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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탁환의 '열녀문의 비밀'
    책|만화|음악 2010. 2. 7. 23:08

    조선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정조 시대를 배경으로 방각본이란 독특한 사료(史料)에 연쇄살인을 접목시킨 [방각본 살인사건]은 한국형 팩션에 좋은 본보기를 던져주었다. 소설 속의 소설史를 구현해보이겠다는 야망과 현 정치 상황을 투영시킨듯한 당쟁다툼 속에서 엔터테인먼트를 쫓는 김탁환의 욕심은 성공이냐 실패냐의 결과론을 떠나 시도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그 후속편이자 백탑파 시리즈의 중간다리인 [열녀문의 비밀]은 전작과 동일한 길을 걷되, 한발짝 더 나아간다. 이번에는 조선 속 여류소설을 파헤치는 동시에 사회 상황이 갖고 있는 한계이자 문제점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의식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방각본 살인사건]이 시작이자 소개고, 그 희망찬 남인들의 소망을 담아냈다면, [열녀문의 비밀]에선 보다 현실적인 상황과 봉착해 딜레마에 빠지는 남인들의 고민을 그려보인다. 보수에 주저앉은 386세대의 입장과 현실을 대변하는 듯해 씁쓸한 기운마저 드는데, 방대한 지식과 시원하고 멋스런 문체를 뽐내는 김탁환의 재주만큼은 탁월하다. 다만 추리소설로 보기엔 트릭이 약하고, 역사소설로 보기엔 다소 추리적 요소가 많은 그 어중간함이 장르팬들 마음엔 딱히 들지 않을성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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