 마법이다. 문장 끝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매혹의 이미지들이 눈 앞에 펼쳐진다. 단어 하나 하나가 만들어내는 환상의 편린들은 영롱하며 아름답다. 또한 어둡고 슬프며, 멜랑꼴리하고, 희미한 새벽 안개 속의 일출이자 저녁 노을의 매직아워 같다. 읽다보면 문득 어떤 내용이었는지 생각나지 않을 때도 있다. 허나 그 문장이 던져주던 시청각적인 싱그러운 찬란함 만큼은 잊은 적이 없다. 그 두근거림이야말로 브래드버리가 가진 매력이자 특기다. 여름날의 풍취를 물씬 머금고 있는 [민들레 와인] 역시 강력한 노스탤지어를 바탕으로 놀랄만한 경험을 선사한다. 그것이 비록 지긋하고 남루한 일상이라 할지라도 그가 그려낸다면, 그가 그린 하루라면 전혀 다르다. 무덥고 습한 찜통 더위 속의 보충수업 같은 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