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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이 브래드버리의 '민들레 와인'
    책|만화|음악 2010. 2. 6. 22:39

    레이 브래드버리의 언어는 마법이다. 문장 끝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매혹의 이미지들이 눈 앞에 펼쳐진다. 단어 하나 하나가 만들어내는 환상의 편린들은 영롱하며 아름답다. 또한 어둡고 슬프며, 멜랑꼴리하고, 희미한 새벽 안개 속의 일출이자 저녁 노을의 매직아워 같다. 읽다보면 문득 어떤 내용이었는지 생각나지 않을 때도 있다. 허나 그 문장이 던져주던 시청각적인 싱그러운 찬란함 만큼은 잊은 적이 없다. 그 두근거림이야말로 브래드버리가 가진 매력이자 특기다.
     
    여름날의 풍취를 물씬 머금고 있는 [민들레 와인] 역시 강력한 노스탤지어를 바탕으로 놀랄만한 경험을 선사한다. 그것이 비록 지긋하고 남루한 일상이라 할지라도 그가 그려낸다면, 그가 그린 하루라면 전혀 다르다. 무덥고 습한 찜통 더위 속의 보충수업 같은 답답함이 아닌 맑은 개울가 속에 발을 담그고 그 안에 오색찬란히 빛나는 조약돌들 바라보는 듯한 청량감이다. 어린시절 호기심에 가슴 뛰던 환희와 낭만 그리고 범상치 않은 모험이 쉴새없이 펼쳐진다. 녹음이 지고, 바람이 산들대며, 자연이 숨쉬는 여름은 인생의 가장 아름다웠던 날들에 대한 은유이자 찬가다. 브래드버리는 희노애락마저도 아름답게 포장되는 추억이라는 가장 강력한 무기를 바탕으로 읽는 이를 무장해제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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